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 중국의 손익계산서



"미국 금리인상 충격파 미리 흡수" 긍정 평가

부동산개발업체 등 연쇄파산 리스크 부각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14일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전날(6.4010)보다 0.05% 낮은 달러당 6.3975로 고시(위안화 절상)함에 따라 최근 사흘간 4.7%를 상향 조정(위안화 절하)하며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던 위안화 쇼크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로 자국의 수출경쟁력 제고와 환율제도 개혁 진전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중국 기업의 외화부채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기업 부채 리스크는 더욱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마리 토끼’ 잡은 위안화 평가절하



이번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바람직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의 한 통화당국 관계자도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절묘한 한 수였다”고 말했다.



불과 사흘 만에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3%(시장환율 기준) 가까이 낮추면서도 환율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 몇 개월간의 중국 위안화 환율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상하이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국 위안화 가치는 작년 한 해 미국 달러화 대비 2.4%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시장에선 달러당 6.2위안 선까지 하락했지만 인민은행은 매일 아침 기준환율을 고시할 때 달러당 6.1위안 선을 고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위상 제고와 자본유출 방지 등을 위해 인민은행이 위안화 추가 약세를 막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후 사정 때문에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한국의 통화당국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조정하면서 시장환율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기준환율 산출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시장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이번에 전격 환율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이르면 다음달로 예상되는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위안화 가치 급락이라는 충격파를 미리 흡수하는 효과도 거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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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외화부채 부담 110억달러 급증



중국이 잃은 것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채권 발행이나 은행대출 등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중국 주요 기업의 부채 부담이 커졌다.



중국 주요 국유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는 2010년 이후 해외에서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금리수준이 중국 내 금리보다 훨씬 낮은데다 당시만 해도 위안화가 꾸준히 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 잔액은 최근 3677억달러(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집계)로 불어났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 12일 이후 위안화 가치가 3%가량 하락한 탓에 위안화로 환산한 중국 기업의 달러부채 부담은 약 110억달러 급증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자산운용사 웨스턴애셋의 림스위칭 펀드매니저는 “조만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등을 중심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민은행이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추가 개방에 대한 회의론도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의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초 주식시장 급락에 이어 외환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주요 정치 지도자와 관료들은 중국이 과연 자본시장 추가 개방에 필요한 금융감독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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