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오는 29일로 출범 1년을 맞지만 구체적 시행세칙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기업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지난 9월19일 상하이시 상무위원회 회의실. 꾸쥔 상무위원회 부주임과 리쟈오지에 상하이자유무역구 관리위원회 부주임 등 중국측 인사 6명과 미국·유럽연합(EU)·독일 상공회의소 실무자가 마주 앉았다. 한국에서는 코트라 관계자가 참석했다. 상하이시 정부가 상하이자유무역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 상공회의서 관계자는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뭐 하나 확실하게 정해진게 없어 제대로 안내를 해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U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점진적으로 규제를 푸는 건 좋지만 대략적인 로드맵이라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오는 29일로 출범 1년을 맞는 상하이자유무역구의 현 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2013년 9월29일 상하이자유무역구가 출범할때만해도 상하이가 ‘제2의 홍콩’이 될 것이란 기대가 한껏 고조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하이자유무역구가 다른 지역보다 자유로운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파이낸셜타임스)는 냉소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년새 외자기업 1361개 설립



상하이자유무역구 개설을 주도한 것은 중국 정부의 2인자 리커창 총리였다. 그는 일부 중국공산당 지도부 및 정부 각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자유무역구 개설을 관철시켰다. 지난 30여년간 수출과 투자 위주로 고도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시장친화적인 경제운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리 총리의 생각이었다.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추가적인 개혁과 개방 정책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테스트 베드(시험장)’였다. 주요 정책은 △일부 금지 업종(네거티브 리스트)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 자유화 △무역 및 통관 간소화 △금융개방이었다.



상하이자유무역구 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적잖은 성과를 거둔것 처럼 보인다. 작년 9월 출범이후 올해 7월말까지 무역구내에는 1만1807개 기업이 생겨났다. 이 지역에 지난 20년간 등록한 기업수(약 8000개)보다 더 많다. 이중 외국계 기업도 1361개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45개사다. 지난달말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 자유무역구내에 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상하이자유무역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분야에서도 HSBC를 비롯한 총 23개 외국계 은행이 지점을 설립했고, 최초의 외자 병원인 독일 아르테메드 병원도 설립 인가를 받았다.



○시행세칙 미비로 실제 혜택은 부족



상하이자유무역구의 이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업 및 유관기관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세칙 마련 작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꼽힌다. 한국에서 아트프린터 디자인문구 등을 제조하는 비핸즈는 올해 2월 자유무역구에 중국 현지법인 상하이예안국제무역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통관 절차가 간소하고 신속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민은주 상하이예안국제무역공사 매니저는 “그동안 두 차례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왔는데 통관과 관련해서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며 “세관측에 물어보니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 경우 지난해 상하이자유무역구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각 자유무역구내 병원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병원 설립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설립 인가가 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의 한 병원과 합작으로 상하이의 다른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황유선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외국인에게 개방된 산업이라고 해도 막상 실제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가가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했던 금융분야의 개방이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상하이자유무역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당초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구내에 설립된 외국계 금융회사에 본토 주식 채권 투자 허용 △금리자유화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서비스업 전면 개방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행에 옮겨진 것은 리스회사 설립을 허용한 것과 300달러 이하 예금에 한해 금리를 자유화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금융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3대 기관들간의 주도권 다툼 등으로 자유무역구를 통해 금융개방을 실험하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내부적으로도 금융개방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국내은행 중국법인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상하이자유무역구 1년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1년간의 성과만으로 상하이자유무역구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강국 주상하이총영사관 부총영사는 “올 들어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차례로 상하이자유무역구를 다녀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상하이자유무역구는 현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의 상징인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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