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잔뜩 흐렸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우한(武汉)의 날씨는 좋습니다. 아침이나 밤중이나 베란다에 나가서 커피를 한 잔 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라는 생각 입니다. 그래서 저도 자주 나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베란다와 아파트 내부의 경계선을 바라 보았습니다. 안과 밖의 유일한 경계는 오로지 거실 창문 하나더군요. 그런데 그 창문을 열고 밖에 나가서 혼자 생각하는 내면(內面)의 세상과 다시 집 안으로 들어 와서 생각하는 세계가 사뭇 다릅니다. 인간의 모습, 인간의 생각과 사고(思考)가 이렇게 겨우(?) 창문 하나를 두고 극명한 차이를 보여 줍니다.



베란다에 앉아서 생각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안에서 생각하는 것과 많이 틀립니다. 나만의 공간, 나 혼자만의 사색이 주는 여러 자유도 있고, 말 못할 고민도 있습니다. 집 안에서는 꺼낼 수도 없는 여러 사연도 있고, 언듯 스쳐가는 추억이 있고, 심한 좌절과 당장 해결 해야 하는 인생의 숙제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깊은 생각도 다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오면 순식간에 잊어야 합니다. 아내가 바쁘게 밥을 하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T.V에서는 각종 뉴스가 흘러 나오고...... 주변의 집 안 모습이 여러 가지로 분주하게 돌아 가는 겁니다. 깊은 생각과 여러 고민은 잊어야 합니다. 내색 할 수도 없고 혼자서 딴 짓을 하며 외롭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은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같이 떠들고 밥먹고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 여러 모습을 지니며 오늘도 흘러 갑니다. 사무실 안에서의 업무, 그러다 잠시 옥상이나 휴게실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 생각은 다를 겁니다. 이런 환경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사고가 태어 났을 때부터 있었던 본능적인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사람이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즈음에는 나도 모르게 많은 사연을 간직하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아주 쉽게 말을 합니다. "인생을 가능한 단순하게 살아라!!" 



물론, 글쓴이의 뜻에는 심오한 깊이가 있을 겁니다. 다만,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게 사는 것이라면 인류의 역사는 단지 책 한 권으로 끝이 났을 겁니다. 사람 사는 것이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지요. 단순하기 커녕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고, 어렵고, 풀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알 수 없는 고통이 찾아 오고, 까닭도 모르는 행운과 불운이 교차 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펼쳐지기도 하고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황당한 일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일이 사람마다 수도 없이 발생합니다. 차라리 내려 놓으라는 말은 그런대로 이해가 갑니다.



이래서 사람의 생각은 안에서와 밖에서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숨기고, 감추고 가야 하는 생각이 있고, 떠들며 풀어야 할 생각이 있고, 열심히 홍보하고, 가르치고, 포장해야 하는 생각도 있을 겁니다. 성경의 바을 사도도 오죽하면 이런 고백을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오늘 아침에 뉴스를 보니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길에서 대형(?)사고를 쳤더군요. 술을 마시다 동석한 주미 대사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수행 하던 고위 공직자의 사무실 안과 밖의 모습이 이렇게 다른 겁니다.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듯이 인간의 모습과 생각도 달라집니다. 넥타이를 맨 공식 석상에서의 모습과 희미한 조명의 술집에서 아름다운(?) 인턴 여직원과 건배를 할 때는 다른 겁니다.



죄를 섬기고 싶은 육신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자신을 몰아 가는 겁니다. 죄의 법 아래로 자신을 사로 잡아 옵니다. 그리하여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며 엉덩이를 만지다 개망신을 당한 겁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성인 반열에 오른 사도 바울도 못 이긴 육체의 법을 내가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라는 탄식(?)을 하며 해서는 안 될 작업(?)에 들어 갔을 겁니다. 제 생각입니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수행하던 자리와 그 자리를 잠시 떠난 자리는 이렇게 다른 겁니다.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본성일 겁니다. 그렇다고 그 기질을 아무 때나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공직자와 지도층의 개인적인 윤리와 도덕적 품성은 그래서 검증을 받고 심사를 거치는 겁니다. 자기 한 명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의 치밀한(?) 작업이 성공했다면, 그리하여 남이 모르는 창문 밖의 추억(?)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청와대에서 브리핑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그만의 추억(?)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는 차를 한 잔 들고 베란다에 나갔습니다. 아마도 내일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럴 겁니다. 그리고 낮에 일터에 나가 일을 하다가도 잠시 피곤하거나 여유가 생기면 차 한 잔을 타서 혼자만의 장소를 찾아 갈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리고 여러 생각을 할 겁니다. 일과는 다른 주제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엉뚱한 주제를 놓고 깊거나 앝은 고민도 할 겁니다. 안과 밖의 생각이 늘 이렇게 다릅니다. 다만, 혼자서 생각하고 사색하고 고민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계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계"라는 말이 애매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평소 사고(思考)와 생각은 나도 모르게 자기 몸과 정신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늘 정신을 차리고 살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 듯도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고민하고 괴로워 하고 때로는 좌절과 시련에서 허우적 거릴 때도 있는 겁니다. 때로는 아내 몰래 산 로또 복권이 당첨 되거나, 입사 후 처음으로 높은 분께 칭찬을 받은 일로 너무 좋아서 혼자 희죽 거릴 때도 있습니다. 갑자기 높은 자리에 올라 보니 20대 아가씨들의 엉덩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른들의 뜻은 "그럴수록 정신차리라"는 겁니다. 안 그런가요?



정부의 장,차관 임명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지겹도록 여러 소리를 듣습니다. 이 놈(?)은 이래서 안 되고 저 놈(?)은 저래서 안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소한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사람은 안 된다"는 뜻도 있을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집안의 창문을 경계로 안과 밖에서는 생각이 다른 것과 정신을 못차리고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자기 생각을 몰아 가는 것은 차원이 틀린 겁니다. 어쩌면 자기 혼자만의 사고(思考)와 고민도 나름 지향하는 방향이 있어야 할 겁니다. 비록 창문 밖의 혼자만의 생각이라 해도 그야말로 위험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사회에 누가 되는 사고(思考)는 가급적 자제해야 할 겁니다. 그 방향이 올바르지 못하면 이렇게 나라와 국민 모두가 개 망신을 당하는 겁니다.



박 대통령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방미 외교의 (나름 괜찮다는) 성과도 이 정신 나간 대변인(?)의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으로 퇴색이 된 겁니다. 대한의 남자들이 하도 시원치(?) 않아서 해방 후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을 선택한 한국의 아줌마 들은 "한국 남자들은 정말로 구제 불능이구나!"라는 탄식을 할 겁니다.



고위 공직자의 별장 성접대, 국가 대변인의 성추문..... 그냥 "오호라 나는 곤고한 몸이로다"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될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대변인이 이번에는 대통령과 국가 대사를 대변(代辯)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변(大便)을 싸고 황망하게 도망쳐 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아침에 접해 보면서 재외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실망스런 느낌을 가져 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의 창문 밖에서는 "높은 데 있는 양반들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는 생각을 많이 해 봅니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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