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변화무쌍한 중국오대산을 다녀와서..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번뇌는 자연을 따르지 못하여 생기는 병이다.”

라고 누군가 설파한 얘기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 시점이다. 숱한 역사의 기록을 남긴 북경의 여름도 또 다른 자연의 변신을 앞두고 있는 길목에 여행으로 마음을 충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8월도 저물어가는 31일 금요일 저녁, 여름의 마지막 날을 뒤로한 채 북경에서 산서성 오대산을 향해 버스로 출발했다. 북경 맑은 산악회 회원 14명은 대형 버스 한대를 빌려서,실내의 널널한 공간을 만끽하며 저녁 8시에 오대산을 향해 고고싱이다. 사실 종전까지 침대 칸 열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한적은 있지만, 좌석 버스 속에 앉아서 한밤을 세우고, 아침 일찍 산행을 한다는 사람들에 대해서, 취미생활을 너무 가혹하게 하지 않나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 맘먹고 동참한 셈이다. 사실 먼 옛적의 짚신 꿰어 차고 헤아릴 수도 없는 몇 날을 걸어서 명산 찾아가는 방랑객을 되돌아 본다면, 씽씽 달리는 버스 속에서 하루 밤을 잘 보낸다는 것은 행복한 푸념 일 수 도 있지 않은가?



수학여행이든 단풍놀이든 차가 떠나면, 차 안에서 끼리끼리 모여 마셔가며 인생살이에 대한 복기의 즐거움에 여행을 떠나는 그 분들도 있고, 그냥 흔들리는 차 안에서 창가에 비치는 교교한 달빛을 감상하며 비몽사몽간의 운우지락을 맛보는 즐거움도 또 다른 여행의 맛임을 인정 하면 좋지 않을까?



일기예보에 의하면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오대산에 도착 할 때까지 달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개, 바람, 비, 그리고 오대산의 자비



당초 예정대로라면 아침 4시경에 오대산의 동대(東台)에 도착하기로 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버스는 6시 넘어서 현지 도착이다. 현지에는 이미 중국등산객들이 해돋이를 마치고 내려오는 중이다.



늦었지만 우리 회원들도 주섬주섬 옷 매무새 갖추고 동태로 향한다.

밖에 나오니 춥다. 영상 10도 정도, 바람이 차고 서서히 안개가 밀려오고 있다.



자 이제부터 오대산 산행의 시작이다.



오대산은 산서성 태원시(太原)에서 북쪽으로 약 230킬로 떨어진 곳으로 북으로는 북악중의 하나인 항산(恒山)이 위치한 대동시(大同市)와 중간 지역에 위치한 지역이다.



오대산은 원래 봉우리가 다섯 개라고 하여 오봉산으로 불리었으나, 당나라 시절에는 여름에도 서늘하다고 하여 청량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다, 다섯 봉우리가 평평하다고 하여 최종 오대산으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오대산은 중국4대 불교 명산 (나머지는 안휘성 구화산, 절강성 보타산, 사천성 아미산)중의 하나로서 동한의 명제 (서기 58~75년)시기에 인도에 사신을 파견하여 불경을 구해온 후 사원을 건축하기 시작하였으며, 당나라 시절에는 사원이 360개에 달하였으나 현재는 약 50여 개의 사원이 잔존하고 있다.



오대산은 부처님의 왼쪽에 시봉하시는 "문수보살(지혜를 상징함)"이 현령, 설법하던 도량으로 유명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의 고승인 자장율사께서 이곳에 유학하고, 부처님의 가사와 사리를 전수받아 국내의 통도사와 상원사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특히 산 이름에서 익히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오대사는 자장율사께서 귀국 후 이곳 지형이 중국의 오대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명명하였으며, 이후 문수보살의 성지로 불려지고 있다.



자, 오대산의 역사는 그렇고, 북경에서 6시간 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첫 느낌은 시원함이다.

아니 시원함 보다는 춥다는 표현이 맞다. 등산복 파카 등 몇 겹을 입어야만 견딜 수 있는....



망해사(望海寺 )는 동대의 정상에 위치한 절이다. 해발 2600 고지 정도다.

갑자기 밀려오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그리고 세찬 바람에 정신이 없다.

보통 바람과 안개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서로의 쟁탈전이 치열하여서 마치 전쟁을 하는 듯 하다. 즉 한 무더기의 안개가 오면, 즉시 바람이 덮치듯이 몰려와 안개를 몰아내고 그리고 치열한 각축전, 볼만하다. 거기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시작이 불편하다. 그래도 오다 말겠지 하는 희망이 아직은 가득하다.



일단 차 안에서 아침을 때우고, 비 옷으로 무장한 채 북대를 향해 출발이다.

거리는 약 18킬로, 10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라 한다. 오대산 산행 코스의 특징은 해발 2500미터 이상에서 3000미터 사이의 고원지대로서, 전반적으로 우선 산에 큰 나무가 없고 전부 키가 적은 관목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는 편안한 초원 길이다.



아마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천상의 화원이 될 것이다.



비와 안개, 바람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다.



강한 바람과 빗줄기, 그리고 약간의 고산증세를 느끼는 산행동료와 이런 저런 산중 대화로 산행의 불편함을 망각하게 한다.












