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랜드마크의 도시’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6번가의 빨간색 ‘LOVE’상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관광객들의 긴 줄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이런 랜드마크를 만나 볼 수 있을까. 서울시와 관계 부처는 7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난해부터 한강·여의도·코엑스 앞에 특색 있는 조형물을 차례로 설치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 조형물들에 대한 시민과 관광객의 반응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깝다.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 안무 중 손목 모양을 본뜬 거대한 청동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8.3m, 높이 5.3m의 이 동상을 만드는 데 배정된 예산은 4억1832만원. 이 중 제작 및 설치 비용으로 3억7780만원이 사용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세계적인 도시에는 저마다의 랜드마크가 있다”며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파리 라데팡스의 엄지손가락 동상처럼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강남스타일 동상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코엑스에 근무하는 박모(34·여)씨는 “지금 당장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요즘처럼 트렌드가 급변하는 때에 20년 후에도 사람들이 이 동상을 보고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를 떠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손목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으니 조금 징그럽다”며 “제작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