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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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프로축구 우승을 위한
이장수 감독님의 궈안(北京国安)팀 마지막 경기 참관기








▲ 이장수 감독님과 체육회 관계자(왼쪽부터 전병오, 정홍용, 이장수, 임병익)

오랜만에 영하로 떨어진 날씨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일기예보엔 눈 섞인 비가 내린다고 했으니 일기예보 상 오늘(11.14)이 북경에 첫 눈이 내린 날이다.

재중국대한체육회는 체육회 차량을 타고 짓눈깨비가 날리는 북경의 서4환(�) 도로를 중국 프로리그 우승의 기로에 놓여있는 '베이징 궈안(京?�'팀의 이장수 감독님을 교민들 대표해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안개를 헤치며 달려간다.

사무처장(정홍용)님과 부회장(임병익)님의 대화가 들린다. "오늘 북경팀이 이기고 장춘팀이 지게 되면 북경이 15년 만에 중국 프로리그를 우승하게 되는 역사적인 날이 됩니다"

사무처장(정홍용)님의 말씀에 따르면 현재 중국 프로리그 순위는 한점차로 장춘(52점)이 1위, 북경(51점)이 2위, 뒤이어 산동(48점)이 3위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고 한다.

이제 잠시 후 7:30이면 북경 서남쪽에 위치한 펑타이티위창(?� <?)에서 북경 vs 산동팀의 리그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다. 북경팀이 이기게 되면 최소 2위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하지만 산동팀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6년 우승팀인 만큼 쉽게 승리를 안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산동팀이 이기면 골득실로 2,3위가 가려진다.

같은 시간 심천에서는 장춘 vs 심천경기가 벌어진다. 심천팀이 리그 14위로 하위권에 속해 있지만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이길 경우 100만 위안(약 1억원)을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있어 장춘팀에게 쉽게 승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처장님의 말씀에 게임이 더욱 기다려진다.







▲ 북경 궈안팀 통역 겸 코치이자 현 북경체육대학교 교수인 이춘만(가운데)선생님과 숙소로비에서. 임병익 부회장님(왼쪽), 정홍용 사무처장님(오른쪽)
현재시간 4시 북경 궈안팀의 훈련장이자 숙소에 도착했다. 현재 이장수 감독님의 통역과 코치를 맡고 계시는 이춘만(북경체육대학교 교수)선생님이 멀리서 반겨주신다.

학교 선후배 지간이자 사제지간인 처장님과 서로의 근황을 묻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장수 감독님의 방으로 간다.

TV로만 보던 이장수 감독님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가슴이 벅찼다. 인사를 나누시고 나에게까지 악수를 청하신다. 앞으로 오늘을 기념해야겠다.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처장님에게 “놀리러 오셨습니까?”하고 웃으시며 첫인사를 하신다. 지금 북경팀이 우승여부에 대해 각 언론과 북경 전역이 들썩인다는 처장님의 말에 “아닙니다. 이미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하고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으신 듯한 하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게 하는 말씀을 하신다.

"결전을 앞두시고 많이 긴장 되시겠습니다"라는 부회장님의 말에 "게임을 내가 뛰나요, 우리 애들이 뛰는거지. 우린 그냥 뒤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나 지켜봐야죠"라고 이장수 감독님이 말씀하신다.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하시고 빈 마음으로 이후의 경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임병익 부회장님은 "전쟁을 앞둔 장수가 이렇게 겸손하고 여유 있는 모습......"말이 끝나기 전에 "내 이름이 장수인데 그럼......."하고 이장수 감독님께서 농담을 던지신다.
마지막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오늘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부회장님은 재중국대한체육회와 한인들을 대표해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 뒤 다음을 기약하며 숙소를 나왔다.

아직 경기시간이 남아 경기장 근처 식당을 찾아 끼니를 해결한다. 식당과 거리에 북경궈안팀 유님폼을 입은 축구팬들이 눈에 띈다.

베이징올림픽 소프트볼 경기장인 풍태 소프트볼 경기장(?��?)이 축구장 바로 옆에 있어 운 좋게 내년 올림픽 경기장도 미리 볼 수 있었다.

이장수 감독님의 경기를 보기 위해 그리고 응원하기 위해 전남축구협회 관계자 30여명과 경남 축구관계자들 20여명이 바쁜 시간을 쪼개 먼 땅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경기장 주위에는 15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북경팀의 써포터스들의 안전을 위해 곳곳에 배치된 무장경찰들과 교통경찰들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앞에서 그 분들을 모시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배정받은 좌석을 찾아 관중석 위쪽으로 이동했다. 위쪽 좌석까지는 청소하지 않았나보다. 뭔가 깔지 않고는 앉기 힘들 정도로 쌓인 먼지들...... 중국인들의 손에 들려있는 신문을 보고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 근처를 뛰어다니며 가까스로 신문을 구해 손님들에게 드린다.

경기시간이 가까워오자 점점 관중들이 몰려든다. 경기가 시작할 무렵 3만 여석의 축구장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경기가 시작된다. 응원 또한 대단하고 야유 또한 대단했다. 당연히 북경팀이 나올 때는 엄청난 응원과 산동팀이 나올 때는 엄청난 야유를 퍼 붓는다.







▲ 이춘만교수님, 정홍용사무처장님, 이장수 감독님, 임병익 부회장님
게임은 생각보다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 초반 어웨이 경기인 산동팀은 기죽지 않고 전반적으로 게임을 주도해가는 한편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북경팀의 포워드 장신 띠야거( �哥)와 미드필더들의 활약으로 게임의 흐름은 북경팀으로 돌아왔고, 전반 25분경 페널트킥을 얻어내 1-0으로 게임을 리드해갔다. 후반전도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하고 몇 번의 위기상황을 잘 넘겨 1-0으로 북경팀의 승리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경기내내 북경팀의 경기보다는 장춘팀의 경기결과가 더욱 궁금했다. 돌아와 신문을 보니 장춘이 4-1로 심천팀을 이겨 우승을 차지한 사실을 보고 조금은 아쉽고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승점 1점차로 아쉽게 우승을 놓친 북경팀의 이장수 감독님은 중국 언론의 인너뷰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 때 장춘이 4-1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에게 승점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라고 말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내년에는 꼭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998년 약팀 총칭 리판을 맡아 중국 양대리그인 FA컵에서 우승을 거두고, 지난 2000년 칭다오팀을 맡은지 2년만에 FA컵에서 우승시키며 중국인들에게 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이장수 감독님,
이번 정규리그에서 1년간 베이징 궈안팀을 맡으며 95년 준우승 이래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북경팀에게 우승의 희망을 보여준 이장수 감독에 대해 중국은 다시 한번 그를 인정한다. 차기 국가대표 감독설이 도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국통(
��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축구와 중국선수들을 너무도 정확히 꿰뚫고 있고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하고 있어 선수들의 실력과 정신력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그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또한 그의 국대감독을 환영하고 기대하고 있는 내용들이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게 먼 나라 잔치인 듯싶다. 실제로 필자 또한 어제 그런 경기가 있었는지 이장수 감독님의 북경팀이 현재 몇 위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교민들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3만석의 경기장이 가득 찼을 때 먼 한국 땅에서 이장수 감독팀의 우승을 염원하며 한걸음에 달려온 50여명의 축구 관계자 외에 몇 명의 교민들이 있었을까? 신속한 정보를 알리지 못한 책임도 느낀다. 앞으로 빠르고 좋은 소식들을 교민들에게 알려 홀로 적진에서 외로이 싸우고 있는 이장수 감독님과 현재 중국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체육관계자들에게 함께 응원과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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