 

우선 오대산이 불교의 성지로서, 누군가가 정리한 불교식 착한 선과 거짓 선에 대한 얘기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공과 자로가 있다. 자공은 조금 인텔리적이고 학구적인 유형이며, 자로는 건달출신의 협객기질이다. 당시 노나라는 백성들에게 선을 강조하고, 상부상조의 덕을 일깨우기 위해 남에게 선행을 베푼 자에게 국가에서 포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자공이 어느 날 길을 가다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했다. 이에 나라에서는 규정에 따라 포상을 하게 되었는데, 자공은 군자로서 당연한 행동임을 강조하며 포상을 거절하였다. 주변에서는 칭송이 자자하였으나, 이를 듣게 된 공자께서 꾸중하였다. 공자께서 이르기를 너의 행동으로 너 자신은 명예를 얻었으나, 이후 착한 행동은 줄어 들것이다. 즉 나라의 정책은 일반 백성이 군자가 아니더라도 선행을 하고 포상을 받는 즐거움 때문에 참여하길 바라는데, 이후 너의 행동으로 포상을 받는 자는 소인이 되는 형국이다. 이는 착한 선이 아니다 라고 갈파하였다.



자로가 길을 가다 물에 빠진 황소를 구하게 되어 주인으로부터 쇠고기 10근을 받게 되었다. 자로는 이를 주변의 친구들과 나눠먹었다.이를 두고 공자께서는 자로에게 착한 선을 행하였다고 칭찬하였다. 착한 선의 기준은 본인을 위한 것인가, 순수하게 남을 위한 것인가의 기준이라고 한다. 범인에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동대에서 출발한지 약 2시간 만에 도저히 이대로 북대까지 산행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는 산악대장의 판단에 따라, 일단 중간 지점인 법운사(法雲寺)에서 대피 하였다. 그곳에는 처지가 같은 많은 산악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불당에서 휴식하고, 스님이 기거하는 숙소에서 몸을 녹이고, 뜨거운 물에 점심을 나눠먹고 비록 어려운 5시간 정도의 피난시간이었지만 베풂과 나눔에 대한 또 다른 의미는 있다.



연속 불러대는 구호 콜에도, 구호차는 악천후라는 이유로 오겠다는 요지부동이다.

빗줄기는 점점 세차만 가고, 계속 구호 차만 기다리고 있자니, 해가 저물면 걸어 내려가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올까 봐 조바심이다. 이제 Waiting or Go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종 스님의 도움으로 영업용 차를 불렀다. 아! 알고 보니 악천후 보다는 얼마를 줄 것인가? 협상의 문제인 듯 하다. 참 기다린 시간이 허망하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한 수 배웠다.



이렇게 하루는 빗속의 기다림으로 흘러갔다.

내일은 어찌 되려는지? 각자 나름대로 예측과 희망사항을 쏟아 내지만 희망보다는 비관이 앞선다.



그래 비가 계속 온다면, 아침부터 그냥 북경으로 돌아갈 것 인가? 그래도 북대의 최고봉은 봐야 할 것 아닌가? 갑론을박 끝에 술병만 늘었지만, 그래도 편안한 잠자리에 서늘한 기운, 상쾌한 공기, 모처럼만에 맞이한 최고의 꿀 잠이다.












 

오대산의 신비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다.



이제 마지막 날, 과연 어떤 날인가?

편안한 잠은 우리에게 아침마저도 기분 좋은 날씨로 맞이했다.



파란 가을하늘, 비 온 후의 시원하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상쾌한 아침이다.

어제의 불편함은 먼 옛날의 추억일 뿐이다.



버스를 타고 북대로 가자. 입장료는 만만치 않지만, 요령의 달인들답게, 상황에 맞는 비용절감 방안 도출.. 오대사 입구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였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9월 20일 정도의 기후라고 할 듯, 상쾌하고 기분 좋은 날씨에 모든 것이 즐거워 보인다.





북대는 오대사에서 승합차로 약 30 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해발 3천60미터 고지에 북대가 자리잡고 있다. 고산으로 이동 중에도 수시로 안개가 썰물과 밀물처럼 진퇴를 거듭하고 있다.



산 정상에 도착하고 밖을 나서니, 악, 너무 춥다. 심한 바람과 안개, 정신 없다.

이것을 활용한 두꺼운 군용외투 대여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 20 인민폐, 사실 약 30분 대여에 비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난 13년 전의 아미산 산행 시에 지불한 20원, 4년 전에 황산에서 지불한 20원을 감안하면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



바람과 안개 속에서 맞이한 정상의 체험.

어제의 빗속의 체험의 연장이다. 그러나 뭔가 고생 끝에 얻었다는 자부심이 한결 마음 한 자락을 뿌듯하게 한다.



자, 이제 맛있는 점심을 챙겨 먹고 북경으로 출발이다.

적당하게 취한 모습으로 자기하고 싶은 얘기 실컷 하면 된다. 아니 한숨 푹 자도 된다.

그리고 나면 북경이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오대산에서 맞이했지만, 확실하게 온몸으로 느끼는 가을의 체험이었다. 그리고 내년에는 비 때문에 못 다한 남은 코스 완주해야겠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인생은 아름답지 않은가? (jgkim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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