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용의자 둘, 순순히 잡힌 이유?
김정남에 직접 독극물 공격을 한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는 각각 사건 이틀과 사흘 뒤 범행 장소였던 공항에 다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장을 수색 중이던 현지 경찰에 즉시 체포됐다. 공항에 나타나기 전에는 인근 호텔에 투숙 중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용의자들의 어설픈 대처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수’냐, ‘고의’냐로 분석이 나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22일 데일리NK에 “보통 북한은 타깃을 암살한 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암살자 역시 죽인다”면서 “해외 여성들을 고용해 김정남을 순식간에 암살하는 건 성공했지만, 용의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지 못한 건 뒤처리 실수”라고 평가했다.
북한 대남 공작 문제를 추적해온 바 있는 한 대북전문가도 “제3국 사람을 고용해 암살한 건 그만큼 북한 소행임을 감추고자 한 것일 텐데, 용의자들을 도주시키거나 은폐시키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테러(암살) 방식을 청부로 새롭게 바꾼 것 같은데 이후의 수습 과정을 보면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북한 소행이란 의혹을 없애기 위해 고의로 외국인 용의자들을 노출시켰다는 관측도 있다. 유 원장은 “북한이 여성 공작원을 현지화시키는 대신 아예 외국인 여성을 포섭한 걸 보면 이번 사건을 북한과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은 한 것 같다”면서 “여성 용의자들을 숨길 수 있었음에도 굳이 노출시킨 건 ‘북한 공작원’ 소행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여성 용의자들이 해당 범행이 ‘살인’인지 몰라 신속히 도주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장난인 줄 알았다’ ‘예능 방송 촬영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상태. 하지만 현지 경찰은 여성들이 범행 전 머리를 자르는 등 변장을 한 것과 독극물 공격 직후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은 정황 등으로 볼 때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