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낸 최상의 먹거리
1. 6개월의 여정(旅程)
1) 명지동 어촌계 현황
강서구 명지동에는 진목, 중리, 동리, 신전, 대저의 총 5개 어촌계가 있다.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부산광역시 서구 남부민동 691-3] 홈페이지에 의하면, 5개 어촌계의 조합원 수는 716명[어촌계원 수 544명, 어촌계 비계원 수 172명]이다. 이 가운데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저어촌계[붕어·잉어 양식]를 제외한 진목, 신전, 동리, 중리어촌계 소속 어민 61명[전체의 약 8%] 정도이다. 신전어촌계 조합원 한길영[53세]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 김 양식을 전업으로 한다. 연령은 대체로 40세 중반에서 50세 초반이고, 학력은 고졸 이상이다.
어촌계에 가입에 대한 한길영의 말이다. “조합원 자격은 명지에 거주하면서 3년 이상 어업에 종사한 사람이라야 합니더.” 가입비에 대하여 동리어촌계 조합원 김준철[42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촌계의 자산에 따라 어촌계마다 가입비에 차이가 있지예. 옛날에는 평균 백 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한 삼사백 만 원 할 낍니다. 그러나 가입도 잘 안 시켜 주기도 하지만, 가입하면 뭐 합니꺼! 비용만 내고 별 이익이 없기 땜에 가입하려고도 안 합니더.” 이들 어민의 말에는 낙동 김의 현주소가 배어 있는 듯하다.
2) 자본 현황
김 양식을 위해서는 어선, 인부, 포자[패각, 즉 김 사상체가 붙은 굴 껍데기], 양식장 이 네 가지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김 양식에 필요한 어선은 양식장에서 김을 채취하는 채취선[1척], 채취한 김을 공판장[경매장]까지 운반하는 수송선[1척, 하루 세 번 운반], 소독선[일명 약선, 1척], 작업선[2척]으로 총 5척이다. 이 가운데 수송선 1척의 가격은 7,000만~8,000만 원 정도이고, 300마력이면 1척에 1억 원을 상회한다. 또한 어선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유지비로서 유류비[면세유로서 시가의 절반 가격에 구입 가능, 1일 15말 정도 소비]와 기계 소모품비[수송선의 경우에는 1,000만 원 이상이 들 때도 있음] 등도 필요하다.
김을 채취하는 데 인부도 필요하다. 인부의 출신에 대하여 한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 재래식으로 수공(手工)으로 할 때에는 여자들이 주로 고용되었는데,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도 하였고, 인근 특히 부산 송정에 사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더. 요즘 인부는 중국인이 대부분이고, 파키스탄, 베트남, 필리핀인도 있습니더. 영광에 모로코인도 두 명 있다 아입니꺼. 한 놈은 키가 크고 힘도 셉니더. 작은 놈도 있는데 이놈도 보통 힘이 아니지예. 앵커[지주]도 쉽게 듭니더.”
인부의 고용은 양식장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3명이 기본이고, 많은 경우에는 6명도 있다. 이들에게 매월 지급되는 급료는 반장[책임자]이 250만~300만 원, 중급 숙련공은 200만~250만 원, 초보는 170만~200만 원 정도이고, 아울러 숙소와 식사, 음료수, 주류 등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이 지급된다. 신전어촌계의 김신곤[46세]에 의하면 이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대략 6,000만 원 내외라고 한다. 인부는 5〜6월 비수기가 되면 기장의 다시마·미역 양식장에 투입되었다가, 7월에 다시 김 양식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김을 양식하는 데 종묘인 포자의 구입도 필수적이다. 명지 김의 포자 구입에 대하여 한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에는 삼흥수산[김 양식 전문 업체로 1971년 이후 명지 김 인공 채묘를 전담하였으나 1997년 폐쇄됨]에서 포자를 해상에서 배양한 것을 우리가 받아서 키워서 채취했지예. 인공 채묘이자 해상 채묘지예. 요새는 포자는 삼양수산[경상남도 진해시 웅천동]에서 일본산 종묘를 구입해서 육상 채묘한 것을 받아 와서 바다에 깔아 키웁니더. 망 1장에 8,000원으로 구입하는데, 나는 망이 700장이 필요하고, 평균이 한 700〜1,000장 필요할 낍니더.”
이에 의하면 각 어촌계 소속 조합원의 1인당 포자 구입 비용은 대략 600만〜80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 이 밖에 명지 김은 현재 부류식 양식법에서 ‘무노출 부류식’[김발을 햇볕에 노출시키지 않고 바닷물 속에 담가 양식하는 방법]으로 양식하기 때문에 잡조(雜藻)가 많이 낀다. 이 잡조를 제거하고 또 병해를 막기 위해서는 ‘산(酸) 처리’가 필수적이다. 동리 어촌계장 장동현[50세]의 말이다. “유기산은 1년에 한 사람당 약 17드럼 정도 필요하고, 1드럼에 20만 원 합니더.” 이상을 대략 합산하면 명지 김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은 적게 잡아도 1억 5,000만〜2억 원 정도가 된다.
