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ㅣ 정현영 기자] 잇단 한파와 폭설로 인해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은 계사년(癸巳年) 연초. 하지만 '전원 케이블이 없는' 새 시대를 준비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곳이 있다. 무선충전시 꼭 필요한 '코일(나선형으로 감은 도선) 세트' 납품을 준비중인 크로바하이텍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지난 1월 이후 국내 모바일기기 제조사 3곳, 글로벌 휴대폰제조사 2곳에서 정식 발주의뢰서(PO)를 받았다. 이 초도 물량은 현재 중국 남부 연안 광동성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동관 크로바 현지 법인에서 자동화라인(권선기)을 통해 양산 중이다.



◆동관크로바, 4년만에 연매출 200억 돌파 예상…무선충전 '덕'



동관크로바전자유한공사는 2002년 2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한 곳으로 문등크로바전자유한공사(1992년) 이후 두 번째 중국 현지 법인이다. 가장 최근인 2006년 9월에도 조장크로바유한공사가 문을 열어 모두 3곳의 현지 법인이 운영되고 있다.



동관크로바는 이 중에서도 핵심 법인으로 한 해 평균 매출액이 1600만 달러를 웃돈다. 올해의 경우 무선충선 신규 라인 가동으로 인해 최소 2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여 전년 대비 35%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 200억원 돌파는 4년 만에 일이다.



따라서 운영 인원 규모도 눈에 띄게 불어날 전망이다. 동관크로바의 지난해 월평균 인원 현황은 약 400명인데 비해 올해는 520여명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지난해 이 법인의 자체 생산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약 17% 이하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동관법인을 6년째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용준 법인장(차장)은 "중국 현지의 인건비가 치솟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자동화 설비로 대체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선충전 코일세트의 경우 모든 라인이 자동화 설비이고 기존 캐시카우(cash cow)인 트랜스(trans) 코일류 등도 이미 50% 정도 자동화 설비 구축을 마무리지었다"고 덧붙였다.



◆내달 초 코일세트 양산라인 구축 완료…매달 최소 120만세트 생산 예정















1월 말 현재 크로바하이텍의 무선충전 코일세트 양산라인은 당초 대비 30%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양산라인 3분의 2에 해당되는 자동화설비가 내달 초 추가 입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후 3월부터 양산라인이 풀가동 될 경우 매달 최소 120만세트 가량 납품이 이뤄질 계획이다.



진 법인장은 "아직까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무선충전기 구입 시 기본 탑재가 아닌 악세서리 형식으로 분리해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해 최소 120만세트 규모로 양산라인을 구축한 것"이라며 "매월 200만세트 이상 고객사의 납품 요청이 들어오면 자동화 생산 라인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모바일기기 제조사 등 최종 사용자(Enduser)가 무선충전기의 기본 탑재를 결정하면 매월 코일세트 납품 물량은 이전 대비 10배 이상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진 법인장의 판단이다.



진 법인장은 "올 2분기 이후에야 고객사의 실제 요청 수량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 100만세트 규모의 추가 생산라인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 경우 매월 240~300만세트 가량 납품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바 '코일세트'의 매력포인트는?…무선충전방식 모두 적용·양산 가능



무선충전산업은 올 초 갤럭시S4의 무선충전 탑재 결정으로 단숨에 '미래산업 엔진'으로 급부상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크로바하이텍이 관련업계의 눈길을 더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무선충전방식은 자기유도(또는 전자유도)와 자기공명(자기공진) 두 가지로 크게 나뉘는데 코일세트의 경우 이 모든 방식에 적용, 양산될 수 밖에 없어서다.



전세계에서 뛰어들어 개발중인 무선충전 시스템은 자기유도와 자기공명 방식을 제외하면 전파방식(마이크로파) 정도다. 가장 먼저 자기유도가 실용 단계에 접어든 것이며 일명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충전'이 이것이다.



자기유도는 또 송전 방식에 따라 '가동 코일 방식(1차 코일과 2차 코일이 이동)', '멀티 코일 방식(코일 3층 배치)', '마그넷 흡인 방식(중앙에 자석 배치)' 등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모두 코일을 이용해 주변에 자기장을 만든 다음 패드 위에 놓인 휴대폰에 전류를 흘려 배터리를 채우는 방식은 동일하다.



동관크로바는 현재 멀티 코일 방식과 마그넷 흡인 방식에 적용, 시판될 코일세트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진 법인장은 "이미 양산 중인 코일세트와 잇단 발주 접수된 코일세트 모델마 약 10개"라며 "이들 코일세트는 모두 자기유도방식을 적용한 무선충전기기 송신부(Transmitting Coil)에 장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유도 이미 '표준화'…자기공명 표준화 목표로 삼성이 뛴다



자기유도방식은 이미 표준화 작업도 완료됐다.



'치(Qi) 규격'이 그것인데 무선전력위원회(WPC, Wireless Power Consortium)라는 업계 단체가 만들었으며 무선충전의 사실상 표준을 만들기 위해 2008년 12월에 설립됐다. 노키아 필립스 파워키스 에너자이저 에스티-에릭슨 등 18곳이 정회원이고, 삼성전자 LG전자 HTC 파나소닉 버라이즌와이러리스 등 82곳이 준회원으로 등록(2011년 11월 기준)돼 있다.



반면 자기공명방식은 아직 표준화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 마디로 개발이 완료됐다고 해도 범용이 어려운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 무선충전연합)'의 설립을 발표한 이후 자기공명방식의 표준화를 위해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퀄컴 SK텔레콤 페이커 어쿠스틱 파워맷 길 인더스트리 등이 가입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진 법인장은 "코일세트는 자기장을 형성하는 코일과 근거리무선통신 핵심소재인 페라이트시트(ferrite sheet)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세트의 납품을 위해 WPC 정회원 1곳을 포함한 글로벌기업 3곳 등과 NDA(기밀유지협약) 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에 돌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공명이 표준화될 경우 코일세트의 납품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로소 전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 무선전력 전송 시대가 열린다. 케이블 전선이 없는 가전기기는 물론이고 산업기기와 의료기기 그리고 LED 조명에 이르기까지 머지않아 '진짜 선이 없는 충전의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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