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엔케이 ㅣ 김가영 기자] 북한 6차 핵실험설(說)이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연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목표로 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도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기엔 ‘극약처방’이 못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북핵 접근법이 지나치게 ‘경제제재’에 편중돼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단기간 내 핵개발 수준을 높이는 걸 막는 게 관건이지만, 정작 경제조치는 그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2321호의 조항상 허점도 북한 핵개발 자금을 고갈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중국이 제재 대상에서 민생 품목은 예외로 두면서, 이를 빌미로 한 밀무역 등의 ‘꼼수’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 제재 당시 상황을 현 대북제재 과정에 대입하면서 ‘제재무용론’에 선을 긋기 바쁜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데일리NK에 “이란 핵 합의 전날까지 이란 제재는 실패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국 제재 효과를 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라면서 “대북제재 효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란과 달리 애초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해왔던 만큼, 외부로부터의 경제 고립을 그다지 아프게 체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 경제개방 규모가 다른 북한과 이란을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건 근본적으로 부적합하단 얘기다.

제재무용론에 대한 목소리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데일리NK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을 당시부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쓸데없는 제재 조치’란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재 만능론’이란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30일 데일리NK에 “제재가 언젠가는 효과를 볼 것이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착취하는 식으로 제재를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단기적으로 북핵 능력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경제제재만으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송대성 전(前) 세종연구소장도 “제재로는 북핵 개발을 막는 데 어림도 없다. 중국이 제재에 100% 동참해 해상이나 공해상, 육지에서 이뤄지는 교역을 일체 끊지 않는 이상 어렵다”면서 “중국 단둥(丹東)과 평양 사이 항공 노선까지 재개되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강한 제재 동참을 기대하긴 힘들지 않나”고 지적했다.

때문에 경제제재 이외의 군사적·외교적 옵션까지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은 하늘이 무너져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데, 그럼 북한 입장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옵션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발상을 전환해 정권 교체나 극비 군사작전, 평양 봉쇄, 핵심 요원 제거 차원의 참수작전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을 하고 나서야 유엔 결의안이니 성명이니 내놓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징후가 이만큼 나왔으면, 국제사회가 ‘선제 선언’을 해야 할 때”라면서 “6차 핵실험 시 원점을 타격한다든가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옵션을 본격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이 한반도 전반에 피해를 줄 수 있단 점에서 ‘협상’이란 외교적 옵션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 교수는 “선제타격이 통하는 상대가 있고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는데,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선제타격을 핵개발 정당화 수단으로 삼고 이를 피해갈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선제타격에 반격해 한국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게 과연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협상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 협상이라는 게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에 핵개발 명분을 완전히 없애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선제타격, 대북적대시 정책을 핵개발 명분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그러한 명분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9일(현지시간) 지난 28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을 공개하면서 핵실험장 주(主)지원단지 안에 70~100명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대형을 이뤄 모여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3차 핵실험 전인 2013년 1월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면서 북한이 조만간 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은 수뇌부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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