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동부이촌동서 상암동으로 이사

용산 주상복합단지 '외국인 마을'로 변신



확정일자 안받아 집주인 소득노출 안돼

외국인 임대는 전·월세 과세 '무풍지대'
















[한국경제신문 ㅣ 이현진 기자] 일본 무역업계에 다니는 사토 히로미 씨(35)는 지난해 한국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가 112만원의 월세를 내고 들어간 곳은 서울 서대문 지역에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다. 회사와 멀지 않다는 지리적 요인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 사토 씨는 “예전엔 한국으로 발령 나면 빌라나 오피스텔에 머물렀으나 요즘은 주상복합아파트나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과거 대사관 근처 빌라 중심으로 형성된 외국인 임대 시장이 지역적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 주거시설도 주상복합아파트 레지던스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등포·구로 등에 외국인 몰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외국인(올 1월 말 기준)은 모두 24만4410명이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가 3만510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구로구(2만7204명) △금천구(1만7234명) △관악구(1만7100명) △광진구(1만2512명) △용산구(1만2185명) 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미군 부대가 있고 외국 대사관이 많은 용산구가 외국인 거주자 순위 선두권에 있었지만 다국적 기업 국내 진출과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많아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와 동작구 등은 여의도에서 출퇴근하는 외국계 금융회사 직원들이 많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화이트칼라’ 직군이라 집주인들이 선호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광진구는 강남권에 직장을 둔 외국인이 많이 산다. 구로·금천·관악 등은 상대적으로 방세가 저렴해 조선족이나 중국인 근로자가 많다.



미국인은 용산 주상복합, 일본인은 상암동으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외국인 마을’이 형성된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주로 미국인 중심의 미8군기지 인근 용산 지역과 일본인이 집단 거주하는 동부이촌동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8군기지 인근 평화공인중개사 이승재 대표는 “용산 외국인 세입자의 70~80%가 미군”이라며 “예전에는 이태원 주택이나 빌라에 주로 살았으나 2006~2007년께 인근에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이 본격화된 뒤 이들 고급 아파트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 프라임’, ‘GS파크자이’, ‘대우월드마크’, ‘CJ나인파크아파트’, ‘아크로타워’ 등 용산·한남동·이태원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가 주요 대상이다.



동부이촌동에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뒤 일본인 학교가 들어서며 상사 주재원, 일본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이 모여 사는 일본인 마을(별칭 리틀도쿄)이 있다. 이곳 박사공인 정순재 대표는 “한가람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본인이 모여 산다”며 “최근 일본인학교가 상암동으로 옮겨가면서 이사 가는 일본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동대문 인근에는 ‘중앙아시아촌’이 형성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보따리상들이 동대문시장으로 모여든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은 특히 몽골인이 많이 살고 있어 이들이 자주 찾는 몽골 식당과 운송·송금업체 등도 생겨났다.



휴대폰 렌털 서비스도 지원



외국인에게 집을 월세로 임대할 때 단지 집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외국인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소와 집주인들은 특별한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먼저 중개업소는 휴대폰 외에도 가구 렌털을 돕거나 이사 비용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이태원의 청진부동산 김용인 대표는 “우리야 손으로 설거지하고, 빨래를 밖에 내다 말리지만 외국인들은 식기세척기와 빨래건조기 문화에 익숙해 이 두 가지는 집주인이 설치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과 냉·온수기를 설치하는 건 물론 때에 따라 110V 변압기 등도 주인이 미리 장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순수 월세…확정일자 드물어



외국인에게 집을 임대줄 때 대부분은 한 달치 방세를 보증금으로 받은 뒤 매달 방세를 매기는 보증부월세나 순수 월세로 계약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외국인 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군은 개인이 아닌 군당국이 집주인과 계약을 맺는다. 이때 미군 주택과에서 주변 시세를 조사해 정해준 집세의 상한선을 넘길 수 없다. 미8군 등록업체인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군 주택과가 정해준 집세 상한선은 이미 6~7년 전 기준”이라며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높여 받고 싶지만 아파트·평형·직책별로 정해져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 용산 지역 주상복합아파트를 기준으로 50평형대(전용 130㎡)는 300만원대, 30평형대(전용 84㎡)는 200만원대로 정해져 있다. 같은 아파트 50평형대를 내국인과 계약할 경우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0만원 정도다. 때문에 차라리 월세 확보가 좀 불안하더라도 내국인에게 임대하는 것을 고민하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세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최근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군에 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났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외국인의 경우 보증금이 거의 없다.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드러나지 않는다.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집세에 둔감하다는 것도 집주인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서울 연세대 인근 외국인학사와 국제학부가 있는 대신동 주변의 방세가 신촌동·창천동·연희동의 방세보다 10만원가량 비싸다. 창천동 한 공인중개사는 “대학가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많은 동네의 방세가 더 비싼 게 정설”이라며 “한국에 들어오는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은 대부분 본국에서 주거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그다지 방세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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