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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강의실 한켠에서의 풍경 스케치

햇수로 따져 지난 10년간 내가 주로 해 온 일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에 호감을 가진, 한국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한족 대학생들이었다. 한류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온 학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그 수효는 상대적으로 미미했을 뿐 아니라 배우다가 중도에 곧잘 포기하곤 했다. 역시 분위기에 편승한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딛고 난이도가 높은 고급 과정까지 주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가 갈수록 한국 기업 취업보다는 한국 유학을 의식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중국 중산층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여기에는 한국의 대학들이 중국 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하게 제공하는 여러 특전들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모집난, 경영난에 봉착한 대학일수록 과도한 특혜를 제시하는 편이고, 또 그런 일부 대학의 행태에 한국 교과부는 모집 제한을 통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 조선족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릴 때부터 한족 학교에 다녀서 한국어를 온전히 외국어로 접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법적으로 한족 아닌 조선족이면서도 민족어도 구사할 줄 모른다는 아쉬움과 회한이 그들 표정에 역력했고, 그런 만큼이나 대체로 주눅든 모습을 보였다. 또 그런 가운데 일부는 조선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에 있었다. 그런 학생일수록 내면에 외부 환경을 조화시키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만을 위한 효율 높은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관계로 별도의 조치를 취해 주지도 못했다.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언어 환경이 여느 한족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태에서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근래에 들어 비록 아직 소수이긴 하나 대학생 위주의 성인층 일변도를 벗어나 청소년층 학생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있다. 성인이 아닌 만큼 그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기보다는 학부모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들의 학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떻든 반가운 일이다. 현실이 척박하여 그들 또래에 맞는 학습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1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학생들의 수업태도에도 변화가 많이 왔다. 사교육이 낯설었던 때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자세는 정규 학교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60~70년대처럼 선생님 앞에서 흐트러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교권이 무너진 한국에 비해서 이 부분은 아직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이른바 '바링허우 세대'(八零后 一代 :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자란 80년대 이후 태생)들로 채워진 지금은 조금씩 한국 학원가의 풍경처럼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끼고 앉아 끊임없이 외부와 교신하면서 수업받는 학생도 드물지 않다.

사실 외국어 하나를 제대로 구사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 발달 단계와도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나이 들어 필요성을 깨달은 후 무작정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노력에 따라 비례적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중도에 지치기도 쉽다. 생활 환경이 해당 언어와 동떨어져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IT기기들이 발달해 좋은 교육 보조재가 되어 주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다.

수업 도중 문법 하나를 설명한 후 "알겠습니까?"하면 "알겠습니다"가 아닌 "돼요"가 돌아온다. 중국어식 표현 ‘行’이나 ‘可以’를 나름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중급 작문 숙제를 냈더니 어느 학생이 쓴 글 중에 "전 그때 참 고생을 많이 먹었습니다"란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중국어식 표현 ‘吃苦头’를 단어 하나씩 옮겨 직역한 표현이다. 한국 유학을 다녀와 제법 회화에 익숙한 학생조차도 헤어질 때 "그럼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가 아닌 "그럼, 바쁘세요"라고 한다. ‘那你忙吧’의 직역이다. 습관적 표현이란 이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사회 체제나 관습, 제도가 달라서 이해되지 않는 건 언어적 수단을 동원한 설명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인가'와 '허가'의 행정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문장이라든지 '주민센터'같은 단어가 나올 때, '나눔의 미학'처럼 중국 사회에서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개념이 등장할 때는 실로 난감하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읽기과목에 나오는 지문 중 상당 부분은 중국 학생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듣도 보도, 접해 보지도, 일찍이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즉 이들은 똑같은 시험에 응시하는 미국 학생이나 일본 학생들과는 사회환경상 좀 다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 절대 다수가 중국 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교재의 내용은 물론 문제은행의 내용을 보편타당한 방향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다.

거꾸로 뒤집어 보자. 한어수평고시(HSK) 독해 지문에 ‘호구(户口)’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면 중국 생활 환경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한국 학생들은 그저 한국의 ‘호적’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며 접근할 것이다. 그것이 만약 ‘양회(两会)’쯤 되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학생이 아니라면 개념이 서질 않아 그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언어가 단지 의사소통의 기본 도구로서만의 언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해당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생활과 문화도 함께 익힌다는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건 그 다음의 문제이다. 사람 사는 동네에 공히 사용되는 보편적 내용을 습득한 후 2단계에 필요한 내용들이 시험지에 여과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딱한 노릇이다.

이런 의미에서 난 대외한국어교사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과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교사보다는 한국어 문법에 일정한 조예만 갖추고 있다면 중국과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교사가 일선에서 가르치는 게 낫다고 본다. 그들은 현실의 미비한 프로그램을 넘어 중국 학생들의 눈높이를 가늠하며 현장에서 나름 각색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pjt00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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