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만 1조원 투자…6년 새 80배 늘어나

게임·패션 등 알짜 콘텐츠 보유 기업 투자 '1순위'

동부하이텍·팬택 등 반도체·휴대폰 산업도 정조준



[한국경제신문 ㅣ 고경봉/박동휘 기자] 유아용품 생산업체 아가방 인수(랑시그룹·320억원), 영화벤처펀드 투자(알리바바·1000억원), 연예기획사 키이스트 지분 매입(소후닷컴·150억원)….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소식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업종도 불문이다.



진도 전복양식장(장쯔다오그룹·2000억원)에도 차이나 머니가 진격할 움직임이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문기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투자는 올 상반기에만 9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120억원)보다 80배 늘어났다.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도 9건에 이른다.




















◆주목받는 아비스타 모델



2012년 한국 패션업체인 아비스타는 중국 디샹그룹에 넘어갔다. 디샹그룹은 아비스타 지분 36.9%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아비스타는 디자인과 상품개발을, 디샹은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전략적 역할분담’이 뒤따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2년 27억원에 불과했던 아비스타의 영업이익은 올해 102억원(추정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비스타는 2020년까지 3000개의 중국 매장을 확보하고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아비스타 모델’이 한·중 양국기업 투자의 전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자인과 개발능력을 가진 한국, 시장 및 유통부문에 강점을 가진 중국 회사의 협력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 것. 최근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윈윈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스토리를 만들거나 제작하고 중국 회사들이 중국 내 유통을 책임지는 방식의 공동 사업체제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 합작영화는 중국의 스크린쿼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치가 나오자마자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것은 아비스타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이춘우 중국 카카카라화장품 대표) 중국투자펀드협회는 다음달 중국 기업인으로 한국투자시장 시찰단을 구성해 방한한다.



◆한국 기업 전방위 인수



중국의 한국 기업 인수 시도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근 위안화 청산결제 은행이 설립되면서 자금의 유출입이 쉬워졌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영화 음악 게임 등 콘텐츠산업의 중국 수출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화 음악 등 중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0년 530억달러에서 올해 811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들이 구조조정 등을 위해 내놓은 핵심 산업 분야에도 상당수 중국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매각 작업이 시작된 동부하이텍, 대한전선 등을 놓고 중국 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도 중국 기업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TX다롄도 중국 내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푸싱그룹은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한국 생명보험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 등을 포함한 범(汎)중국계 자금의 유입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대만의 훙하이그룹은 SK C&C 지분 4.9%를 3810억원에 인수했고,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경영권을 사들였다. 보고펀드 채권단이 매각에 착수한 LG실트론 지분 역시 대만 업체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투자 범위가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 한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 분야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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