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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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et]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꿈이었는데 이번에 그 꿈이 이뤄졌습니다.”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Almazbek Atambaye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총선을 치른 다음 날인 지난 2015년 10월 5일 밝힌 소감이다.

정국 안정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선거 자동화 장비 도입을 강력히 추진했던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여 과거와 같은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라며 “이번 선거로 가장 큰 꿈 하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에서 광학판독개표기에 선거용지를 넣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 도입된 선거 자동화 시스템은 2015년 5월 지방의원 보궐선거, 10월 총선과 이듬해 12월 키르기스스탄 국민투표에도 사용됐다.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선거 자동화 장비 도입은 한국이 추진해온 ‘키르기스스탄 선거역량 강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됐다.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 및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상호 협력해서 2014년 4월부터 키르기스스탄의 선거자동화 시스템 지원사업을 실시해왔다. 이 사업은 2013년 10월 세계선거기관협의회의 창립총회에서 한국의 첨단 선거 정보통신기술을 접한 투이구날리 압드라이모프(Tuigunaaly Abdraimov) 키르기스스탄 중앙선거위원회(CEC) 위원장이 아탐바예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는 한달 뒤 한-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2013년 11월) 등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의 지속적인 요청을 거쳐 ‘키르기스스탄 선거역량 강화사업’으로 구체화됐다.

과거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여러 차례 선거를 치렀지만 부정선거, 언론탄압 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시민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정한 정국과 이중투표, 개표결과 조작 등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끊이지 않아 선거 결과의 신뢰도가 낮았다. 특히 선거 때마다 선거인원보다 투표용지가 부족하거나 대리투표 등이 빈번했고 수(手)개표로 이뤄지다 보니 개표에만 2~3 일, 길게는 일주일이 걸리곤 했다.
▲ 2015년 10월 키르기스스탄의 총선에는 선거 자동화 시스템이 사용됐다. 투표 종류 후 자료 전송을 준비하는 모습.
한국은 키르기스스탄에 선거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사전분석과 컨설팅을 철저히 실시했다. 한국의 ICT를 이용한 데이터 센터 구축, 선거정보시스템 및 광학판독개표기 개발·보급, 교육 연수프로그램 운영, 전문가 파견 등 선거관리 노하우를 키르기스스탄과 공유하고 지원했다.

선거 자동화 시스템은 2015년 5월 키르기스스탄 지방의원 보궐선거에 광학판독개표기 1백대를 처음 도입하면서 시범운영됐다. 1개월 간의 짧은 준비기간, 유·무선 통신불량, 악천후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5개주 49개 투표소에서 실시했던 선거에서 시스템에 대한 정확성이 검증됐다. 그 뒤 5개월 뒤인 10월 총선에는 전국의 투표소 2천3백38개에 광학판독개표기(precinct count optical scan, PCOS)가 도입됐으며 선거 종료 후 단 2시간 만에 개표 결과의 95%를 알 수 있어 선거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 한국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선거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지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선거 자동화 기술 관련 연수를 받는 현지인들.
광학판독개표기는 광선을 이용해 전자식으로 투표용지를 판독하는 기계이며 선거 자동화 시스템의 핵심 기술이다. 투표 용지를 일반 투표함에 넣어 하나하나 분류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유권자가 투표 후 광학판독기에 투표용지를 넣으면 거기에 묻은 잉크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광학판독개표기를 이용하면 이중투표〮대리투표〮개표결과 조작 등 부정선거가 완전 차단될 수 있어 선거의 투명성과 결과의 정확성이 강화될 수 있다. 개표 결과는 인터넷을 통해 즉시 키르기스스탄의 중앙선거위원회로 전송된다.

외신들은 총선에 도입된 키르기스스탄의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2015년 10월 10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로 본보기가 될 것(it will set a good example in central Asia)’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의 유라시아 지역 전문매체 ‘유라시아넷(Eurasianet)’도 10월 5일“경쟁력과 기술력 있는 이 총선은 역사적인 전환점 (historic turning point) 이 됐다”고 평가했다.

선거 자동화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키르기스스탄 국민투표에도 사용됐으며 올해 11월 대선에도 사용될 계획이다.
▲ 외신들은 키르기스스탄에 2015년 처음 도입된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키르기스스탄의 총선은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한 유라시아넷.
선거 자동화 시스템 도입 이후 실시된 키르기스스탄의 총선은 69개국 6백13명의 국제 선거 참관단도 지켜봤다.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인근 독립국가연합(CIS) 및 케냐, 에콰도르, 가나 등 11개국에서도 선거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중앙선관위는 이 가운데 케냐, 에콰도르와 투〮개표 전산화 지원 사업, 선거역량 강화사업 등 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올해 이들 국가의 대선에 선거 자동화 시스템 지원을 추진 중이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세계선거기관협의회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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