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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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오염유발 182개 업종 퇴출"
현대車 등 국내기업들 '비상'

[조선일보] 중국 베이징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한국 가구업체 A사는 지난해 시 정부로부터 "분진(粉塵)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이전 요구를 받았다. "뭔가 조사가 잘못된 것 같다"면서 항의했지만, 결국 허베이성으로 공장을 옮겨야 했다. 방수제로 쓰는 에폭시 도료 생산업체인 B사와 자동차 엔진 주물을 만드는 D사도 베이징시로부터 '이전 통보'를 받고 대체 부지를 물색 중이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의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각종 공장들을 외곽이나 인근 다른 성(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해당 한국 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공기 청정 행동 계획'을 만들고 이른바 '삼고양저(三高兩低)' 공장 대상으로 이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고양저'란 고오염·고에너지 소모·고배출과 저효율·저생산성 분야를 일컫는데, 석유화학·화공·철강·건축자재·비철금속 등 182개 업종이 포함됐다.

베이징시는 내년까지 300여개 공장을 시 경계 밖으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해외 공장 중 규모(부지면적 327만㎡)가 가장 큰 베이징 공장도 도마에 올랐다. 2002년 완공한 베이징 공장은 직원 1만4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연산 100만대로 전 세계 현대차 생산 물량 21%를 담당한다. 그런데 이 베이징 공장이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는 관측이 현지 협력업체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현대차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베이징 주재 정부기관 관계자는 "이전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나 난징, 간쑤성 등 중국 내 다른 대도시에서도 공장 이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환경 오염물질 배출 총량 상한과 허가 범위를 강화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공장 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최고 100만위안(1억80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상황에 따라 조업 중단이나 폐업 등 강경책도 시행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의 한국 기업 공장들에 대한 이전 요구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7월 금호타이어는 20년 전 지은 장쑤성 난징 공장 이전 작업을 시작했다. 난징시에서 도심 환경 개선을 이유로 이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2011년부터 4년간 시 정부와 협상을 벌여 부지 선정과 이전 보상금 등을 받기로 하고 도심에서 30㎞ 떨어진 푸커우 경제개발구에 새 공장 터를 잡았다. 상하이시는 올해 디즈니랜드 개장을 앞두고 인근 공장 153개를 이전시켰다. 간쑤성은 지난해 8월 병원·학교·양로원 등 인구 밀집시설 인근 공장 2200여곳에 대한 위해(危害) 여부를 조사, 대규모 이전을 추진 중이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대사관(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당 지방 정부와 협상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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