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향후 5년을 책임지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대통령을 뽑는 일이기에 국민들의 관심은 국회의원 선거와는 그 관심과 열기의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일이고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현재 상황에서는 박근혜와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이 세명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탄생할 확율이 아주 높다. 세 명의 후보는 어쨌든 8부 능선의 고지쯤에 와 있는 셈이다. 마라톤 선수로 치자면 이제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 남지 않은 결승 지점까지 거의 세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달려 온 것이다. 여러 예측 할 수 없는 변수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아주 치명적인 상대 후보의 실수나 선거 전략의 결정적인 오류만 범하지 않는다면 세 사람은 모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현재 세 후보의 선거 진영은 아주 조심스럽기도 하고 내부적으로는 한시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라 생각된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의 후보를 대하고 평가하는 생각과 대체적인 관점은 어떤 것일까? 물론 한국을 떠나 온지 오래된 사람이 고국의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알 수는 없다. 안다고 해도 일부 단편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만을 말할 수 밖에 없다.
















▲ [자료사진]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왼쪽), 문재인 민주통합당(가운데), 안철수 무소속(오른쪽)





우선, 박근혜 후보는 지상에서 오르내리는 여러 과거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뢰와 약속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박 후보가 운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과거사의 문제를 결코 경시해서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고 그녀는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다. 늘 그렇듯이 과거의 오류는 본인의 잘못이건 아버지의 잘못이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장애가 될 수는 있어도 그 과거사가 미래를 향한 국가 발전에 아주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라면,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 할 만한 것이라면 과거 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과거사 문제를 되짚어 보는 것은 필요 조건일 수는 있으나 필요 충분한 조건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에서 단순하게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을 제치고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아주 어려운 일이고 보통의 인내심과 리더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미 그는 이런 험준한 산악을 넘어 오면서 과거의 어린 대통령의 딸이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가 대통령의 딸이며, 그래서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남아 있지는 않는 듯 하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런 굳이 끄집어 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발목을 잡는 여러 문제를 박 후보가 어떻게 해결하고 풀어 나가는지를 관심있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보의 능력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과거 아버지 때의 문제를 다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뜻은 아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꿋꿋한 강단과 흔들림 없는 원칙으로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를 밀고 당기는 해결 능력이 있어야 된다. 그걸 보여줘야 한다. 여자라고 안 된다는 이미지와 독재자의 딸이라고 안 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미래의 한국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여론 조사가 박근혜 후보에게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다음 상대는 안철수 후보다.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국민들의 관심이 당연히 그에게 쏠려야 한다. 왜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닌 그가 한국의 정치판에 뛰어 들었을까? 국민들은 왜 그를 기성 정치인을 제치고 대통령 후보가 되기를 희망했을까? 본격적인 후보 검증을 시작한 즈음에 터져 나온 여러 문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그의 인기는 제1야당의 후보와 맞먹고 있는 걸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민들의 정치판 쇄신의 욕구와 한국의 미래에보다 혁신적인 개혁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과 국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의 선택은 선거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다시 기대를 갖고 그를 바라보고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애초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쳤다면 국민들의 기대는 지금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한국의 미래를 개혁 하자고 했고, 자기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본인의 진정성마저 보여 주었다. 반드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닌, 국가가 변화된다면 자기를 기꺼이 내려 놓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런 욕심을 버린 사람에게 국민들은 지금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고 보고 있는 중이다.



다만, 무소속 후보라는 신선한(?) 이미지가 개혁을 함에 있어 지나친 안정의 해침을 바라지 않는 국민들의 어려운 요구에 득보다는 해가 되고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 한국이 이제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고 있는 명색이 선진국인데, 아무리 기존 정당 정치에 국민들이 혐오를 느끼고 있다고 해도 민주 국가의 기본 틀인 정당 정치의 개념을 무너트리며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야 할 국회의 활동 공간을 무시한다는 뜻이 되고 만다. 미래를 향한 어려운 국민들의 주문과 요구는 한 사람의 이상적인 이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다시 정치판의 새판을 짠다면 아마도 그 정쟁으로 5년은 날샐지도 모를 일이다.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안철수 후보의 남은 선거 전략이 기대되는 이유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도 그 남은 전략 중의 하나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야당의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결합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시대의 과거사를 운명같이 안아야 하는 것처럼 문재인 후보도 개인의 훌륭한 인품과 청렴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아주 단기간 내에 멀리 도망을 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노무현이 없었고,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문재인과 박근혜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단계를 넘어가며 발전해 가는 것이다. 선친의 영향과 동지적 관계의 전임 대통령의 영향이 비록 두 사람에게 짙게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 온 사람들인 만큼 나름 자기의 독창적인 세계가 그들에게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림자를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유감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과거가 먼 과거라면 문재인 후보의 과거는 아주 가까운 과거다. 노무현 시대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 눈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함에 있어 최선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개인적인 강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과거사는 국민들에게 최선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아직 주저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문 후보의 남은 숙제일 수도 있다.



선거는 결국 후보가 국민들 개개인을 상대로 겨루는 시합이고 게임일 수도 있다. 다만, 국민들은 시합의 당사자이기도 하면서 면접관이 되기도 하고 최종 심판관이 되기도 한다. 시합이기는 해도 결국 모든 최후의 판단은 국민이 하는 그야말로 무조건 국민들에게 유리한(?) 시합이다. 이래서 선거를 통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웬만한 실력과 인품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필자도 과거 한국에서 몇백명 규모의 제조업체를 경영해 본 적이 있다. 아주 고단하고 힘이 든 일이었다. 한두 가지의 재능만으로 경영이 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가 있다. 하물며 국가의 경영이 그리 간단한 일이겠는가? 갈고 닦은 내공과 미래를 향한 확실한 비젼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선거를 잘 치루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것도 능력이고 시합의 필수적인 마지막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늘의 뜻도 있어야 한다. 세 후보가 아직은 치명적인 실수없이 잘해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마지막 전력투구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판단은 그래서 아주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우리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 결정이 국가의 새로운 5년을 책임진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부디 우리들의 결정이 지혜로운 판단이 되기를 바래 본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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