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생햄 식재료





베이징 한식 전문가, 안현민 쌈 대표


















조선 중기에 쓰여진 '증보산림경제'에 보면 생햄의 제조법이 나온다. 그 당시에는 납육이라고 불렀다.



스페인의 이베리코, 이태리의 파르마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햄들이다. 최근에는 이베리코가 워낙 강세여서 이태리 음식점에서도 파르마보다 이베리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베리코는 도토리를 먹여 키운 흑돼지로 만드는데 이 때문에 독특한 향미를 준다. 이베리코 햄에는 지방질의 분해로 생겨나는 휘발성 물질인 알칸분자가 풍부하다.



햄의 풍미는 마이야르반응(갈변반응)과 스트레커(strecker)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야르 반응은 쉽게 생각하면, 스테이크 구울 때의 갈변하면서 발생하는 아미노산과 당분의 반응인데 식품을 오래 저장할 때도 발생한다.



스트레커 작용은 지방이 변하는 동안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일으키는 반응인데 이 반응 때문에 향을 만드는 알데히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을이면 우리가 품앗이로 김장을 하듯 유럽에서는 생햄을 만든다. 중국에도 햄이 있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식자재 시장을 둘러 보면서 햄을 보고 놀랐었다. 고급으로 소문나 있는 진화햄의 경우, 이태리 고급햄인 파르마햄의 향기가 났다. 단, 중국인들은 생으로 먹는 경우가 드물다. 볶거나 탕을 끓일 때 많이 사용한다.



그러면 중국에서 조선으로 전해 진 것일까? 아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음식의 역사나 흐름을 고찰할 때, 반드시 어디서 전파 된 것만 생각한다. 교류가 없어도 서로 다른 두 지역의 음식이 비슷하게 생겨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같은 음식 역사에 대한 접근방식은 음식의 사대가 아닐까? 아무튼 아직 밝혀진 건 없다.



조선의 생햄도 중국이나 유럽의 생햄 만드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돼지 뒷다리를 암염이나 천일염에 잘 문지른 후 소금으로 덮은 채로 숙성시키고 온도를 나누어 건조,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조선의 방식은 항아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중간 과정에 식초에 하루이틀 재우는 점이 특이하다.



아마 온도나 습도가 숙성시키에 부족해서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키지 않았나 추측 된다. 이베리코햄의 숙성 온도는 처음에는 6도에서 마지막에는 18 도에서 숙성을 마무리 한다. 한국은 겨울이면 영하로 떨어지니 안정된 온도에서의 숙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가 우리의 옛것을 너무 모르고 있지는 않은가? 정작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많은 것들이 1950년대와1960년대에 형성된 것이 많다.



한식의 테두리를 넓히기 위해 우리가 먹는 한식을 조그만 변형해도 이단 취급을 받는다.



"이거 한식 아니야"

"이거 전통 아니야"



언제까지 이런 굴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지... 한식을 세계화하려는 나라에서 너무 닫힌 생각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어느 나라의 음식문화를 둘러 봐도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스페인의 '빠에야'는 중동 국가의 쌀요리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탄생 했을까? 프랑스 요리에도 많이 사용 되는 생강, 70년대만 해도 요리에 보편적으로 사용 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일본 요리가 스며들면서 생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만드는 한식에 생햄을 사용하는 것이 자유로워졌다. 조선 중기에도 사용했던 식자재이니까 누구도 뭐라하지 못 할 것이다.



한국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이베리코를 주문해도 물량이 딸려서 6개월을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올 가을 나는 돼지 뒷다리로 조선 중기의 납육을 재현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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