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에서 이 학교 한국어과 3학년 학생들이 한국 기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한중수교 20주년인 올해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변모했지만 한국인의 인식은 아직 1990년대의 그것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는게 이들의 인식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중국어를 쓰면 무시당하고 영어를 쓰면 대접받는다.", "한국사람이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한 불량식품까지 왜 중국 탓을 하느냐."



연합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이 공동주관한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1일 베이징외국어대학을 방문해 한국어과 3학년 학생들과 한국어로 자유토론을 가졌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이른바 '주링허우(90後)'세대인 이들은 G2로 성장한 자국 국력에 대한 자부심과 한국인의 대(對) 중국 인식간의 '거리'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한중수교 20주년인 올해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변모했지만 한국인의 인식은 아직 1990년대의 그것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는게 이들의 인식이었다.



◇"한국 자유로운 분위기 좋지만 중국인 무시는 섭섭"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1년간 체류한 남학생 페이리(費立.20)씨는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 보다는 좋은 이미지가 많은 것 같다"면서 한국의 자유스러운 분위기, 전반적인 교양수준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페이씨는 "한국에서 중국어로 대화할 때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옆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기분이 별로였다"고 말했다. 또 한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수업 공동과제 때 한 팀에 끼워주지 않더라면서 양국 학생들간에 소통과 이해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한국 유학경험이 있는 남학생 쑤싱위안(蘇星源.20) 씨는 "한국인들이 조선족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고, 중국인들의 교양수준이 한국인보다 높지 않다는게 많은 한국사람들 생각인 것 같다"면서 "그런데 한국에서 영어를 할 수 있으면 무시를 당하긴 커녕 존경받는다"며 "이건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또 "습관과 문화적 관습이 달라 서로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걸 느꼈다"고 부연했다.



여학생 종페이(鐘菲.21)씨는 "중국에 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국 친구로부터 들었다"며 "도둑이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북한관계 관련 한국보도 불만"



한국 언론의 중국 관련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중국이 남북통일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나 탈북자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있었다.



페이 씨는 "한국 언론이 최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중국의 탈북자 문제 대처만 봐도 중국의 대응(탈북자를 불법입경자로 보고, 적발시 북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지난 30년간 기본적으로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한국 언론이 마치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최근 급변한 것처럼 보도한다는 주장이었다.



배석한 이 학과의 왕광밍(王光明) 교수는 "한국에서 5년간 사는 동안 뉴스에서 중국산 식품 관련 왜곡보도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이어 "문제가 된 중국산 식품 가운데 한국인이 중국에서 생산해 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까지 중국이 나쁜 짓을 한 것처럼 착각하게끔 보도하는 것이 문제다"며 "친척 중에 와인공장을 하는 분이 있는데, 한국에 수출을 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평화옹호국 이미지 홍보 미비가 문제"



베이징올림픽, 상하이 엑스포 등을 지켜본 이들은 급성장한 자국의 국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는 서방에게 평화옹호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쑤싱위안 씨는 '중국이 존경받는 대국이 되기 위해 넘어서야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대해 항상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 같다"며 "이런 편견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데, 서양사람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우리 나라의 의지를 설명할 수 있을지가 외교적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진핑 신임 당서기가 부정부패 척결을 취임 1성으로 외친 사실을 거론하며 중국에도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자신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생각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과 같은 대통령 직선제는 중국처럼 큰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中 대학생들 우선 고민거리도 취업‥공무원 등 '안정' 추구 한국과 비슷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취업을 꼽았다. 그것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단연 높았다.



종페이씨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며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 속에 한국어과 학생들 중에서도 한국어를 활용해 한국기업이나 한중합자기업에 들어가려는 이들보다는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더라도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페이리씨가 전했다. 한국어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선배들이 많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달라진 양상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이른바 '스펙(구직에 도움되는 평가요소) 전쟁'도 한·중이 다르지 않았다. 각종 외국어 자격증과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이 유리하며, 인턴과 자원봉사도 기회만 나면 적극적으로 신청한다고 소개했다.



◇"김정은의 북한, 개방 생각 있는듯‥평양에 외국 사람 많아"



평양에서 7개월간 유학하고 지난달 귀국한 여학생 차이위(蔡宇.21)씨는 "북한이 개방할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귀국할 무렵(지난 10월) 평양에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 중에는 러시아, 몽골, 베트남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면서 자연환경은 좋았지만 1분 통화에 인민폐 15위안(약 2천600원)에 달하는 비싼 전화비 때문에 자주 집에 전화를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북한 유학생 출신인 여학생 리후이칭(李會卿.21)씨는 "남북한 언어의 표현이 많이 다르더라"면서 북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쓰지 않는 단어를 많이 썼다고 회상했다. [기사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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