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라는 별난 팀의 응원단장이 되다
조지훈 단장은 원래 대학교 때 체육을 전공했다. 우연찮게 같은 과 선배가 학교 응원단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응원단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을 해왔다. 말이 제안이지 거의 반강제적으로 응원단에 들어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한 명씩 데리고 오는 것이었는데, 선배의 눈에 든 사람이 조지훈 단장이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응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원래 성격이 소심했던 터라 활발한 응원단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훈련의 강도도 높았고 선후배 간의 군기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군대를 다녀온 그는 2001년부터 한화 이글스에서 1년, 기아 타이거즈에서 2년을 응원단장으로 일했다. 그때만 해도 이 길을 계속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단지 등록금을 마련해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었고, 그래서 특기를 살려 응원으로 이른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었다.
2006년, 처음 부산으로 내려올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1년간 아르바이트 한다는 마음으로 쉽게 보고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롯데 응원은 쉬운 마음을 먹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첫째 그 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부산만의 응원 문화나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일단 롯데에 가서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 전에는 응원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경기를 꾸며주는 하나의 요소, 일부분으로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었어요. 사직에서 응원은 경기와 마찬가지였던 거죠. 팬들이 응원에 감정 이입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실수도 하면 안 될 것 같았고, 그렇게 시작이 된 거에요.”
처음 롯데 응원단장이 되고 나서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2006년 4, 5월에는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더군다나 서울 남자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는 부산 아재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롯데와 함께한 지 8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처럼 미움 받을 일이 없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를 질책하는 수많은 말들이 잊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는 많이 혼났어요. 팬들한테도 혼났지만 우리 응원단 스텝한테도 혼났어요. 원래 응원 스텝들은 못하더라도 격려를 많이 해주잖아요. 그런데 응원단 스텝들한테도 혼났고, 팬들에게 혼나는 건 다반사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혼났죠. 태어나서 그렇게 욕을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팬들은 적절하지 못한 응원과, 응원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고 질책했고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응원을 하지 못한다고 혼을 냈다.
“수비 때 응원을 안 하고 공격 때만 응원하잖아요? 그러면 수비 때 파도라도 한번 돌려야 하는데 왜 안하느냐, 「부산 갈매기」는 왜 안 부르냐, 상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질 때 뭐라 해야 하는데 왜 바로 안하고 한 템포 쉬었다가 하느냐, 그렇게 혼나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었어요.”
2006년 당시 롯데 야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인해 선수나 감독에 대한 욕도 많았지만, 시즌 초에는 팬들도 설렘이 있기 때문에 선수, 감독보다는 응원단장에 대한 욕이 많았었다고 한다. 응원단장을 왜 바꿨는지부터 시작해서 서울에서 온 사람을 왜 쓰느냐 등 정말 갖가지 많은 욕을 먹었던 해였다.
게다가 사투리를 전혀 쓰지 못해서 팬들에게 미움을 더 받기도 했다. 지금도 사투리는 잘 쓰지 못하지만 가끔 흉내는 내는 정도다. 아직도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해서 생각만큼 잘 배워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
팬들한테도 혼나고, 응원단 식구들한테도 혼나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당시 구단 담당자가 그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데 팬들도 언젠가는 인정을 다 해 주실 거다, 지금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 바닥만 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그에게 힘을 많이 실어 주었다. 사람이 칭찬을 받으면 자기 능력 이상을 발휘할 때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그에게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그는 스스로 칭찬을 받으면 쑥쑥 크는 타입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