중국 기업이 북한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가 북한 측의 일방적 계약 파기로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 [자료사진] 시양그룹
▲ [자료사진] 시양그룹
 시양그룹(西洋集团)은 지난 3일 바이두(百度), 톈야(天涯) 등 커뮤니티에 '시양그룹, 북한 투자의 악몽'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게시글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4년여간 2억4천만위안(425억여원)을 투자해 철광석 분광을 생산하는데 성공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북측이 계약을 파기했으며 투자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시글에 따르면 시양그룹은 지난 2006년 10월 북한 측과 황해남도 옹진군의 옹진철광에 선광 공장을 차리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에서는 철 함유량이 14%에 불과해 제철소 공급이 어려운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 철광석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계획이었다.

시양그룹은 북한의 영봉(岭峰)연합회사와 공동으로 선광 공장인 양펑(洋峰)합영회사를 세웠다. 시양그룹은 자금을, 북한의 영봉회사는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내걸고 각각 75%, 25%로 지분을 나눴다.

하지만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한 데다가 계약 당시와 달리 북한이 2008년 자원세를 25%로 대폭 인상하자, 시양그룹은 지난 2009년 북한에 기존 투자금을 포기하고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계약 이행을 약속하는 53호 문건을 내밀며 철수를 만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양그룹은 연간 50만톤의 고급 철광석 생산을 목표로 지난해 4월부터 철광석 채취와 선광작업을 개시했으며 3개월 후, 철광석 분광 3만여톤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북·중 근로자 동일 임금 ▲토지 임대료와 공업용수 사용료, 자원세 부담 ▲오·폐수 배출 금지 등 16개 항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며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했다.

시양그룹은 지난해 10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과 북한 조선합영위원회 주선으로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생산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100여명의 직원 중 10명을 현지에 남겼지만 외출을 금지하는 등 압박을 당하다 지난 3월 결국 추방당했다.

시양그룹은 "공장 건설, 인력 파견, 근로자 숙소용 건물 건설 등으로 2억4천만위안을 투자했다"며 "북한이 중국 기술자 없이 스스로 분광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당초 북측이 부담하기로 한 부분까지 떠안기면서 우리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시양그룹은 북한 파트너 측의 부패상을 폭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시양그룹은 합작 파트너인 영봉연합회사 이성규(李成奎)에게 합영회사 설립 수속비, 접대비, 출장 경비 등의 명목으로 80만달러(약 9억원)를 뜯겼다.

또한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에 올 때는 바이주(白酒)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종일 취해 있었다", "북한 대표단의 호텔비와 식비, 교통비, 술값, 담뱃값 외에 안마비와 성매매 비용, 노트북·휴대폰 같은 귀국 선물 비용도 모두 부담시켰다", "밤에 호텔방에 접대부를 넣어주지 않는다고 고함을 질렀다"고 밝혔다.

게시글을 본 네티즌들은 "북한은 사기꾼이다", "이같은 행위는 날강도나 다름없다", "자기네 발전을 위해 중국 기업을 이용했다"며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북한이 금강산지구의 현대그룹 자산을 모두 몰수하고 직원을 추방한 것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한편 랴오닝성(辽宁省) 하이청시(海城市)에 본사를 둔 시양그룹은 중국 500대 기업 중 하나로 내화 재료, 비료, 철강, 석탄가공, 무역 등에 5개 분야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이다. 2009년 기준 매출 규모는 190억위안(3조4천억원)이며 창업주인 저우푸런(周福仁·61) 회장은 중국 500대 부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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