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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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교외의 서민골목시장이다. 퇴근 길에 집에 가면서 먹거리를 사간다. 나는 베이징 백화점보다 이런 서민시장의 풍경을 보고 감흥이 생긴다.

근년 들어서 이런 골목시장에서조차 인민폐를 볼 수 없다. 백 위안 짜리 받으면 위조지폐인지 불빛에 비쳐보고 꾸겨서 만져보며 확인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받아들기에 주저될 정도로 더러워진 지폐도 사라졌다. .
노점상마다 두개의 QR 코드가 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QR 코드는 기본 포스기인 셈이다. 폰을 꺼내서 QR코드를 인식시켜서 지불하면 된다. 대단히 편리하다. 지폐 뿐 아니라 지갑도, 카드도 필요가 없어졌다.

재래시장의 풍경을 볼 때마다 QR을 보고 절로 놀라게 된다. 중국인은 쇼핑도 폰으로, 지불도 폰으로, 택시도 폰으로, 지하철 요금도 폰으로, 네비게이션도 폰으로 대체됐다.
그런데 QR 방식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은 기술도 아니다. 이는 제도와 서비스 개념의 문제이다.

우리는 제도적 규제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잘 안다. 중국에서 이토록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도입, 확장시킨 주체는 은행이 아니라 IT회사 즉, 텐센트와 알리바바이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전자 등이 하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종간 벽이 너무 높고 두텁다.
한국 관광객들은 이런 재래시장 풍경을 볼 때마다 한국의 과거를 회상할 뿐 재래시장을 작동하는 신문명을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 명동에서 QR을 처음보고 중국에서 최초로 QR 방식의 정보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한국은 사라지고 중국은 QR도 도배됐다.

나는 이같은 양국의 변화가 아직도 궁금하다. 한국에서 QR을 이용한 정보서비스 시스템을 말하면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대단히 흥미로워 했다.

양국 문자의 차이, 시장 특징의 차이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자는 뜻글자이다. 하나의 한자에는 뜻, 개념이 담겨져 있다. QR도 특정 명령, 링크가 담겨져 있다. 이같은 개념을 한자를 쓰는 중국인은 쉽게 이해하고 다양한 응용방식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소리글자를 쓰는 한국인은 어렵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국은 13억의 넓은 시장이다. 수년전 중국인에게 QR을 설명할 때, 포스기를 중국 전역에 깔려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고 QR 코드 인쇄물을 전역에 까는 예산은 얼마나 될 지 물어봤을 때 눈빛이 달랐다.

몇년 전 인천공항에 한식당을 운영하는 모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다국어 주문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했다. 종이 몇장 붙이고 다국어로 실시간 주문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는데 포스기로 어려운 주문방식을 택했다. 나는 아직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서울에서 대화와 베이징에서 대화는 다르다. 서울에서는 무겁고 뻔하다. 베이징에서는 가볍고 새롭다. 새로운 개념, 창의적 아이템을 놓고 대화를 나누기는 베이징이 좋다.

스마트폰이 처음 생겼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했었다. 그 상상들이 베이징 재래시장 뿐 아니라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IT는 기술이 아니라 상상이고 스토리이다. 기술은 넘 흔하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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