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공모관계 두고 오락가락
공소장을 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재단 설립을 공모했는지 정황을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공소장 앞부분에서 검찰은 ‘박근혜는 2015년 7월경 ‘문화융성’이라는 국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한류 확산, 스포츠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설립하기로 계획했다’고 적고 있다. 사익 추구가 아니라 국정의 일환이었음을 전제한 것이다. 또 그 무렵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구했고 최씨는 재단을 장악하기로 했다고 썼다.
공소장 뒤쪽에 가서야 최씨가 2015년 5월께 박 전 대통령에게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해 출연기업들을 배제하고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한 줄 적고 있다. 하지만 공모한 사람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단 설립은 최씨의 제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위해 공모한 내용도 입증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승계작업 등을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식이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이재용은 요구(재단 출연금)를 들어줄 경우 승계작업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박근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심증을 앞세웠다. 통상 검찰 공소장에 나온 추측성 내용은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이나 증거로서 증명돼야 한다. 뇌물죄 법리 요건이 법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