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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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에서 50여 킬로미터 떨러진 온천비행장에서 내려서 군사열을 받고 있다.



고 영 환(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북한의 3대 세습자인 김정은이 갈수록 이상한 통치행태들을 보이고 있다. 가장 쇼킹한 행태는 지난해 12월 김일성의 사위이며 자신의 고모인 김경희 비서 남편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을 기관총으로 처형한 것이다. 장 처형 직전에는 장성택의 최측근 간부들이었던 당 행정부 리룡하 제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들을 당 간부들 앞에서 공개 총살하였다. 김정은은 2009년에도 자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그 책임을 박남기 당 재정계획부장에게 물어 공개 총살한 바 있다. 북한 노동당이 창건되고 김일성, 김정일이 집권하는 동안 수많은 당, 정, 군 간부들이 숙청되었으나 당의 최고위급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총살한 적은 없었다. 김가집안의 거의 유일한 어른이었던 장성택을 조카 김정은이 처형하는 것을 김경희 비서를 포함하여 북한의 어느 누구도 상상을 못하였다고 한다. 김정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공식적으로 북한의 지도자로 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북한군의 핵심보직인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2회, 총참모장을 3회, 인민무력부장을 3회, 작전국장을 3회 교체하였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은 군 장성들의 계급을 마치 유치원 군사놀이, 별 놀이 하듯 기분대로 올리고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군복무를 하지 않은 최룡해에게 단번에 대장계급을 주었다가 차수로 승진, 다시 대장으로 강등, 재차 차수로 승진시켰다가 현재는 군복을 벗겼다. 그의 후임으로 총정치국장이 된 황병서는 올해 2월 중장에서 상장으로, 4월 15일에는 대장으로, 대장이 된 지 불과 열흘 후에는 차수로 승진시켰다. 2개월 동안에 계급이 세 단계나 올라간 것이다. 김영철 무력부 정찰총국장도 대장에서 중장으로 강등, 다시 대장으로 승진하였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도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중장에서 상장, 대장으로 승진하였다가 다시 상장으로 강등을 거쳐 현재는 대장으로 있는 등 군부 인사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현재 북한군 장성들은 별이 하루아침에 올라갔다 다음날 떨어지는 기이한 형태에 그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정은의 과대망상증도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은 핵실험 강행후 워싱턴을 '핵찜질'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밤중에 군 고위간부들을 미국본토와 괌 등을 향한 공격 화살표들을 그려 놓은 커다란 군사작전 지도가 걸린 집무실로 불러 들여 이른바 '미국 타격 명령'을 하달하였다. 더 가관인 것은 김정은이 군 최고위 간부들에게 미국공격을 지시하는 이 회의의 모습을 신문에 공개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서해 백령도 앞의 북한 섬들을 지도한다고 와서는 백령도의 한국군 기지를 공격할 때 '처음에는 레이다를, 다음에는 하푼 미사일을, 그 다음에는 군 포진지를 공격해야 한다'는 식으로 순서를 정해주고 이 모습도 TV에 공개하였다. 북한서해안 지역을 수 십 년 동안 방어하면서 한국군에 대한 공격을 훈련해 온 북한군 4군단 장성들 앞에서 이런 공격 지시들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다.



지난 5월 10일 김정은의 서해 온천비행장 현지지도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온천비행장은 평양에서 서쪽으로 50k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차로 간다면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순안비행장으로 차를 타고 가서 러시아제 낡은 'Ilushin 62M' 전용기를 타고 온천비행장으로 날아갔다. 비행기는 10분만에 온천비행장에 내렸다. 그리고 김정은은 비행기에서부터 의장대 앞까지 깔린 레드카펫을 밟고 손을 흔들며 내려와 북한군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이는 외국 국빈방문을 가서 외국 국가수반의 영접을 받으며 국가연주 속에 군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과 동일하였다. 차로 가면 40분이면 갈 거리인 데다 경호부담도 덜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번거롭고 시간도 더 걸리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드는 비행기를 타고 갔을까? 집권한 지 2년 반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외국방문을 하지 못한 김정은은 미국과 중국 등의 지도자들이 외국방문을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려 레드카펫 위를 걷는 환대를 국내에서라도 꼭 한 번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이런 대접을 받는 당당한 국가 지도자'라는 것을, '자신의 권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을 내외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당과 군 인사를 원칙도 없이 멋대로 진행하고 장성택 당 행정부장, 박남기 당 재정계획부장 등 고위간부들을 잔인하게 총살하는 나라, 겨우 30세의 철없는 지도자가 제 취향대로 무엇이든 하고 이상한 이벤트나 기행을 하여도 이를 말릴 간부도, 법적 장치도 없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비상식적이고 무능한 리더십의 김정은이 통치하는 이런 나라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역사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는 '붕괴의 전주곡'이다. 그래서 세계는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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