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인 밀집지역 왕징(望京)에서 징청(京承)고속도로를 타고 25km를 가면 베이징 야구 애호가들의 공간인 다전야구장이 있다.



녹색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야구 유니폼을 폼나게 차려입은 한국 교민 야구동호인들의 야구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선수들은 치고 달리며 땀을 흘리고 벤치에 앉은 선수들과 매니저는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응원한다. 그라운드 외곽에서는 팀별로 캐치볼, 배팅 연습, 수비 연습이 한창이다.



4월 30일 열린 베이징한국인야구연합회(Beijing Korean Baseball League, BKBL)의 NBO 리그 경기장면이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BKBL은 한국 교민 뿐 아니라 중국인들까지 어우러진 베이징의 대표 야구 동호회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봄날, 다전야구장에서 BKBL 이희명 회장을 만났다.















▲ BKBL 이희명 회장





베이징의 대표 야구 단체

지난 2005년 9월 6개 팀으로 처음 결성된 BKBL은 지난 9년 동안 교민사회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교민 동호회로 성장했다.



결성 전까지만 해도 야구를 좋아하는 교민들이 일본리그에 참여해 활동해야 했지만 결성 후 현재는 한국 팀 12개, 중국 팀 1개 등 총 13개 팀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10대 유학생부터 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일부 팀에는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BKBL 소속 선수들은 모두 300여명이나 되며 매주 토요일마다 야구장에 모여 땀을 흘린다. 소속팀 대부분이 자비를 들여 한국에서 유니폼, 글러브, 배트, 스파이크 등 야구장비를 공수해 올 정도로 열성이다. 또한 팀마다 감독, 코치가 다 있으며 대한야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된 선수 출신도 팀마다 1~2명씩 있어 야구 초보자라도 체계적으로 지도해주고 있다.



BKBL 이희명 회장은 “BKBL은 한국으로 치면 사회인리그 2부 리그의 중하위권 수준”이라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올해 중국팀과 타이완(台湾) 팀이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30일 열린, NBO 베이징 지역 예선에서 BKBL 소속 팀 선수들이 경기하고 있다.





야구로 한중 교류 꽃피우다

‘야구 불모지’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최근 올림픽, WBC 등의 영향으로 점차 야구 붐이 일면서 야구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2007년부터는 BKBL에 1~3개의 중국팀도 참가해 야구를 함께 즐기고 있다.



한편, 중국야구협회는 야구 저변 확대를 지난 2011년부터 매년 'NBO(National Baseball Open)'를 개최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야구 대회인 ‘NBO’는 베이징, 화남, 화동, 서부, 동북 등 5개 지역별로 나눠 3개월여간 지역별 예선을 벌인 뒤, 상위 20% 팀이 결선에 올라 10월에 결선리그를 벌인다. 참가 팀들은 대부분 사회인 팀이며 일부 팀 중에는 국가대표 출신도 있어 시속 140km의 공을 던질 정도이다.



BKBL은 NBO 초기 대회부터 참여해 한중간의 스포츠 교류를 다지고 있다. 이희명 회장은 “초창기만 해도 선수들간에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매년 경기를 치르면서 안면을 익히다 보니 이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친하게 지낸다”며 “이번 NBO 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환대해주고 선전을 다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기업 지원 절실, 유소년 야구단 설립 목표”

BKBL은 설립 초창기 때만 해도 대학 운동장을 전전하며 경기를 치뤄야 했지만 최근 다전 야구장이 설립되면서 한결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예전보다 여건은 좋아졌지만 야구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고 학생 팀은 재정적으로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2011년 NBO에서는 유학생 팀이 결선리그에 진출했지만 재정적 여건이 열악해 결선리그 진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희명 회장은 “사회인 팀은 그나마 낫지만 유학생들로 구성된 팀은 학기별 운영비를 마련하기도 빠듯하다”며 “재중 한국 기업들이 교민들에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지원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BKBL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베이징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꿈나무들을 위한 유소년 야구단 설립이다. 이 회장은 “자녀가 있는 한 사람으로써 야구를 좋아하는 베이징의 꿈나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맘껏 뛰어 놀게 하고 싶다”며 “향후 한국에서 열리는 소년체전에 재중대표로 야구단을 참여케 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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