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飮食’은 최고의 휴식이자 소통, 그리고 행복'이란 지론을 얻기 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도 겪었을 텐데.
예전에 직접 요리를 배우러 다닐 때는 매주 가는 것이 즐겁지 않을 때도 간혹 있었다. 지금 요리교실에서는 한 달에 한번 모여 후식 포함 4~5가지 메뉴를 배우고 간다. 다음 모임까지 4주간 집에서 복습해볼 수 있다.
요리는 사실 지금도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음식은 즐거움을 준다. 가르치는 일은 늘 해왔다. 대학 졸업 후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준비만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리는 끝나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힘든 것은 요리가 노동이 될 때다. 장보기, 재료 손질 등. 그럼에도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재미있다. 요리가 천직이 아닐까.
-한국에 귀화했다. 그럼에도 이방인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어떨 때 그런 감정을 갖게 되나.
일상생활에서는 잘 못 느끼지만 한국인들의 단결, 단합을 볼 때 그런 감정이 들었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로 함께 뭉치는 모습을 보면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 외에는 오히려 일본에 갔을 때 더 이상한 느낌을 갖는다. 너무 오랫동안 일본을 떠나 살았기 때문에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사람과 대화할 때, 가게 종업원과 말할 때, 문득 스스로 ‘내가 잊어버리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 요리교실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요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다. 예를 들어 한 수강생이 여기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 만들었는데 그 요리를 계기로 사이가 안 좋았던 시아버지와 화해를 하게 되었다던가 할 때. 요리가 사람의 마음에도 영향을 줄 때 기분이 좋다. 또, 수강생 스스로 요리교실을 다니며 변화를 보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언어학을 전공하셨다. 요리에 뒤늦게 눈을 돌린 이유는?
아버지가 프랑스 요리사셨지만 어릴 때부터 늘 요리는 힘들다고 생각했고 요리를 업으로 할 생각이 없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다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지방을 가면 처음 접하는 요리에 늘 관심이 갔고 집에 가서 꼭 다시 해봤다. 맛있다고 생각되면 그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커졌다. 집에서 만들어 가족에게 먹이다 사람을 초대해서 함께 먹던 것이 요리교실로 발전됐다. 요리 속에서 재미와 즐거움도 얻었고 편한 마음으로 했다. 요리를 가르치다 보니 일본어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못 느끼게 됐다.
- 가장 먼저 만들어본 한국요리가 무엇인가? 또, 가장 즐겨 만들어 먹는 한국요리는 무엇인가? 반대로 가장 만들기 어려웠거나 먹기 힘들었던 한식 메뉴가 있다면?
가장 처음 해본 한국음식은 바지락 칼국수다. 큰 애를 임신했을 때 바지락 칼국수를 무척 맛있게 먹었다. 그때 기억을 더듬어 집에서 만들어봤다. 시아버지님께 해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고 나중에 어머님과 남편을 통해 들었다. 분가한 뒤에는 더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이자카야(居酒屋)처럼 술 위주로 함께 먹는 음식을 즐겨 만든다. 자연산 굴에 보쌈에 넣는 무생채도 즐겨 만드는 데 사케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없는, 한국적인 음식이 좋다. 갈비찜처럼 일본에도 유사한 메뉴가 있는 요리는 안하게 된다.
- 당신이 보기에 가장 한국사람을 표현하기에 적합하거나, 가장 대표적인 한국음식 메뉴가 있는가?
왠지 비빔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좀 의문이다. 불고기도 아닌 것 같다. 진짜 한국적인 음식은 삼겹살이라고 생각한다. 돼지고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다 먹지만 불판에 구워 쌈에 싸먹는 음식은 정말 한국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요리가 생각 날 때면 늘 삼겹살이 먹고 싶어진다. 또, 김치보다는 매콤한 양념의 굴생채가 더 좋다. 서해안에서 나온 자연산 굴과 무로 만든 생채는 특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