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에 평양 프로젝트 일로 북한의 여러 도시로 여행을 갔었고 올해 2월 김정일 생일을 맞아서는 평양시에서 나흘, 개성시에서 하루,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17일 평양시 김정일화전시회장에 방문했다. 이날은 김정일의 생일 다음 날로 북한의 국가명절이기도 했다. 꽃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전시회장에는 외국 정부나 단체들이 선물해준 꽃들이 있었지만 꽃 색깔은 전부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어 하나같이 김정일화로 보였다.


















전시회장은 정말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가건물처럼 보이는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무리를 지어 북한 주민들과 함께 꽃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장 안에는 로켓, 눈 덮인 풍경의 입체 모형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똑같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루한 생각이 들었지만 북한 군인들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대부분은 북쪽 지방 도시들에서 온 사람들이었는데 마치 특별 휴가 여행을 온 것 같았다. 군인들이 전체적으로 키가 작은 점이 흥미로웠다.


















북한 가이드에게 군인들 모습을 찍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이 전시회 풍경을 찍으면서 그들 모습이 하나도 안 들어가게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많은 군인들이 제일 큰 동상 주변에 모여 있었는데 우리가 근처로 다가가자 한 군인이 "외국인들이 동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비켜주자"고 말했다. 그때 벌어진 광경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 마치 성경에 나오는 바다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정일화전시장에서 나와 실내 아이스 링크장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 피겨 스케이팅 페스티벌 폐막식을 관람했다.


















공식적인 올림픽 경기는 아니었지만 퍼포먼스는 꽤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천정에 달려 있는 정치선전물들 같은 것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주민들은 북한 팀의 퍼포먼스에만 환호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북한 팀의 퍼포먼스는 약간 난해했고 다른 팀들과는 완전히 다른 특유의 음악과 폭죽을 터트려 군대식 스타일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오후 야외 아이스 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가이드로부터 아이스 스케이팅이나 롤러블레이드가 평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아주 많은 주민이 있었지만 누구도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았고, 스케이트타고 원을 따라 돌면서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낯선 사람들과 말도 할 수 있었다. 그중 김일성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과는 30분 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원수님(김정은)의 자애로운 영도로"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갔다. 지난해 7월에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호화로웠다. 반면 뒤로 보이는 류경호텔은 유리 창문만 달았을 뿐 안에는 공사가 중단돼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북한 가이드는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로 한국 전쟁에 대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미군의 총, 탱크, 비행기와 같은 야외 전리품들을 보여줬다.


















1968년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미군함은 기념관에 전시되고 있었고 현재는 '미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강력하게 대응했다'는 식의 정치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배를 관람하면서 사살된 미군 사진들을 보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는데, 이런 것들이 반미 선전꺼리로 전락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안은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글로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긴 하다. 시내 외곽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는 창문도 없는데 기념관은 파리에 있는 오페라 극장처럼 화려하게 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만들어 내는 사치스러운 낭비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즉, 수억 달러를 쏟아 부은 북한의 정치선전 기계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양에 있는 피자리아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가이드는 김정일이 이태리를 방문한 이후 요리방법을 북한에 들여왔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요리사들을 이태리에 보내 피자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했다고 했다. 또한 평양에 2개의 피자리아가 있는데 모든 재료는 전부 이태리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가게에서 나온 피자 중 하나. 모양도 그럴 듯 보였고 맛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북한 고려 항공기를 타고 자유로운 곳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돌아왔다. 은둔국가에서 보낸 한 주가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줬다. 이젠 북한을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과 선전하는 정치문구들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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