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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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et]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한다. 최근 한국의 ‘비빔밥’을 맛보고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비빔밥의 매력은 무엇인가? 비빔밥을 처음 봤을 때, 야채, 고기, 계란 등 비빔밥에 올라간 다양한 재료들의 색들이 눈을 사로잡았고, 어서 빨리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색과 맛의 조화에 많은 인도네시아인들도 비빔밥에 매료됐다.

비빔밥의 알록달록한 색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비빔밥은 한국의 다섯가지 전통빛깔, ‘오방색’을 품고 있다. 오방색이란 우주의 ‘목, 화, 토, 금, 수’ 다섯 가지 요소를 의미한다. 각각 흰색, 검은색,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을 의미하는 다섯 가지 색은 눈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심오한 철학적 의미도 담겨있다. 한식에서 색이 가진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인도네시아인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빨간색과 흰색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이 두 가지 색이 ‘인도네시아의 혼’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빨간색과 흰색으로만 되어있는 인도네시아 국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두 가지 색은 인도네시아 음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 전통 설탕과 쌀이 빨간색과 비슷하다. 또한 출산이나 집들이할 때 행하는 전통의식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은 빨간색과 흰색의 죽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이 죽을 먹으면 몸과 영혼의 조화가 이뤄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빔밥에 담긴 오방색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다섯 가지 색은 우주의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그 색을 품고 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빔밥을 먹으면 우주의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그런 철학이 매우 흥미롭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비빔밥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에게 쌀이 주식이기 때문에 특히 비빔밥이 입맛에 맞는다는 것. 쌀의 흰색이 순결과 정의를 상징한다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비빔밥이 다른 한국음식들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바로 ‘비빔밥’이름 때문이다. 비빔밥은 ‘비비다’라는 뜻의 ‘비빔’과 밥이 합쳐진 단어다. 이름만 들어도 이 음식이 밥을 비벼서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밥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채, 고기, 그리고 계란 등을 함께 비빈다. 영양가도 높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이 섞여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비빔밥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다양한 야채가 들어있는 비빔밥은 영양소가 골고루 섞여 있으며, 인공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매우 좋다. 푸른 채소와 지방이 적은 살코기, 김, 버섯 등의 천연재료는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한국인들은 색 조화가 잘된 음식을 섭취하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방색을 모두 품고 있는 비빔밥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고의 건강식이다. 비빔밥 재료로 들어가는 당근은 오방색 중 ‘빨간색’을 상징하는데 이는 ‘심장’을 의미한다. 버섯의 ‘검은색’은 ‘신장’을, 그리고 야채의 ‘초록색’은 ‘간’을,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은 ‘위’를, 마지막으로 ‘흰’ 쌀밥은 ‘폐’를 상징한다. 비빔밥의 영양과 균형에 대적할 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

비빔밥은 양도 푸짐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을 수 있는 정도로 양이 풍부한 비빔밥은 함께 먹는 이들의 ‘어우러짐 (togetherness)’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함께 비빔밥을 비벼먹는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이렇게 뭔가를 함께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들을 하나되게 만들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고,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가족애와 우정을 돈독히 해준다. 같이 먹으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맛과 멋을 갖춘 비빔밥의 매력이다.

비빔밥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다채로운 색의 재료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떠오를 뿐만 아니라, 그 재료 안에 깃들어 있는 철학적인 의미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음식은 ‘한국의 가치’, 특히 몸과 자연의 조화를 유지해주는 가치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합과 우정, 그리고 사랑의 가치가 하나의 음식에 잘 섞여있다. 자, 이제 맛도 좋고 한국의 정신도 담긴 비빔밥을 같이 즐겨보자.

릴리엑 소엘리스티요는 페트라 크리스천 대학교(Petra Christian University)에서 영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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