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비를 타고 등대 찾아 떠나는 길
영도 등대는 1906년(고종 43) 12월 1일, 부산의 유인 등대로는 최초로 점등을 하여 백여 년 동안 부산항의 길목에서 영롱한 불빛을 밝혀 왔다. 건축 당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대 건축에 콘크리트를 사용한 효시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영도를 ‘목도(牧島)’라 부른 것에서 유래하여 목도 등대로 부르다가 1948년에 절영도 등대로 개칭하였고, 이후 1974년 12월 31일에 영도 등대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절영도’라는 말은, 영도에서 군사 훈련용 말을 길렀는데 영도에서 기른 말들은 빠르기가 비호같아서 순식간에 말 그림자가 보이질 않는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처음 설립될 당시 영도 등대는 한갓 바다만 밝히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 등대는 전신소의 기능도 겸하고 있었고, 영도 등대는 부산으로 오가는 전신을 취급하는 전략적인 중추 기능도 담당하고 있었다.
영도 등대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 태종대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또는 닿을 수 없는 곳, 외부인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뛰어난 풍광으로 365일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이곳은 일반인들이 가장 찾아가기 쉬운 등대이기도 하다.
일단 영도 등대를 찾아가려면 태종대 공원 입구에서 승용차나 버스에서 내려 3분가량 걸어 들어가면 보이는 ‘다누비’라고 하는 무궤도 차를 타야 한다. 예전에는 태종대 안에 차들이 마음대로 다녔지만, 환경 오염 등의 문제와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들의 안전사고 등을 고려하여 다누비로 대체하였다. 날씨가 좋으면 태종대 입구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다누비가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걸어가야만 하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길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등대 입구에 내리면 바로 앞에 나무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따라 바닷가 절벽 쪽으로 1분가량 내려가면 하얀 등대가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고, 바로 앞에는 빨강, 파랑색이 선명한 아치형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조형물은 영도 등대 100주년 기념탑이다. 그 오른쪽에는 SEE&SEA 갤러리가 위치하고 있는데, 영도 등대를 방문하는 시민들과 방문객들을 위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 작품들은 적어도 보름에 한 번씩은 교체되고 연중무휴로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미술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전시회를 보는 일은 정말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갤러리에서 좀 더 내려와서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옆으로 난 길을 가면 태종대 신선 바위를 걸을 수 있고, 왼쪽 계단 위로 가면 직접 등대를 만나 볼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영도 등대의 오르내리는 층계는 모두 나무판으로, 안전하고 편하게 다듬어 놓았다. 등대 안에는 간단한 세미나를 할 수 있는 시설과 도서관, 자료실 등이 구비되어 있다. 영도 등대가 전국에서 최초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재탄생했다고 하는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중들에게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다. 4월에서 10월까지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후 두 시에는 음악회도 열린다고 하니, 한번쯤 영도 등대를 찾아 한여름밤의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도 등대는 등탑 전망대로 직접 올라갈 수 있다. 등탑으로 올라가는 벽면에는 등탑 내부 변천 과정을 패널로 전시해 놓아 영도 등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