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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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5월 18일 기고문】
자밀 앤더리니 FT 아시아판 주임 jamil.anderlini@ft.com
"중국에 대한 적대감 숨기지 않는 북한"

[번역 온바오닷컴] 북한 주민들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해방조국 승리전쟁 중 피로 맺어졌다'고 본다. 세계 대다수 지역은 이 전쟁에 대해 북한이 일으킨 전쟁으로 본다. 중국에서 사람들은 '입술과 이처럼 상호 밀접적인 관계'라는 말로 중국과 북한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관계를 표현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빨을 드러내면 입술도 삐죽이 내밀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주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정부 관료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치 접경지역과 마주한 옛 전우에게 깊은 적의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인터뷰에는 북한 감시원이 따라붙어 누구도 진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중국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이는 일정한 정도에서 북한 관련 부문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집정 중인 노동당이 36년만에 첫 당대회를 열긴 했고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유일한 공식 전우이기도 한데 중국 측의 고위급 관리는 이번 대회에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 언론은 미국을 영원한 철천지 원수, 일본을 앞서 한반도를 50년간 점령해 사람들을 극도로 분노케 만드는 제국주의 국가, 한국을 괴뢰정권으로 각각 묘사했다. 이들이 이같은 구호를 크게 외칠 때 일반적으로 기계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모욕은 이보다 더 자발적이고 깊은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국 국내에서 북한은 난감한 우스갯소리, 극도의 배고픔, 시대에 뒤처진 스탈린주의적 국가로 보인다. 때문에 북한 내 수많은 주민이 중국은 이미 1970년대 후반에 버렸던 전제주의 하에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국가의 관계가 악화된 원인은 몇가지가 있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만한 핵무기를 연구 및 개발하고 싶어하자, 중국은 북한의 이같은 야심에 갈수록 우려를 표했고 이 때문에 북한에 처벌성 제재를 실시하기까지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섭에서 종종 자신이 가시같은 이웃에 미치는 영향력을 자랑하곤 했지만 여러 소식통은 "올해 북한 정부가 선포한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중국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중국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연료와 음식에 의존하고 있다. 비록 대다수 북한 주민이 이같은 점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북한 정부는 굶주리고 있는 수백만 명의 주민이 감시가 허술한 수천리에 이르는 북중 국경선을 넘어올까봐 중국이 북한에 대한 물자 공급을 끊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의 33세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은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포함한 자국의 영유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에 날이 갈수록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새우'라고 여기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과의 더 큰 전략적 협상의 일환으로 북한과의 이해관계를 저버릴 것 역시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김정은은 중국에서 종종 '김씨 집안의 셋째 돼지'로 불리면서 노련한 중국 외교관들조차도 자국민이 북한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는 인물을 경시하는 것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부세계에서는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설이 퍼지고 있고 김정은 본인은 아마도 지난 5세기 때부터 자국을 여러 차례 침략하고 짓밟았으며 역사의 대부분 시간동안 공물을 바치도록 요구한 국가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3년 12월,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같은 행동을 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장성택이 앞서 중국 관료들과 경제적,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김정은이 받아들이 힘든 또 하나의 사건은 자신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이 중국 관련부문의 보호와 감시하에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은 망명 신분으로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끔 마카오에 가서 도박을 하기도 한다. 김정남은 앞서 가짜 여권을 사용해 도쿄로 밀입국해 디즈니랜드에서 관광을 즐기려 하다가 붙잡힌 적이 있다. 이는 아마도 그가 최고 지도자 자리를 승계받을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의심 때문에 중국이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은 북한이 어느날 현재의 통치자를 대체할만한 인물이 필요할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억측을 할 필요가 없다.

당선 확률이 높은 미국의 대통령 후보 도날드 트럼프는 최근 "중국이 미국을 강간했다",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 등 사람들의 주의를 끌만한 발언을 했는데 이같은 발언은 지난 수십년간의 미국 정책에 전환이다.

외부 세계에서 듣기에는 아마도 터무니없는 황당한 농담이라고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부 북한 문제에 관심있는 인사들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만약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면 김정은이 역사적으로 압력을 행사해온 국가이자 최근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을 맺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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