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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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은 유학생, 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한국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글로벌센터에서는 매일 1백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상담을 하며 연간 상담 건수는 5만건 가량이다. 서울글로벌센터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카버 팀장.
[Korea.net] “한국어가 영어보다 편하다”
“FC서울의 경기를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따라 나선다”
영국 출신 폴 카버(Paul Caver)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의 말이다.

그는 1992년 우연한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긴 인연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2002년 석사학위를 딴 뒤 몇 년간 회계사 생활을 했고 배우자를 만나 가정도 꾸렸다.

유학생, 근로자, 가장으로 경험해온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부터 서울글로벌센터팀장으로 일하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과 도움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축구경기 관람도 빼놓을 수 없는 활력소다.

“조만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의 한국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카버 팀장을 만나 한국과의 인연과 서울글로벌센터, 축구 사랑에 관해 들어봤다.
- 원래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1992년 첫 한국 방문 뒤로 계속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정착을 결심한 이유는?

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베이징으로 유학을 갔다. 한국에는 방학 때 잠깐씩 왔었다. 사실 중국은 국가에서 통제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유학생활을 할 때 답답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오면 마음이 더 편하고 여유로웠다. 결국 석사 공부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고 그때부터 한국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 한국 거주 외국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이들에게 제공하는 도움과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서울글로벌센터는 기본적으로 근로자, 다문화가족, 유학생, 기업인 등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외국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누구에게나 도와주려고 한다. 센터에서는 크게 3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생활지원팀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각종 애로사항 해결을 돕는다. 사업지원팀은 창업이나 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교육팀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기초, 사업 한국어 강의 등 한국어수업 등을 실시한다. 그 밖에 여러 문화행사도 진행한다. 현재 글로벌센터는 종로, 동대문, 신도림 등 외국인들의 거주 밀집 지역에 운영되고 있으며 이촌 등 10곳에 글로벌 빌리지 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많이 부족했고 영어가 능숙한 직원도 매우 적었다. 그렇다 보니 외국인들이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류 작성이나 언어적인 도움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각 기관이 다국어 지원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근래에는 동남아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늘고 있다. 이들의 한국 생활 적응, 가정불화 관련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국가 출신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늘리려고 한다. 현재 글로벌센터는 10개 국어로 서비스되는데 향후에 캄보디아, 미얀마, 아랍어도 추가할 계획이다.
▲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은 “유능한 외국 유학생들의 한국 정착과 창업을 돕는 것도 서울글로벌센터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며 서울글로벌센터의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강조했다.
- 서울글로벌센터가 내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센터의 가장 큰 성과로 먼저 무엇을 꼽겠으며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여러 성과가 있지만 그 가운데 창업희망자를 위한 보육센터를 들고 싶다. 이곳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외국인들이 사무공간 무료 제공, 멘토링 지원 등 창업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센터에서는 앞으로 유능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취업과 정착을 돕는 일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몇 년간 쌓은 경험을 뒤로 한 채 본국에 돌아간다면 한국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다. 센터에서는 이들 가운데 한국 정착 희망자들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유학생들을 위해 취업박람회를 열고 법무부와 협력해서 새로운 투자·창업비자도 만들었다.

- 서울글로벌센터 팀장 일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떨 때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가

영국과 한국에서 회계사로 몇 년 간 일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생활과 나의 장래를 고민하다 지인을 통해 어떤 분에게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분은 알고 보니 스티브 매키니(Steve McKinney) 당시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이었다. 그는 이직 고민을 듣고 마침 자신의 임기가 끝나간다며 센터팀장 자리에 지원해보라고 권했다. 그의 권유를 받고 생각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한국에서 유학생활도 하고 일도 해봤으며 다문화가정으로 살고 있다. 그때 글로벌센터가 있었더라면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외국인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매 학기마다 각 대학을 방문해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글로벌센터 소개를 할 때다. 10여개 이상의 학교를 다니며 “서울은 살기 좋은 곳이며 도움이 필요할 때 글로벌센터를 찾으라”고 안내한다. 그때마다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가지면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유학생들의 두려움도 해소되고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의미 있고 중요한 사업인 것 같다.

-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만한 한국 공무원 생활의 특징이 있다면? 반대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글로벌센터 팀장 일에 관해 말하자면, 과거 센터장의 역할과 현재 역할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과거 센터장 업무에 의전 역할이 많았다면 현재 센터장의 역할에는 행정 업무의 비중이 높아졌다. 공무원으로서의 실무가 많고 어려울 때도 있다. 시의회 참석은 특히 긴장되는 일이다. 지난해 4회 참석했는데 시의원들이 매우 꼼꼼했다. 외국인 참석자에 대한 관심도 있고 센터팀장 업무 등을 묻곤 한다. 한글로 적힌 긴 보고서를 보면 이해는 하지만 회의할 때 쉽게 말이 나오진 않는다.

