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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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 때문에 대림동 동포사회가 술렁이는가보다. 영화 상영을 중지하라는 목소리도 있는가보다.

내 개인적 소견이기는 하지만 조선족 동포사회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나는 조선족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연길에서 2000년에 생활했으며 그 이후 중국생활 중에 한국인 이상으로 동포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같은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만났지만 민족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연길에서 생활할 당시, 나는 중국어를 한참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연변대 조선족대학생이 중국어 개인교사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조선족 동포들이 정말 부러웠다.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 일본어까지 능통한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 그래서 조선족 동포들을 달리 보게 되었고 더더욱 조선족 커뮤니티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감사해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중국 조선족을 보는 관점은 민족적 감정 혹은 주관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는 한국인도, 조선족 동포도 그렇다. 특히 한국인은 단일민족국가의 국민으로 나서 자랐기 때문에 민족과 국적을 구분하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주관적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 사회는 발전적 해체를 시작했다. 길림성 농촌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동포가 서울이나 도쿄로 가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시작되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조선족 사회는 개방 후, 한국 산업화 이후에 발생한 농촌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조선족 동포사회는 개인소득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한국,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로 진출했다. 물론 이같은 변화로 인해서 조선족 학교는 사라지고 기러기 가정도 많이 생겼다. 중국 현지 조선족 사회도, 가정도 해체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조선족 사회는 과거에 비해서 경제적 발전은 분명했다. 중국 개혁개방 후 소득 발전이 가장 큰 민족은 당연히 조선족 동포사회였다. 조선족 청년들은 여전히 베이징, 상하이, 서울, 도쿄 등의 회사를 골라서 취직할 수 있다.

중국의 개방과 한중수교는 조선족 동포사회에 전략적 발전환경을 조성했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에 능통한 조선족 동포사회는 아시아에서 언어지도로는 가장 넓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탁월한 언어능력 덕분에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큰 공을 세웠고 소득을 높일 수 있었으며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었다.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초창기에는 한족 직원, 조선족 직원 구분 없이 함께 일했다. 그런데 한족 직원들이 불만이 많았다. 차별 대우한다는 거였다. 같은 민족이라고 더 잘 해준다고 했지만 두 가지 언어를 하는 사람과 한 가지 언어를 하는 사람의 차별은 당연한 거였다.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달랐다. 그래서 한족 직원과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조선족 동포를 베이징에서보다 서울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많이 바꼈다. 한국에 60만의 조선족 동포가 살고 있다. 연길시 조선족 인구보다 훨씬 더 많다. 조선족의 수도가 연길에서 대림동으로 이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양적 팽창에 비해서 질적인 발전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중국 현지 조선족 사회는 자체의 교육기관도, 사회단체도, 전문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림동은 경제활동 위주로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사회문화적 분야는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국 현지의 한국인사회와 같이 한국 국내의 조선족 사회는 무정부 사회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없다. 따라서 자치적 활동을 높이는데 공통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화는 특정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뿐이다. 사실적인 것보다 허구가 많다. 홍콩영화 영웅본색처럼 홍콩의 조폭들이 그렇게 멋지지도 않고 홍콩에서 그렇게 총질을 해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대와 사회의 가장 인상적인 점을 드러낸다.

영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건 누워서 침뱉기와 같이 스스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대림동의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고 긍정적인 태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림동에 갈 때마다 흥미로웠다. 대림동의 양꼬치가 베이징보다 더 맛있었다. 마치 연길이나 창춘, 선양의 한 지역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서울에서 가장 국제화된 지역이 바로 대림동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림동의 공통어는 한국어와 중국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 왕징의 공통어가 과거에는 중국어와 한국어라고 말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즉, 대림동은 현재의 촌스럽고 어두운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국제적 도시 발전을 이끌 콘텐츠가 풍부한 지역이다.

관점이 곧 발전의 방향을 결정한다. 한 사회의 관점과 발전 방향을 이끄는 그룹이 영도그룹이다. 대림동의 이미지 개선을 이끌 영도그룹이 필요하다.

영화에 불만을 터뜨리며 사회적 여론을 조장하는 건 영도가 아니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서 개선과 혁신의 기회로 만들내는 것이 진정한 영도이다.

조선족 동포에 대한 범죄적 어두운 이미지를 부각한 영화는 '황해'이다. 황해를 보면서 조선족 동포들의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연변사람보다 더 연변사람 같다며 배우의 연기력을 극찬했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동포들이 다 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영화를 영화로 보는 동포사회를 보며 내 우려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문화 영역은 경제 영역과 다르다. 영화 청년경찰로 인해서 대림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까봐 염려하는 것은 아닌가? 또 한국 국내 언론은 일각의 목소리를 키워서 여론을 부추기는 건 아닌가?

영웅본색 영화 하나가 한국에서는 홍콩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문화 영역은 경제 영역과 다른 원리가 작동한다. 대림동이 조선족 동포 수도임이 부각될수록 손해될 것은 없다.

나는 확신한다. 서울 대림동은 서울의 또 다른 명물로 부상하는 미래를... 대림동의 국제적 특성을 살려서 국제적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

서울에만도 중국어 공부하는 한국인 적지않다. 서울 속 중국인 대림동에 가서 중국문화를 느낄 수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가장 편리한 지역을 대림동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적지않은 중국관광객이 대림동을 찾고 있다.

대림동의 영도들이여... 전화위복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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