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위생기준…올들어 김치수출 '0'

고성장하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짝퉁 등장에 매출 '제자리'

신선품 위해 냉장유통망 확보 시급



쓰촨성 청두시 톈푸얼가(街)의 이토요카도 백화점. 식품매장 쇼핑객들이 밀고 다니는 카트에선 김치가 쉽게 눈에 띄었다. 주부 왕란 씨(39)는 “매운맛을 좋아하는 쓰촨 사람들에게 딱 맞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팔리는 김치는 모두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중국의 불합리한 검역기준 때문에 한국산은 들어올 수가 없다. ‘일방통행식’ 검역과 통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짝퉁’ 그리고 유통채널의 높은 진입장벽 등은 중국에서 식품한류가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 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이토요카도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김치 샘플을 맛보고 있다.



용량이 다르면 같은 상품이 아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한국에선 중국에 한 포기의 김치도 수출하지 못했다. ‘김치 100g당 대장균군 수가 30개 이하’라는 중국의 검역규정 때문이다. 전통 절임채소인 파오차이와 동일한 기준이다. 하지만 끓는 물에 삶는 파오차이와 달리 김치는 발열처리를 하지 않는다. 유산균을 비롯한 각종 균이 많이 들어 있는 김치를 살균한 파오차이와 동일한 기준으로 검역해 통관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반면 중국산 김치는 한국의 검역규정에 따라 수입되고 있다. 작년에 1537억원어치가 들어왔다.



체계화되지 못한 통관절차 역시 문제다. 유자차를 중국에 수출하는 A사는 지난해 납품계약을 지키지 못해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당초 한 가지 용량의 제품만 수출하다가 상품 다양화를 위해 여러 가지 크기의 제품을 선적했다가 낭패를 본 것. “똑같은 유자차가 들어 있는데도 단지 용기 크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로따로 위생검사 등을 받도록 요구해 결국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수출업체인 한얼푸드의 김민형 사장은 “작년에 중국으로 수산물을 수출할 때 중 당국이 별 설명 없이 검역을 지연시켜 결국 부패하는 바람에 제품을 폐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잘나간다 싶으면 등장하는 ‘짝퉁’ 제품은 고질병이다. 빙그레는 작년 바나나맛우유 한 품목으로 중국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전년의 10배에 달했던 성장세는 올 들어 찾아보기 어렵다. 신시왕, 웨이강, 둥팡, 멍뉴 등 현지업체들이 올초부터 바나나맛우유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서다. 가격이 20~30%가량 쌀 뿐 아니라 상품명을 한글로 표기한 제품도 마트에서 팔린다.


















중국 전역 아우르는 물류망 필요하다



식품 수출은 현재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내륙 깊숙한 곳까지 진출할 만큼 탄탄한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상하이에서 수산물 수입을 하는 김명운 씨(43)는 “중국의 지방 유통망은 지역 토호들이 장악해 진입장벽이 높고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황재원 베이징 KOTRA 부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어 중국 유통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농수산물 유통을 위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을 구축해 신선식품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2011년 중국 정부와 콜드체인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을 맺었다.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보따리무역’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따리무역 상품 중 상당수는 한국의 대리점 ‘밀어내기’ 등으로 암시장에 나온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 부관장은 “한국식품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현지 가격구조를 흔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보따리무역을 없애려면 국내 유통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현지 유통업체들의 무리한 요구도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식품 수입을 하고 있는 장경민 씨는 “현지 대형마트들은 ‘바코드비’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입점 비용을 요구한다”며 “지역 점포별로 다시 돈을 줘야 하고 좋은 진열대를 차지하는 데도 뒷돈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상하이 대형마트들에 중국풍 참치를 입점시킨 동원F&B는 바코드비에만 1억2000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호 KOTRA 사장은 “농가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유통망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에 신속하고 안정된 통관 및 검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경제신문과 온바오닷컴의 상호 콘텐츠 제휴협약에 의거해 보도된 뉴스입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경제신문에 있으며 재배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