장점이라면, 유일한 백인 참석자이다 보니 얼굴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고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시장님도 1년에 8~9번 가량 만났었다. 볼 때마다 인사하시며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횟수로 보면 시장님을 무척 자주 보는 편이라고 하더라.

- 한국에서 공무원 생활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겠는가

공무원 일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관심을 많이 갖길 바란다. 아직 기회가 많은 편은 아니므로 경쟁은 높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본청에도 외국인 몇 명이 근무하고 있다. 빌리지센터 등에도 기회가 있다.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보길 바란다. 물론 한국어 실력도 중요하다. 사실 나도 한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업무를 해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 1992년 서울에 왔다. 그 동안 느낀 변화의 폭도 컸을 덴테.

서울은 매우 살기 좋아졌고 편해졌다. 과거에는 교통도 엉망이고 공항 시설도 썩 좋지 않았다. 식당은 한식집 밖에 없었다. 요즘은 정말 국제적인 도시(cosmopolitan)가 된 것 같다. 교통도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물론 런던이 서울보다 더 국제적이긴 하다. 서울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런던은 아직까지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팀장의 축구 사랑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3~4세부터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3대가 축구관람을 했다며 축구 사랑은 가족과 사무실 동료들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 FC서울의 열렬한 팬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가? 한국 축구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옛날부터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최효진이다. FC서울에 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동 중이다.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가 FC서울을 떠날 때 너무 아쉬움이 컸다. 그를 대신할 만큼 좋아하는 선수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최효진 선수를 대신할만한 새로운 선수를 빨리 찾고 싶다.

축구는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다. 3~4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축구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했다. 한국 왔을 때도 당연히 축구경기를 찾아 다녔다. 2002년에는 월드컵 전에 한국에서 석사공부를 마치고 영국에 돌아갔어야 했지만 일부러 몇 달 더 남아 한일월드컵을 한국에서 봤다.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아 좋았다. 지금도 FC서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다닌다. 센터 직원들에게도 행사 일정을 잡을 때는 가급적 축구경기 일정을 피해서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 영국과 한국의 축구문화를 볼 때 한국의 축구 문화에만 찾아볼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아울러,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영국 축구문화의 특징이 있는가?

한국 팬들은 매우 착한 것 같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응원가로 자기팀을 위로하되 상대팀을 깎아 내리진 않는다. 자기가 응원하던 팀에서 뛰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도 나쁘게 말하지 않고 그 선수가 예전 팀의 연고지를 찾으면 반겨준다. 일종의 친정 개념이 보기 좋다. 이는 영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국에서는 그 선수가 전에 뛰던 팀에 가더라도 일단 떠났으면 남이 된다. 야유하고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팬들이 상대팀이나 연고지역을 낮게 말하는 농담(banter)을 주고 받는다. 물론 재미도 있다. 그런 농담을 주고 받다 새로운 응원가가 생기기도 한다.

- 전국 곳곳을 여행하신다. 특별히 즐겨 찾는 명소는?

여행지는 기본적으로 FC서울의 경기를 중심으로 다녔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부산, 강릉, 광양 등을 다녔고 경기 며칠 전에 미리 가서 관광지를 둘러보는 식이다. 제주도는 좋은 관광지라 제주도에 경기가 있으면 웬만하면 가족 동반으로 함께 간다. 제주도는 좋은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 간 것은 2014년에 호주 시드니까지도 따라가봤다. 그때는 FC서울 팬 몇 명과 함께 갔다. 그 밖에 중국, 일본 경기도 가서 관람했다.

- 당신에게 비친 한국인,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첫 인상으로 보면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전철역에서 지도를 꺼내보고 있으면 어느새 누가 다가와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 불친절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피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이런 모습은 사실 불친절하게 보인다. 첫인상만 보자면 무척 친절한 사람들로 보이지만 조금 깊이 알게 되니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려고 노력하지만 남에게는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 남에게 양보가 적고 이기적이다. 그러나 앞차가 아는 사람이라면 전혀 다르다. 어떻게 보면 친절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렇지 않다. 일종의 이분법이랄까(dichotomy)?

- 서울글로벌센터팀장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혹시 다음 목표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현재 글로벌센터팀장 일이 재미있다. 지금 일에 집중하고 잘해보고 싶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더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좀 더 멀리 보자면, 요즘 해외법인이 많이 있는데 한국에 있는 해외법인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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