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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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ew Zealand Travel-Southland[뉴질랜드 여행-사우스랜드]럭스모어 산장/Great Walk/Kepler Track/Luxmore Hut
뉴질랜드의 호수, 강, 바다를 만난 내게 이제 남은 것은 뉴질랜드의 산 뿐이다. “산 위에는 이미 눈이 내린 것 같은데요” “아까 눈이 내리더라고요” 뉴질랜드에는 걷기 좋은 길이라 하여 그레이트 워크라 이름 붙여진 트래킹 코스들이 있다. 나는 그 중 하나인 케플러 트랙에 도전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럭스모어산장, 5시간을 꼬박 걸어야 도착한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섞인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럭스모어 산장에서 오는 건가요?” “네, 거기서 와요” “거기도 눈이 와요?” “모르겠어요. 아무튼 정상에 갔다가 날씨가 안 좋아서 내려오기로 결정했어요.” “재민씨 신발 안 젖었어요?” “다 젖었어요“ 남반구는 봄이라고 해서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실수였다. “다 왔어요“ 한 날씨를 뚫고 도착한 산장.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다. “반바지를 입고 온 거예요?” “네“ “안 추웠어요?” “괜찮아요“ 그는 괜찮다고 하지만 보는 내가 더 춥다. 다행히 산장 안에는 온기를 나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따뜻한 산장 분위기에 얼어있던 온 몸이 녹는 듯 했다. 올라오면서 젖은 옷가지들과 신발은 난로 옆에 둔다. 하지만 역시 몸을 덥히려면 김이 나는 음식이 최고. 반바지를 입고 온 청년도 뜨거운 스프를 준비하고 그의 옆에 선 엄마는 먹음직스러운 파스타를 만든다. “정말 맛있어 보여요” “정말 맛있어요” “Yummy는 키위 뉴질랜드 사람들이 쓰는 말이에요. 뭔가가 정말 맛있고 좋으면 야미예요. 뭔가가 별로 좋지 않으면 Yucky고요. 야미와 야키를 쓰죠” “오늘 날씨는” “야키죠“ “당신의 음식은” “야미고요“ 엄마의 유쾌함까지 가미된 따뜻한 음식. 가족 모두의 손이 바빠진다. 내게도 따뜻한 음식이 필요했다. 한국인의 필수품, 라면이다. 거친 날씨의 산행을 끝내고 먹는 라면의 맛은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은 걸까. 키위청년이 내 곁에 슬그머니 와 앉는다. “이걸 뭐라고 부르나요?“ “라면이요“ “맛있는데요. 맵네요. 매워요” 라면을 넉넉히 끓여서 천만다행이다. 뜨거운 라면은 산장 안의 사람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다 먹었어요“ 저녁이 되자 산장지기가 내일의 날씨를 설명해준다.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내일 등반할 계획인 분들에게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창밖의 눈바람은 시간이 지나도 그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과연 내일을 무사히 맞이할 수 있을지. 창문 밖의 칼바람 소리와 함께 잠을 청했다. 산장의 아침이 밝았다. 정말 어제와 같은 곳이 맞는 걸까. 숨 막히는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정상을 곱게 물들인 순백의 눈. 예상치 못했던 자연의 선물에 모두 말을 잃었다. “모든 부분이 달라요. 이쪽을 보면 물과 초록색 언덕이 있는데 저쪽을 보면 반짝이는 흰 산이 있어요. 전형적인 뉴질랜드 풍경이에요. 보는 곳마다 풍경이 극적으로 달라져요. 전 14년 전에 이곳에 왔어요. 아주 지루한 곳에서 살다가 매우 극적이고 아름다운 곳에 살게 된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말씀드릴 수 있죠. 그래서 전 이 아름다움을 최대한 즐기려 해요. 이렇지 않은 곳에서 사는 게 어떤지 아니까요.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자연을 즐기지 않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럴 거면 왜 여기에 있겠어요?“ 산장에 손님이 찾아왔다. 앵무새 키아다. 지난밤 궂은 날씨에 제대로 먹지 못한 걸까. 부엌에 들어가려 안간힘이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모두의 시선을 빼앗는다. 키아 덕분에 산장의 아침이 더욱 밝아진다.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사람들이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비록 끝까지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가 계속 되길 기도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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