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대학생 ‘국인(國人)’의 질문: “통일은 왜 해야 하나?”



지난 1월 13일,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봄이 되면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40명의 11기 ‘국인’들은 먼저 한국에서 5일간의 다양한 산업시찰과 강연을 거쳤고, 국제적 감각을 익히기 위한 4박 5일의 중국 연수를 온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가 국내 우수 예비대학생들의 글로벌 리더십 향상을 위해 2004년 1기 32명으로 시작된 ‘국인’ 프로그램은 올해 11기 40명을 포함해 총 572명을 배출했다고 한다.



‘국인’은 ‘국가적 인재’와 ‘국제적 인재’의 줄임말로, 국제적 안목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의 의미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는 설명을 하는 한 학생의 눈빛이 신선했다.



필자는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 베이징협의회 통일연구팀장이라는 역할로 인해, 주최측으로부터 ‘국인’을 위한 베이징특강을 한달 전에 의뢰받았다. 그리고, 1월 14일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에서 필자는 이들을 위해 '통일 한국과 중국의 꿈: 국인 11기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필자의 강연이 끝나자,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왔다. “통일은 왜 해야 하나요?”라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이 질문에는 한국에서 회자되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묻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통일은 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은, 통일은 왜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바로 ‘통일’에 대한 본질적 문제와 근본적 문제를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통일은 한민족의 불확실한 미래 공동위기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



한국에서 회자되는 ‘통일에 대한 당위성’의 논란은 분단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고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의미의 정당성을 충분히 가지긴 하나, 통일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다.



통일 당위성 논란은 논란의 전개 과정에서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되고,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논란은 결국 개인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의 손익 계산으로 연결된다. 당연히 자신의 부담이 남들보다 가중될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부분적 ‘저항’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렵게 대한민국의 ‘국민적 합의’를 이뤄도, 남북한 한민족의 ‘민족적 합의’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국들의 우호적인 협력이 없이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강력한 외부적 변수의 존재는 또다른 태산이다.



한반도 통일은 통일비용 부담으로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손익의 개념으로 접근되어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힘들다. 게다가 주변국들의 이해득실도 중요한 장애변수이다. 즉, 당위성을 강조하다보면, 오히려 손익계산으로 인해 국민적·국제적 화합과는 멀어진다. 이것이 필자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이다.



통일은 당연히 되어야 한다. 통일의 당위성은 한민족의 숙원이자 소원이며, 이 가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과 핏줄이 분단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한 필자의 생각도 물론 확고하다.



강조할 점은, 실질적인 통일을 위한 담론의 핵심은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개개인의 손익관점은 국민적 분열을 조장한다. 국민적 합의를 위해, 모두의 손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불확정한 미래 공동 위기에 대한 ‘예방’을 강조하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겠는가?



통일은 미래의 불확실한 한민족 공동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일은 부담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이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이었다.





한반도 통일에 어떻게 주변국들이 참여하게 할 것인가?



통일 당위성 강조는 국내적인 ‘국민적 합의’ 도출에도 문제가 있지만, 주변국들의 우호적 협력 조성에도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한반도 통일을 통해 자국의 손익을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는 주변국들이 ‘당위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동의할 것인가?



주변국들의 반복되는 ‘외교적 수사법’은 통일의 방향과 진전에 모두 걸림돌이다. 그들의 속내를 감추고 대외적 수사법으로 일관하는 주변 강대국들을 어떻게 한반도 통일에 참여시킬 것인가?



주변국에 대한 한국의 담론은 ‘통일한국 유용론’이다. 통일한국이 주변국들에게 ‘유용하다’는 것을 설득하자는 말인데, 이 ‘유용론’ 역시 ‘당위성’처럼 통일 실현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본질과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국내적 담론인 ‘통일한국 당위성’이나, 주변국과의 국제적 담론인 ‘통일한국 유용론’은 모두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약점은 공통점을 지닌다. 이것은 바로 ‘참여자’들이 ‘손익계산 접근법’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되면, 필자가 강조할 다음의 답이 연상될 것이다. 비로 그것이다. 주변국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접근법은 ‘공동위기에 대한 예방준비’가 답이라는 말이다.



남북 당사자의 직접적인 피해는 거론할 여지조차 없이 심각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돌발변수로 인한 급변사태의 심각한 실질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몰려드는 난민과 북핵 사고의 피해는 산정조차 쉽지않고, 완전한 차단도 불가능하다.



