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맞아 대한민국 국적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 17명

故 이명순 선생 고손자 이영복 씨, "나라 위한 일 하고 싶어"
















▲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영복 씨가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고조할아버지인 고 이명순 선생의 사진을 책상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신문 ㅣ 양병훈 기자]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살며 온갖 궂은 일을 했던 한 중국 동포가 뒤늦게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밝혀져 한국에 특별귀화하게 됐다. 13일 법무부로부터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이영복 씨(31) 얘기다.



법무부는 제68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이날 이씨 등 외국 국적자 17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국적법 17조는 정부에게 훈·포장을 받은 일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에게 특별귀화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이씨의 고조할아버지는 1986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고(故) 이명순 선생으로 홍범도 장군과 함께 대한독립군을 조직했고 국민회 군사령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국적증서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법무부를 방문한 이씨는 “한때 강제 송환까지 당했는데 지금은 대접이 완전히 달라져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중국 옌지시에서 태어난 이씨는 2006년 친구 권유로 명신대(전남 순천)에 유학을 왔다. 불법 체류자라는 아픈 기억의 시작이었다. 유학 비자를 받아 입국했지만 이듬해부터 학업을 뒤로하고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다. 이씨는 “중국에 계신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치료비를 보태고자 공사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의 웨이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서울 신길동에서 지하 배수로 공사 일을 했으나 100만원에 가까운 임금을 떼이기도 했다.



이씨는 2008년 불법 취업 사실이 적발돼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그는 “특별귀화라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라 국적 신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고조부가 독립유공자였다”는 얘기를 얼핏 듣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먼 친척과 다시 연락이 닿았고, 그 친척이 이씨의 특별귀화를 도왔다.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건 올해 2월이다. 이씨는 “고조할아버지가 건국 공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애국심이 생겼다”며 “고조할아버지처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먼저 한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할아버지나 그 선대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먼저 찾아나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놨다.



이씨와 같은 중국 동포인 김윤애 씨(53)도 이날 국적증서를 받았다. 김씨는 1920년대 비밀결사 조직을 결성, 독립자금과 조직원을 모집하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김술로 선생의 손녀다.



김씨는 “그동안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식당에서 일하는 내내 강제퇴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살았다”며 “아버지 고향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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