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세종문화회관의 뒤뜰, 세종예술의 정원이 나온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노비 소송을 담당하던 관청인 '장예원'이 있던 자리이다. 서당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노비들은 양반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했을까?
1692년 10월, 양반 송규렴은 외거 노비 기축에게 한글편지를 보낸다."기축은 보아라. 네놈이 내 밭을 차지하고는 토지사용료조차도 보내지 않다니! 네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으니 이번엔 꼭 보내거라. 또 한 번 내 말을 무시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애가 탄 집주인 양반이 무식한 노비 기축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한글 편지를 쓴 것이다. 조선 중후기에는 노비까지도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한글이 널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