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레닌그라드대 한국사 박사, 김일성종합대·레닌그라드 동양학부 졸업)



북한 사회, 특히 상대적으로 계급이 낮은 엘리트 집단은 북한정권에 대해 냉소적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소련을 위시한 과거 공산국가들이 그랬듯,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점차 붕괴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지배층은 권력을 장악하는 동안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공산주의는 완벽한 유토피아를 약속했다. 이같은 이론은 미사여구로 포장돼 설득력이 높았다. 불과 수십년 후 헝가리와 폴란드의 경우처럼 공산주의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역시 초기엔 제법 인기가 많았다. 헝가리는 1919년 1차대전 후 자발적으로 공산주의를 채택한 몇 안 되는 유럽국가 중 하나였다.



북한 역시 1940년대 후반 소련 군대에 의해 강제로 공산화 되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비록 숫자는 얼마 안되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던 당시 지식층은 소련식 공산주의 이론을 ‘미래를 활짝 열어줄 열쇠’라고 확고하게 믿었다. 한반도에서 남북 교류가 가능했던 1951년까지 공산주의에 반대하던 이들은 남쪽으로 이주했으며, 북에 남은 이들은 공산주의를 신봉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공산주의 체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개선될 여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와 기술분야에서 극적인 발전을 바라던 애초의 기대와 약속 역시 실현 불가능한 환상으로 판명됐다. 러시아· 폴란드·세르비아·베트남 극좌파 지식인들은 그동안 무엇이 잘못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쟁했다. 1970~80년대 평양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주의 혁명가들은 점차 실용적인 기회주의자로 대체됐다. 이른바 공산주의 2세대인 이들은 “사회주의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믿을수록 “레닌식 사회주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모순에 빠졌다. 이같은 현상은 1960년대 소련 및 동유럽 국가에서 나타났고 북한에선 1980년대 들어서야 발생했다.



이후 등장한 3세대 공산주의자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공산주의 교리에 찬동하는 ‘립서비스’도 마다지 않았지만 그들은 조국의 미래를 위해 공산주의를 포기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소련 및 동구 공산주의의 갑작스런 몰락을 통해 확인됐다. 3세대 공산주의자들이 공산주의 몰락을 주도한 것이다.그들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대신 서구식 경제발전을 동경하거나 자기들의 성공에만 관심을 가졌다.



북한정권의 권력은 점차 3세대로 옮겨가고 있고 공산주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북한 3세대들이 ‘신자본주의 체제’ 하 중국과 한국의 발전상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북한 신세대 엘리트들이 권력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한반도 판도를 주도하게 된다면 변화의 바람이 불지 모른다. 북한 3세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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