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단둥 둥강의 중국 어선들은 뒷돈을 낸 후, 중국과 북한 양국의 국기를 매달고 자유롭게 조업한다.



북한이 10여년 전부터 중국 어선에게 뒷돈을 받고 해당 어선의 북한 해역 조업을 허가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산둥성(山东省) 지역신문 치루완바오(齐鲁晚报)는 "북한 접경지역인 랴오닝성(辽宁省) 단둥시(丹东市) 둥강(东港)의 대다수 어민들이 북한에 뒷돈을 주고 북한 해역에서 조업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단둥에서는 '북한 경비정에 빌붙다'는 의미의 '방팅(帮艇)'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인다. 현지의 중국 회사 3~5곳이 자국 어선의 조업을 보호하는 명목의 '방팅비'를 받아 북한과 나눠 갖는다.



신문은 "둥강의 어민들이 '방팅비'를 내고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행태가 10여년 전부터 있었다"며 "몇 년을 주기로 북한 측 대리인이 교체되기 때문에 현재는 방팅 증서를 발급하는 회사는 단둥에 3~5곳만 남았다"고 전했다.



수십년간 둥강에서 조업해 온 어민 왕(王)모 씨는 "하루, 한주, 한달, 한 분기 단위로 방팅비를 낼 수 있다"며 "큰 배는 하루에 3천위안(54만원), 중소형 어선은 1천5백~2천위안(27~36만원)이며 분기별로 내면 21~25만위안(380~450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민들 사이에서는 월, 분기 단위로 '방팅비'를 내는 것이 유행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돈을 내면 북한 측 대리인인 중국 회사가 중국어와 조선어로 적혀 있는 증서를 발급하며 증서에는 어선의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며 "이 증서가 있는 어선은 북·중 양국 국기를 달고 북한 해역도 막힘없이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둥강 어민 장(张) 모씨는 "'방팅' 증서만 있으면 심지어 북한 해안에도 상륙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북한 해안에 여러 번 오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같은 '방팅'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북한 해역에 어족 자원이 풍부해 중국 선주가 뒷돈을 쓰는 것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왕씨는 "'방팅비'는 해마다 오르지만 선주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상하게도 북한과 중국간의 통상적인 해상 경계선인 동경 124도를 기준으로 중국 해역에는 고기가 없는 반면 북한 해역으로 몇백m만 넘어가도 게를 비롯한 질 좋은 수산물이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해역은 환경 오염과 과도한 조업으로 인한 어류 자원의 고갈로 조업이 어려운 반면 북한 해역은 오염이 없어 수산물이 풍부하다"며 "북한 해역에서 한 번만 조업해도 '방팅비'의 몇 배를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팅비'를 받는 중국 업체는 보통 방팅비를 현금으로 받지만 때로는 북한 측의 요구에 따라 어선의 각종 장비와 부품 또는 쌀, 식용유 등으로 받기도 하며 중국의 조업 기술 전수를 요구할 때도 있다.



왕씨는 "현재 북한의 어로 기술은 중국과 20년 가량 차이 날 정도로 낙후했다"며 "북한에서 보낸 선원들에게 어로 기술을 1주일 이상 가르쳐주면 방팅 비용을 깎아준다"고 밝혔다. 



신문은 "뒷돈을 내지 않은 중국 어선이 몰래 북한 해역에 들어갔다가 경비정에 나포되면 북한 측은 중국 선주에게 배값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벌금을 요구하며 이런 경우에도 방팅 회사가 벌금 전달을 맡는다"고 전했다. [온바오 한태민]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