일본은 말할것도 없고, 비교적 지리적으로 유리한 미국의 경우도 북한의 돌발변수와 급변사태에 대한 피해는 피해갈 수 없다. 북한 핵무기나 대량 살상무기의 국제적 유출이나 확산은 물론이고, 북한 급변사태로 인하여 미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북한의 도발은 늘상 예상되는 미래 위기이다.



결국, 북한의 돌발변수로 발생되는 급변사태의 후유증에 대해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반드시 ‘예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한 준비는 주변국들의 ‘공동 참여’가 가장 효율적임은 말해 무엇하랴.





‘통일준비위원회’에 바란다: ‘3·4·6 국제협력 통일준비전략’ 제안



2월 25일, 한반도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설립을 선포한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접근법은 그런 점에서 아주 정확한 핵심을 짚고 있다는 판단이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해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발표보도이다.



이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통일정책을 주관하는 ‘통일부’와 통일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와는 어떤 차별을 둘 것인가?



우려의 요점은 소위 ‘상명하달’식의 통일정책 전개로 실질적인 ‘국민적 합의’와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새롭게 신설되는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이 기존 조직과 중복되거나 혹은 '옥상옥(屋上屋)'이 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는 검토중일 것이다.



검토중인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 필자는 한반도 통일준비, 즉 ‘북한 급변사태와 위기관리’를 위한 ‘3·4·6 국제협력 통일준비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3단계 추진’이다.

1단계로 불확실한 급변 위기 사태에 대한 공동 예방 준비 단계를 추진하고 그 다음으로 2단계인 기존 현상유지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갈등 해소 단계를 추진한 후, 마지막으로 3단계인 주변국을 포함한 미래 공동번영 평화협력 추진 단계를 추진한다.



둘째, ‘4개 부문의 국제복합 추진’이다.

기존에 제시된 4개부문을 국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즉, ▲국제정치(외교•안보) 협력분야 ▲국제경제 협력분야 ▲국제사회(INGO 포함) 협력분야 ▲국제문화 협력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6개국 국제협력 통일준비 추진’이다.

즉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EU(특히 영국•프랑스•독일의 유럽통합과 화합경험의 한반도 활용)의 공동 참여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EU를 하나로 보고, 6개국 국제협력에 있어서의 핵심은 새로운 동아시아 ‘문제아’로 돌출된 ‘일본’의 배제에 있다. 그리고, 일본이 배제된 이유의 연장선상에 바로 오랜 역사적 갈등을 해소한 ‘EU’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충분한 근거도 있다.



게다가 북핵문제의 최종 해결점은 유엔의 5개 상임이사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즉 ‘안보리’에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EU(특히 영국•프랑스•독일)가 한반도 위기예방을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결정적인 ‘권위’와 ‘정당성’을 가진다.





‘일본 우경화’ 갈등 요소를 차단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집중하자



북한의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이 겪는 어려운 생존의 고통은 국제사회가 인류애의 발휘를 통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모험적으로 진행하는 ‘핵무기 개발’과 ‘대량살살무기 개발’은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현존하는 동아시아의 문제는 냉전이래 독보적이던 ‘북한/북핵문제’에 이어, ‘일본 우경화 문제’로 양분되어 있다. ‘일본 우경화 문제’는 결국 북한에게 중단해야 할 핵무기 개발에 여유 시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오랫동안 방치되는 ‘6자회담’의 재개는 불확실하다. 설사 재개된다해도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일본의 집요한 방해’와 새롭게 대두된 ‘일본 우경화 문제’로 인하여 ‘6자회담’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우리는 이번 ‘통일준비위원회’의 설립을 통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북한문제로 집중시켜야 한다. 주변국들에게 ‘통일한국의 유용성’을 설파할 것이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로 인한 공동의 위기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 위기예방 기제 구축’을 설파해야 한다.



통일한국을 위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시민단체의 통일운동 참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적 변수를 이번 ‘통일준비위원회’의 실천 강령과 연구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즉, 국제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통일한국이 주변국들에게 ‘유용한 이익’을 주는 것이 요점이 아니라, 지금부터 ‘국제협력’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의 북한 급변사태로 발생될 수 있는 피해와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야 한다.



지금은 허접한 일본의 우경화에 일일이 대응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적 합의는 물론, 주변국들이 북한문제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 조직과는 별도로, 필자가 위에서 제안한 ‘3·4·6 국제협력 통일준비전략’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EU가 참가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국제준비위원회’의 국제적 제안에 대한 별도의 검토는 또한 어떠한가? (ssoonkim2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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