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는 불편하지 않은가?
아니다. 은근히 편하다. 최대 시속 30km인 속도가 처음에는 속이 터질 것 같이 답답하지만 사람은 금방 적응한다. 트랙터 뒤에 짐칸을 달아서 쌀, 취사도구, 캔 통조림, 옷, 팸플릿, 깃발, 배낭, 신발도 다 넣고 다닐 수 있다. 트랙터 운전도 정말 쉽다. 5분만 배우면 바로 몰 수 있다. 느려서 사고 날 걱정도 없다.
-트랙터를 협찬 받았다.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던데.
난 프레젠테이션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책을 읽었다. 잡스가 목이 긴 검은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검은색 배경에 흰색 제품을 두니 집중이 되었다. 나도 따라서 검은색 배경에 트랙터를 놓았다. 잡스의 발표문도 그대로 활용해 아이팟을 트랙터로 바꾸었다. “나는 세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발표를 했고 질문에도 답을 잘 할 수 있었다.
-전국의 마을을 몇 군데나 돌아다녔는가?
몇 군데만 갔으면 세어봤을 텐데 너무나 많은 곳을 가서 세어보지 않았다. 도시만 따져도 50개 정도 될 텐데 아마 마을은 적어도 250군데는 갔을 것이다. 국내 여행을 할 때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경남 하동에서 부산까지 간다’ 정도만 정해놓고 그 중간의 모든 길은 궁금한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다. 일직선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지그재그로 갔다.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어디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일이 생기지 않는가?
-낯선 고장의 이장 집에 찾아가서 하루 머물 수 있냐고 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하동에서 이장을 27년째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안내방송도 맡아서 했고 우리집을 오가는 동네 분들을 접대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안 계시면 내가 “할머니, 고모는 시집 갔어요? 삼촌은 잘 지내고요?” 하며 말동무도 해드렸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부탁의 말을 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았다.
-여행 중 친구를 많이 사귀었을 것 같다.
지방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 여행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전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지금껏 지방에 연락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나는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의 명예주민이다. 진보면 형들이 결혼을 하면 결혼식장에 꼭 가고 동네 장례식도 간다. 진보면의 목욕탕 주인, 당구장, 떡볶이 집, 커피 집 주인들이 전부 친한 형님들이다.
-결혼은 했는가?
아직 못 했지만 꼭 하고 싶다. 소개팅을 원한다고 꼭 얘기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