3) 김 양식장[면허지] 배당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어촌계 소속의 김 양식 조합원 61명은 강서구청에서 위임받은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 면허지[공동 양식장]를 배당받기 위하여 행사 계약을 한다. 이에 대하여 한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수협에서는 각 어촌계마다 관리비 조[명목]로 가을에 행사 계약을 하는데, 척 수에 의해 한 척에 얼마 얼마 행사 계약비를 줍니더.”
수협과 조합원과의 행사 계약이 체결되면, 조합원[61명]에게 김을 양식하는 면허지가 배당된다. 김 양식장은 다대포 서쪽의 장자도와 진우도, 몰운대와 가덕도 등 남해 넓은 바다에 위치한다. 전체 양식장의 크기는 대략 500㏊며, 조합원에게 1인당 세트로 배당된다. 동리 어촌계장 장동현의 말이다. “면허지는 세트로 계산됩니더. 1망은 세로 2m×가로 40m, 1책은 2.5망, 1세트는 2㏊고, 1㏊는 18책입니더. 1인당 5세트씩 똑같이 배당되니까, 1인당 10㏊[180책]가 주어지는 셈이지예.”
배당은 추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신전어촌계 김신곤[46세]의 말이다. “자재가 부족한 사람은 추첨 전에 미리 물살이 약한 데 신청하지만, 나머지는 개인 면허나 공동 면허나 모두 똑같이 일괄 추첨합니더.” 이때 중요한 것은 배당지의 위치가 김 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길영의 말이다. “좋은 자리는 물살이 좋고[세고] 트인 곳입니더. 그러나 기후 상황에 따라 안쪽이 안전한 경우도 있습니더. 물살이 너무 세면 말려[뒤집혀] 버리지예. 훼손된다는 말입니더. 바람이 세고 파도가 세면 등자리가 얕은 데가 말려 버린다 아입니꺼.” 한 해 김 생산의 다과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후나 수온의 변화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 생산 기간과 현장
국내 김 양식 과정은 재래식[지주식]인 섶 양식[1640년]에서 시작하여 떼발 양식[竹篊·建篊, 1834년]으로, 떼발 양식에서 부류식(浮流式)[부홍식(浮篊式)]인 망홍식(網篊式)[1970년 말]으로 교체되었다. 포자 생산 방법도 1980년대까지는 바다에 천연으로 자라는 포자를 받는 자연 채묘가 일반적이었으나, 그 이후 인공 채묘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인공 채묘도 1999년대에 이르러 해상 채묘에서 육상 채묘로 전환되기 시작하여 2002년도 무렵에 완전 성공을 거두어 2005년부터 일반화되었다.
명지 김도 이러한 국내의 김 양식 변천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길영의 말이다. “옛날[초등학교 무렵]에는 지주식으로 하였습니더. 지주식은……갈대 이걸 추려서 7~8개 정도를 짚으로 엮어서 김 포자가 잘 붙는 가덕도 눌차만으로 가져가서 꽂아 놓으면, 김이 거기서 자랍니더. 완전 자연산 포자지예. 이것을 다시 명지 앞바다 펄에 꽂습니더. 바다에 줄을 쳐서 지렛대로 구멍을 뚫고 포자가 붙은 갈대 묶음을 45~55도 기울기로 꽂습니더. 김이 자라면 밀물 때 채취하지예.”
한길영의 진술은 지주식과 자연 채묘, 해상 채묘의 좋은 사례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명지 김의 경우 포자 부착이 잘 되는 종자장[가덕도 눌차만]에 채묘하였다가 김 성육 어장[명지 앞바다]에 옮기는 이식 채묘를 한다는 점이다. 하신어촌계의 김태곤[47세]에 의하면, 가덕도 눌차만에서 자연산 포자를 받는 방식은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되었다고 한다.
채취한 물김의 가공에 대하여 한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채취한 김은 분쇄하는 기계로 잘게 자릅니더. 마을에 공동 우물이 있는데, 거기서 큰 대나무 광주리, 물이 빠지게 되어 있습니더. 거기서 원통으로 세척 작업을 하는데, 기술이 좋은 사람은 눌리면 팍팍 소리가 납니더. 세척이 끝나면 ‘김 뜬다’고 하는 작업을 하는데, 와꾸[상자] 발짱[김발]이 필요합니더. 와꾸에 김발을 얹고, 김을 한 바가지 부으면 발짱에 김이 붙고 그것을 다음날 말립니더, 햇빛 좋은 곳에……. 학교 끝나면 김을 거둡니더.”
이렇게 해서 가공된 마른 김은 당시 수산조합[지금의 수산업협동조합]에서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였다. 이러한 재래식에 의한 자연산 김 생산은 부류식[망홍식]으로 전환되었다. 망홍식 김 양식은 비수기[5〜6월]를 제외하면, 자재 보수기[7〜8월]→ 채묘기[9월 초순〜10월 중순]→ 분망기[10월 중순〜11월 초순]→ 성장기·채취기[11월 초순〜익년 3월 하순]→ 종료기[4월]의 과정을 거친다.
