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의 해당화관에 있는 한 옷가게에서 여성 점원이 옷을 정리하고 있다. 이 가게는 프랑스 브랜드인 크리스찬디올 등 고급 제품을 팔고 있다. 북한 신흥부자들은 한국 부유층 못지 않은 고가의 소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북한의 신흥 부자들…부모 권력 업은 태자당에

장마당서 돈 번 젊은 부자…국영기업 사업 錢主 역할도

세인트존 원피스·롤렉스 시계로 富 과시

외제車에 가정부는 기본…자산은 위안화·달러로 은닉



[한국경제신문 ㅣ 김태완 기자] 대북 사업가인 중국인 A씨는 최근 북한의 고위 당간부 자제와 평양의 사교클럽을 다녀왔다. 여성 접대부 두 명과 함께 고급 스카치 위스키를 마셨다. A씨는 “평양도 중국 베이징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며 “길거리에서 벤츠나 BMW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신흥부자들에 대한 내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고급 자동차에 명품 의류를 두르고 손에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을 쥐어든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는 내용들이다. 장마당 활성화 등으로 안방에 잠겨 있던 돈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있다는 소식이다.



최고 부자는 당 간부



북한 최고 부유층은 당연히 고위 당 간부 및 행정부 관료들이다.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부의 원천은 여전히 권력이다. 장마당 거상들도 당과 행정부를 끼지 않고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국책사업 이권은 최우선적으로 권력층들이 나눠 갖고 장사꾼들은 그 밑에서 ‘이삭 줍기’를 한다. 한 대북 사업가는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시장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사업가는 ‘장사=불법’이라는 리스크를 늘 떠안아야 한다”며 “당 간부 등에게 뇌물을 건네야 그들의 이권 일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8월 탈북자 149명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가장 잘사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앙당 간부(73.5%)와 사법관련 기관 간부(18.4%)가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외화벌이 일꾼 (4.1%)이나 장마당 상인을 꼽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 고위간부들의 자제인 ‘태자당’도 부모의 권력과 부를 업고 신흥 부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북 사업가는 “북한에는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며 “당 간부 자제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거상들 신흥 부자로 부상



하지만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장마당 등을 통해 돈을 번 소위 ‘돈주’들도 크게 늘고 있다. 돈주는 초기 중국과의 무역을 장악했던 화교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1980~1990년대 사회에 진출해 자본주의 생리가 몸에 밴 30~40대 젊은 층도 많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주유소와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고위층과 전방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가는 웬만한 관리들은 상대도 않을 정도의 위세를 자랑한다. 장마당과 보따리 무역, 대중 비즈니스 규모가 커질수록 이들의 입김도 덩달아 세지고 있다.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이들은 국영기업에 자금을 대주고 공동으로 사업을 할 정도로 돈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부자들은 평양에만 있지 않다. 한때 신의주 화교를 최고로 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청진 평성 순천 남포 등에도 거부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장거리 버스업과 사채, 부동산 등에 진출해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노동당과 검찰, 보안부 등과도 유착관계에 있어 2009년 정부의 기습적인 화폐개혁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재산 해외로 빼돌리기도



중국 경제잡지인 차이징에 따르면 북한 부자들은 대체로 수십만~수백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소매, 부동산, 사채업 등을 통해 돈을 불렸다. 요즘 평양의 부유층 여성들은 한 벌에 2000달러 하는 세인트존 원피스, 남성들은 1만달러의 롤렉스 시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부를 과시하는 것을 좋아해 고급 자동차나 요트를 구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캐딜락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북한이 미국산 부품이 70% 이상인 자동차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부자들은 또 대부분 가정부를 고용하고 있다. 북한 법률은 가정부가 봉건시대의 노비와 다를 바 없다며 고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부의 상징처럼 됐다. 차이징은 “북한에 돈을 쓸 만한 곳이 없다고 하지만 고급 사교장과 술집, 명품숍들도 많다”며 “당으로부터 풍족한 급여와 배급을 받는 군인과 간부들의 소비 수준은 웬만한 외국인 못지않다”고 전했다.



부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달러나 위안화로 바꿔 집에 놓아두거나 가족과 나눠서 보관을 한다. 남들이 빤히 볼 수 있는 은행 예금은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일부는 해외에 계좌를 만들어 은닉하기도 한다. 중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북한 부자들은 중국에 가짜 친척을 만들어 놓고 수시로 국경을 넘나든다”며 “자신의 자금을 차명으로 중국 은행에 예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돈주



한자어 전주(錢主)의 북한식 용어로 북한의 신흥 부유층을 말한다. 이들 대부분은 돈놀이를 하고 있어 사채업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돈주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아파트 건설 등 이권사업에 투자하며 부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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