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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억 가입자 돌파 비결은

2006년 검색개발자 신중호 발탁…라인으로 미국·일본 동시 상장
2009년 여행벤처 김창욱 발굴……스노우로 동영상메신저 대박

막강한 자금으로 인재 투자
프랑스VC와 공동펀드 조성…아시아 넘어 북미·유럽 진출
[한국경제신문 ㅣ 이호기 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인수를 타진했던 네이버의 동영상 채팅 앱(응용프로그램) 스노우가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섰다. 2015년 9월 서비스를 선보인 뒤 1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데 54개월이 걸린 페이스북에 비해 세 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다.

3일 네이버에 따르면 스노우가 지난해 12월 중순 누적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보다 빠른 성장세다. 라인은 2011년 6월 출시 이후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서는 데 19개월이 걸렸다.

스노우는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 사용자의 취향을 파고들며 네이버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다. 수신 메시지 자동 삭제 등 핵심 기능은 미국의 스냅챗과 비슷하지만 사진을 꾸미는 13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스티커와 필터를 앞세워 아시아 10대, 20대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창욱 스노우 대표는 “아시아인은 서양 사람과 달리 ‘셀카’를 잘 찍지 않는 편이었다”며 “스노우가 나온 뒤 이 같은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도 스노우의 혁신성을 인정해 작년 하반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게 직접 연락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라인에 이어 스노우를 키워낸 것은 기술과 자금 인재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캐시카우에서 창출된 자금을 차세대 기술과 인재에 지속 투자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동향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될성부른 기술과 인재를 선점하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탁월한 안목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세대 메신저’까지 선점
지난달 중순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선 스노우는 3세대 메신저로 분류된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 나온 와츠앱 등 1세대 메신저가 주로 텍스트에 기반해 휴대폰 문자메시지 기능을 대체했다면 동호회, 동창회 등 미리 등록된 사람들끼리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이버 밴드, 카카오 그룹 등 폐쇄형 메신저는 2세대 서비스로 꼽힌다.

3세대인 스냅챗과 스노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신 메시지가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해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이 같은 독특한 기능이 부모의 간섭을 피하고 사생활을 보호받으려는 10~20대 사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다 스노우는 동영상과 사진 편집 기능에 포커스를 맞춰 아시아권 사용자 입맛에 딱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노우는 현재까지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 섣부른 수익화보다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가입자 기반을 더 늘리고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어크하이어(인수고용)’의 힘
라인과 스노우는 모두 이 의장이 과거 전략적으로 인수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출발했다. 라인 신화를 일궈낸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는 2006년 인수한 검색 기술회사인 첫눈의 핵심 개발자였다. 스노우를 만든 김창욱 대표도 2009년 네이버가 인수한 여행정보 사이트 윙버스의 창업자다. 이처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어크하이어(acq-hire)’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편화된 전략이다.

이 의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고 라인과 스노우를 잇는 또 다른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이 넘는 스타트업) 후보를 물색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프랑스계 벤처캐피털(VC)인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총 1억유로(약 1234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인 ‘K펀드1’을 조성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 지분을 투자하며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 의장은 “모바일 서비스 초기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스피드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꽤 나왔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며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열 수 있는 앞선 기술력만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 기사는 한국경제신문과 온바오닷컴의 상호 콘텐츠 제휴협약에 의거해 보도된 뉴스입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경제신문에 있으며 재배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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