명지 김의 포자[종묘] 채묘에 대하여 한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양수산에서 일본산 종묘를 구입해서 채묘합니더. 삼양수산에서 김 포자를 키우는 방식은 평면식이 아니고 수하식입니더. 진해시 웅천동에서 채묘장에 비닐을 치고 굴 껍데기에 구멍을 내어 김발[채묘 망]을 끼웁니더. 이걸 수직으로 나열해서 배양 영양제를 주입하고, 물레방아로 그물을 돌리면 씨앗이 나와서 김발에 부착이 되지예. 우리는 이걸 사서 바다에 깔아 키우지예.”
이것이 물레방아 형식의 채묘 망을 돌려 김 포자를 망[김발]에 부착시키는 육상 채묘이다. 이렇게 포자를 채묘하는 회사에서 그것을 구입하여 분망[김발을 바다에 설치한 어망에 붙이기]하게 된다. 한길영의 말이다. “분망은 시설된 곳[배당받은 김 양식장]에 가서 가운데 줄을 쳐서, 그물로 양쪽을 묶어서 한 줄씩 펴 주면 김이 자라지예. 사각형에 망을 깔고, 그 안에 줄을 쳐서 김이 자라게 합니더. 사각형으로 된 양식장에 김발을 깔고, 스티로폼으로 된 부표를 사각형 모서리에 두면 그것에 의해 가라앉지 않습니더. 말하자면 사각형에 망을 깔고 앵커[닻]로 박아 고정시키고 스치로폴로 달아 주면 망이 뜨는 것이지예.”
이것이 곧 부동식 김발을 설치하고 닻으로 해저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명지 김은 유일하게 이모작(二毛作)을 한다는 점이다. 즉 설을 전후하여 일모작을 끝내고, 포자를 받아 보관해 둔 냉동 망[냉장 망이라고도 함]을 다시 바다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김의 생명인 신선도를 유지하여 좋은 김을 생산할 수 있다.
좋은 김을 채취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이 소독이다. 계속해서 한길영의 말이다. “유기산 세 말을 바닷물에 타서 시설한 곳[양식장]에 가서 배가 그 밑으로 사이로 들어가면서 밟아 줍니더.” 김을 생산하는 데 소독선[일명 약선]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길영에 의하면 소독으로 사용되는 산은 유기산이고, 무기산[염산]은 효과는 좋지만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김 양식장에 염산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서 집중 단속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분망이 끝난 이후 김이 어느 정도 자라면 채취하게 되는데, 김 채취는 11월 초순에서 다음 해 4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신전어촌계 김신곤의 말이다. “김은 10일마다 한 번 채취하지만, 1인당 5세트를 배당받으니까 하루에 1세트씩 채취한다고 보면, 실제는 5일 쉬고 5일 채취하는 것이 되지예. 저 같은 경우는 4일에 한 번씩 채취하고 있습니더.” 다음은 한길영의 말이다. “김 엽체가 15㎝ 정도 자라서 가지색을 띄게 되면 김을 채취하고 또 반복해서 채취합니더. 초사리 치고[최초의 회수] 2불, 3불, 보통 한 8불을 칩니더. 관리 잘하고 장소 좋으면 열 번도 가능하지만, 평균이 한 여덟 번일 겁니더.”
김을 관리하고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매일 출항한다고 한다. 김을 채취하기 위해 6개월 그것도 매일 저 매서운 바람과 동사(凍死)할 정도로 차가운 바닷물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나긴 여정, 인고(忍苦)의 기간이다. 하루의 일과도 여느 집보다 빨리 시작된다. 김을 채취하기 위해 집에서 새벽 4~5시에 출항한다. 시속 10노트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양식장에 가서 김을 채취하고 게다가 경매가 시작되는 12시 반 전, 대략 11시까지는 경매장[공판장]에 도착해야 한다. 늦으면 물김에 물이 많아져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채취한 물김의 수량은 70㎏을 담을 수 있는 광주리 대략 80~100개이다[5,000~6,000㎏]. 이를 운반하는 데 수송선이 서너 번 왕복해야 끝이 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명지동 어촌계에 소속된 조합원 61명이 채취하는 낙동 김의 연간 생산량은 약 5,000톤 정도가 된다. 새벽의 찬바람과 시린 바닷물에 손을 담그며 물김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은 여간 녹록치 않다.
2. 영강 포구의 12시 반
“명지 김이 위탁 판매가 된 지는 대략 20년 될 낍니더.”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 소속의 전문 경매사가 서기를 대동하고 호루라기를 불며 나타나고, 중매인 6명 정도가 광주리 주위를 에워싼다. 경매사가 출하된 김 수량과 품질을 일러 주면, 중매인이 딱지[후다]에 경매 금액을 펼치고, 경매인이 이를 보고는 가격이 낙찰된다. 금액은 한 광주리당 평균 5만 원 내외에 판매된다. 판매된 대금은 다음날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에서 ‘어대금’이란 명칭으로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위탁 판매라서 총 금액의 4%가 떼인다. 1년간 김 양식으로 올리는 총 수익은 1인당 평균 2억~3억이지만[전체는 150억 정도], 여기에 자재 보수비, 인건비, 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2,000만~3,000만 원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