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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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만 7000여명 시대. 탈북자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각국에 잘 정착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다만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할수록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할 수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함께 국내에 잘 적응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착한(着韓) 사례를 수집, 보도해 한국 및 해외 독자들에게 탈북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자 한다.




[탈북자 着韓 사례⑨] 양계사업가 김진호 씨

"南서 탈북자 정착돕고 '작은통일' 이룰 것"



















[데일리 엔케이]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유정란 판매장 안에서 바쁘게 업무를 보는 탈북자 김진호(사진) 씨. 끊임없이 오는 전화와 문자로 눈코 뜰 새 없지만, 익숙한 듯 차근차근 일을 처리한다.



23살에 한국에 들어온 김 씨는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대안학교에 만족하지 않고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들어가 대학 진학을 위한 리포트 쓰는 법, 논술시험 공부 등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시기에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공부를 계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배우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기에 노력해야 했어요.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남보다 부지런히 공부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평소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모 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대학에서 탈북 친구들을 만나 농축산업의 꿈을 키우며 3년 동안 차근차근 양계사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그는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에 유정란 판매장을, 충남 아산시에는 양계장을 차려 2014년 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사업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힘든 내색 없이 부족한 점이 많아 더 배워야 한다며 멋쩍게 웃는 그에게서 사업에 대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열의가 그대로 전해졌다.



'사업 성공'을 넘어 '통일'의 꿈을 품다



달걀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지 어느 덧 1년. 처음에는 홍보가 부족해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을 알아보고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는 "북한 출신인 저희를 도와주기 위해 달걀을 사먹는 것이 아니라 저희 달걀이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에 찾아주시니 정말 기뻤다"면서 "앞으로는 사업을 하면서 농축업에 종사하는 탈북자들이 힘들 때 함께 도우며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 초기이지만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대학 시절,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제2회 대학생 로벌 평화통일 프레젠테이션 대회'에 참가했던 게 계기가 됐다. 김 씨는 이 대회에서 친구들과 참가해 2등을 차지했는데,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 씨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탈북자의 정착 현황 자료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렵게 생활하는 탈북자가 많다는 걸 알았죠. 그전까지는 저 혼자 살아가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거든요"라며 "탈북자의 생활을 알고 나니 사업을 하더라도 비슷한 처지의 탈북자들과 함께 도우며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료 유통이나 홍보, 시장 동향 등에 대해 저희가 조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꼭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탈북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씨. 사업가로서의 최종 목표는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탈북자의 정착을 돕고 함께 성공해 '작은 통일'을 이루는 것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한다.



낯선 한국 생활에 묵묵히 적응해가면서 인내와 끈기로 자신의 몫을 해나간 그를 보면 '북한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꿈'이 허황된 꿈처럼 들리지 않는다.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작지만 한발 한발 내딛는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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