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전 웨이하이대학 교수, 칼럼니스트

















다문화가정의 언어교류 문제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수단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상호간 언어교류’임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가장 큰 수단이다. 물론 말을 못하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은 몸짓으로(body language) 의사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언어를 통한 의사 전달만큼 정확한 의사전달 수단은 되지 못한다.



크게는 국제간의 통상협상에서도 언어의 이해 부족 혹은 오역으로 인한 협상 결과에 대하여 시시비비가 일어나곤 한다. 한편으로 작게는 대한민국에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언어교류’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특히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울 수밖에 없는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신부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필자가 중국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에도 한국어의 변화무쌍한 다양성에, 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의 젊은 대학생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어의 다양성이란 영어나 중국어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특이한 내용이다. 즉 한국어는 같은 뜻을 두고 표현하는 언어가 수없이 다양하다. 더욱이 존칭어와 비존칭어, 비속어, 사투리까지 구분하다보면, 한국어는 세계에서 으뜸으로 감정표현을 잘 소화해 내는 언어임에 틀림없으면서도,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요즘 우리 실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적불명의 외래어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더욱 한국어학습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필자가 직접 방문하여 상담한 다문화 가정에서도 언어교류 문제로 인한 심각한 가정불화가 극에 달한 경우를 보았다. 새로운 삶의 꿈에 부풀어 성립된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에서 젊은 부부는 한국어를 습득하려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하여 서로 이해하게 되지만, 연로하신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에서는 언어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지방에서 살고 있는 가정은 사투리 사용에 대한 문제점은 더욱 가중 된다는 것을 알았다. 결혼생활한 지 1년 반이 되어 이미 아들도 하나 얻은 가정이었지만 언어 장벽 문제로 인한 고부간의 갈등이 첨예한 대립으로 서로가 서로를 반목하게 되어 큰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부모와 아내, 즉 양쪽을 두루 아울러야 할 한국인 남편의 입장도 곤란하기 그지없었다.



매일 소속된 지역 다문화센터에 나가 아주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국에서 시집온 신부의 말을 빌리자면, “표준말로 또박또박 말을 하면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러나 어머니가 사투리로 빠르게 말을 하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반면 시어머니께서는 “한 번, 두 번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면 내 목소리가 커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어머니의 큰소리 설명을 외국인 며느리는 ‘우리 시어머니가 내게 자주 화를 내신다’라고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시어머니는 ‘내가 절대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라는 말이었다. 며느리에게 물어본 한국에서의 어려운 점은 첫째도 둘째도 언어교류가 가장 큰 문제이고, 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결혼 초기엔 더없이 행복하였던 그 가정도 결국엔 냉각기를 갖기 위하여 당분간 분가하여 살아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렇듯 언어교류에서의 오해는 심각한 가정불화로 이어져 결국 한 가정이 분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각 지방자치단체 및 종교단체에서는 저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특성화된대책과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실효성 있는 교육지원으로 말미암아 한국에서 새로 꾸려진 다문화가정이 제대로 정착하여, 그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욱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교육도 획일화된 ‘표준어 교재’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 지방의 특수한 사투리도 표준어와 함께 교육하는 등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여러 나라에서 들어와 형성된 다문화가정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하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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