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저녁, 제주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신 '해나호'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호화 크루즈선에 탑승한 중국 관광객 2천3백여명이 업체간의 빚 분쟁으로 인해 제주항에서 사흘째 억류 중이다. 크루즈선 운영업체 측은 관광객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전용기 2대를 급파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하이항(海航)그룹에서 운영하는 크루즈선 '해나호(海娜号)'는 지난 13일 오후 4시경, 제주항에서 인천항으로 출항하려다가 출항 금지 조치에 처해져 40시간 이상 억류된 상태이다.



이는 하이항그룹과 법적 분쟁 중인 장쑤샤강(江苏沙钢)그룹이 공탁금을 낼 때까지 이 선박을 이동할 수 없게끔 신청한 가압류와 감수·보전처분이 제주지법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장쑤샤강 그룹은 하이항 측에 보증금 1천690만위안(30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항그룹은 장쑤샤강 측에 5천8백만달러(630억원)의 채무가 있어 현재 파산이 임박한 상태이다. 두 회사는 당초 계약에서 채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 어느 항구든 상관없이 크루즈선을 정박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해나호'는 당초 일주일간 중국 톈진(天津)에서 출발해 제주도와 인천을 거쳐 다시 톈진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크루즈선에는 현재 관광객 1천659명, 직원 650명이 탑승해 있다. 승객 대다수가 중국인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비교적 많으며 한국인은 3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승객은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답답함을 호소하며 배에서 내려 제한적으로 제주관광을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측에요청했으며 일부는 크루즈 출항이 늦어져 여행 일정이 틀어진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승객 자오(赵)모 씨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간의 분쟁이 왜 해외로까지 확대돼 자국 승객을 인질로 삼는지 모르겠다"며 "관광이고 뭐고 하루빨리 귀국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 황(黃)씨도 "승객들이 상황을 가족 등에게 알리려면 국제전화를 해야 해 승객 대표가 회사측에 대해 무료로 전화를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하지만 회사측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하이항그룹은 승객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용기를 급파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 하이항 측은 15일 오전 전용기 4대를 제주도로 급파키로 했다. 이 중 2대는 오전 10시 5분, 오전 10시 23분에 각각 베이징 수도(首都)공항을 출발해 오후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억류된 중국인 283명이 15일 오후 베이징으로 돌아왔으며 나머지 관광객들도 이틀 내에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항그룹은 승객 1인당 여행일정 변경 등에 따른 보상금으로 2천위안(36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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