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긴장, 졸음과 감상을 몇번 되풀이하면, 울릉도 항구다.
7월 2일 아침 8시, 강릉항에서 꿈에 그리던 울릉도행 시스포빌에 승선했다.
어제부터 멀리서 다가오는 태풍 쁘라삐룬(비의 신)의 영향으로 비는 오락가락 하여, "과연 울릉도행 정기선은 출항할까?" 노심초사했다. 다행이, 아침 8시에 배는 출항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들어가면 태풍으로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데, 그건 그거다.
사실 수십년 전에 포항 포스코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울릉도 여행을 꿈꾸어 왔으나, 막상 그곳으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모처럼 쉬는 기간에 날씨의 영향과 울릉도보다는 먼저 해야 할 그렇고 그런 사정이 많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제 장년이 되고 자유 시간이 풍부해져서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보니 최근에는 섬 여행에 재미를 붙였다. 작년에는 홍도를 찾았고, 금년 초에는 완도 보길도를 구경하였으며, 이번에는 친구 딸 결혼식 덕분에 베이징에서 한국을 방문하고 내친김에 울릉도 여행을 정했다. 혼자 여행이다. 섬 여행의 관건은 날씨라고 한다. 앉으나 서나, 밥 먹고 술 마실 때도 날씨다. 그런 얘기는 수차 들었지만, 지난 홍도와 보길도 여행 때, 정시 출발하고 정시 돌아와서, "뭐 날씨 별거 없네..."라고 무감각해진 기분이다.
그런데 이번 섬여행에서는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 진수를 봤다. 날씨, 아니 바람과 안개다.
자, 당초 계획은 2박 3일이었지만, 태풍 영향으로 7일간 묵은 울릉도, "세상에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라는 얘기는 진실이다. 덕분에 울릉도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아름다운 울릉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7월 2일 월요일, 아침 8시에 강릉을 출항한 여객선은 오전 11시 15분경에 울릉항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불투명해서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으나,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여전하다.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거리는 178킬로미터, 승선 시간은 3시간 15분 정도 소요된다. 육지에서의 거리 개념으로 본다면 결코 먼 거리가 아니지만, 바다에서는 멀고도 먼 길이다. 참고로 육지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편은 포항, 강릉, 묵호, 후포 항 등이 있다고 한다.
출항 전 멀미약 챙겨 먹고 차분하게 요동치는 동해 바다와 끼룩 끼루룩 거리는 갈매기 떼 쳐다보며 기대와 긴장, 졸음과 감상을 몇번 되풀이하면, 울릉도 항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