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다가가기
그의 작업장은 생산과 판매가 모두 이루어지는 곳이다. 작은 공방들이 오래도록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방 자체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김영길씨는 말한다. 그는 작가들이 경력 쌓기 식의 대외적인 전시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계기도 아닐 뿐더러 전시장 불빛으로 바라보는 작품은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이질감을 준다. 단지 자신의 프로필에 한 줄 더해지고, 이름을 떨친다 한들 일상과 멀어진 작품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였다. 그의 결론은 작업장이 전시장이자 판매장이 되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상의 어울림’이었다.
매년 두 번, 날씨 좋은 봄과 가을 정해진 날에 일주일 동안 전시회를 연다. 작업장이 갤러리가 되는 것이다. 작업장을 방문하게 되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다양한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고, 작품에 본인들만의 의미 부여가 가능해진다. 일주일 동안 전시를 한 다음 바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장에도 불필요한 전시 시설을 준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유리장 하나로 나누어지지 않도록 현실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와 제자들이 만든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작품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결국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그들이 작품을 보고 전하는 의견들을 직접 듣고 서로 의견 교환을 할 수도 있다. 한정된 자리와 시간, 엄숙한 조명 등 사람들이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 제약들을 제거한 채, 느긋하지만 끈끈하게 결속되는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런 방법이 오랫동안 작가와 팬들이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장에서의 일상은 느슨해 보이지만 항상 작업 일정이 정해져 있다. 가마에 불 때는 날이나 전시회 등의 일정을 매년 같은 기간으로 정해 두면 작업에 일정한 원동력을 부여할 수 있어 작업 능률도 좋아진다.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들과도 그런 일정을 공유하면 헛걸음하는 일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공방이 주는 좋은 점은 가게나 공장과는 달라서 아무나 편하게 드나들며 차를 마시거나, 작품을 구경하며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작업장 내부는 그의 공간이지만 작업장에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대문도 하나 없이 열린 공간으로 남겨 둔다.
그의 어울림에 대한 인식은 예전 도공들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 예부터 도공들이 가마에 불을 피우는 날이면 돼지를 잡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가마를 세 번 망치면 야반도주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작업을 하던 이들에게 마을 사람들의 도움은 매우 큰 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물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인 가마에 불을 때는 날이면 그 동안 도와준 이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작품이 잘 완성되기를 기원하였다.
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가 많이 필요하였다. 예전에는 대량의 재를 구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재를 가지고 오면 대신 그릇을 주기도 하였다. 지금도 옹기 마을이나 남창장에 가면 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옹기를 주기도 한다. 이런 물물 교환을 통해서 유약을 만드는 등 사람과의 관계가 없이 그릇을 만들기란 힘든 일이다.
기장 지역에는 도자기협회 등 도예가들의 모임이 있다. 협회 회원들끼리 1년에 한 번 정기전을 개최하거나 기장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등 교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소규모라도 각자 자신들의 작업장에서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그 움직임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장지역 도예를 알릴 수 있는 더 좋은 행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장 지역의 도자기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레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