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의 희토류 광산
▲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의 희토류 광산
 
첨단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중국이 전세계 매장량의 31%, 공급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이 희토류를 자원무기로 사용하고 있어 세계가 떨고 있다.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에서도 희토류 수출중단을 슬쩍 흘려 하룻만에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벨기에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희토류 수출을 막지는 않겠지만 계속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또다시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석유보다 무섭다는 희토류. 중국 말고 어느 나라에 묻혀있을까.

희토류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커티스 하우 스프링거'라는 미국의 괴짜 복음전도사로부터 비롯됐다.

1930년대 중반 스프링거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터를 잡았다. 이곳서 복음방송을 하며 사막의 지형을 꼼꼼히 살폈다. 드디어 광천수를 발견한 것. 모텔과 스파를 짓고는 관광객들을 끌어모아 붐타운을 만들었다. 심지어 당근과 샐러리, 파슬리 주스에 광천수를 타 보약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다.

엽기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파벳의 마지막 철자인 xyz를 배합해 타운 이름을 '지직스(Zzyzx)'라 지었다. 영어사전의 끝을 장식하는 단어를 만든다며 첫 글자에 z를 두개나 붙인 것.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15번 고속도로에서 한 번쯤 맞닥뜨리는 사인판이 '지직스'다.

지직스는 원래 연방 정부소유 땅이다. 스프링거가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어서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그는 1800년대 중반 제정된 광물개발법에 따라 자신이 이곳의 실효 소유자라 우겨댔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를 뒷받침하기 위해 먼저 광산을 개발한 사람에게 그 소유권을 인정해 준다는 규정이다.

스프링거는 내친 김에 더욱 세게 나갔다. 주변 2,200 에이커의 땅에 말뚝을 박은 것. 이곳서 금과 은을 캐냈다며 허풍을 떨었다.

소송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질학자들과 광산업자들이 몰려들어 지직스 인근을 샅샅히 뒤졌다. 탐사결과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네바다주와의 경계선 부근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에서 '희토류'가 발견된 것.

지구촌에 컬러 TV 시대가 열리게 된 것도 희토류 덕분에 가능했다. 스프링거의 엉뚱한 짓이 첨단기술의 개발을 앞당겼다고 할까. 희토류에서 추출된 희귀금속은 컴퓨터는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 휴대폰, 레이더, 항공기, 미사일 등 안쓰이는 곳이 없다.

마운틴 패스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세계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마운틴 패스는 2002년 문을 닫는다. 중국의 내몽고 지방에서도 희토류가 나왔던 탓이다.

값싼 중국제품이 범람하면서 마운틴 패스는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희토류는 추출과정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환경오염이 심각했다. 결국 중국과 환경이 마운틴 패스를 폐광촌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던 것이 중국와 일본의 희토류 전쟁으로 마운틴 패스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이곳의 희토류 매장량은 무려 2,000만 톤. 중국의 두배 규모라는 사실도 처음 밝혀졌다. 광산은 내년 하반기 생산을 재개한다. 미국정부도 전략적 차원에서 지원을 할 방침이어서 모하비 사막이 황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할 날도 머지 않았다.

70년 전 사기꾼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스프링거. 하지만 그 덕분에 발견된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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