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무언가 왁자지껄하다. 잡은 돼지를 지고 있는데 그 위에 포장하듯 천을 얹는다.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곡식 자루며 이불 등을 이고 지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한다.한 떼의 사람들이 짐들을 들고 마을 비탈을 오른다. 마치 피난행렬 같은 모습이다. 행렬을 따라가 보니 북이며 꽹과리에 폭죽까지 여간 대단한 행사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한 쪽에 부의를 접수하는 창구가 있고 장례화환도 진열돼 있다. 무엇보다 시신을 모실 관이 준비돼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마을에서는 어떤 관계가 아니어도 경조사에 전체 마을 사람이 모두 함께 모여요. 화합하는 차원에서죠. 영원히 떠나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길을 잘 가시라고 배웅하는 거예요.” 방 안에서는 망자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의식이 진행 중이다. 전통악기가 연주되고 사람들이 주위를 돌며 망자의 마지막 길을 축원한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생각이 전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