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12일에도 기준환율을 상향조정해 위안화를 달러 대비 1.6% 평가절하했다.이틀간 절하폭이 3.5%에 이른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달러 대비 절하됐었다.이틀 간 절하폭이 지난 한햇동안 위안화 절하폭(0.36%)의 10배 수준이다.







12일엔 중국의 지난 7월 공업생산과 소매매출 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발표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 정책과 금리인하 등의 통화완화정책에 이어 위안화 절하 같은 환율정책까지 동원해야할 만큼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이 같은 우려를 부각시키는 지표들이 나온 것이다.







중국은 한국 등 140여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위안화 쇼크’를 가져온 이유다. 최근 중국 증시 급변에 따른 충격에 이은 두번째 ‘차이나 쇼크’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하 행보의 내용과 배경 및 영향 등을 문답을 통해 알아본다.



















▲ 중국 인민은행 전경








-인민은행이 이번에 취한 조치는 무엇인가.







인민은행은 매일 외환시장 개장 전인 오전 9시15분 기준환율을 고시한다. 달러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전날 달러 위안화 환율 종가와 다른 주요 통화의 환율 동향까지 감안해서 결정하는 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과거엔 외환시장의 마켓메이커가 제시하는 환율을 기초로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정해왔는데 전날 종가 등을 반영하지 않아 시장에서 결정된 환율(외환시장의 종가)과 기준환율간 괴리가 커져왔다는 게 인민은행의 설명이다.







새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처음 적용한 11일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 기준환율(6.1162위안)보다 1.9% 오른 달러당 6.2298위안에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그만큼 절하한 것이다. 1.9%에 달한 절하폭은 인민은행이 이중환율제를 단일화하면서 기준환율을 고시하기 시작한 1994년 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12일에도 기준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1.6% 떨어뜨렸다.11일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기준환율보다 1.49% 하락한 달러당 6.3231위안에 마감한 것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인민은행은 설명했다.







중국은 외환시장에서 기준환율 대비 달러대비 환율을 상하 2%로 제한해오고 있다.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은 1994년 1월부터 0.3%를 적용해오다 2007년 5월 0.5%,2012년 4월 1%,지난해 3월 2%로 확대했다.3분기중 3%로 다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변동폭 확대는 위안화 절하 가속을 의미한다.







-위안화 절하를 왜 지금 단행했나,중국의 목적은 무엇인가.







맥쿼리그룹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행보에 대해 “돌 하나를 던져 두 마리 새(수출 진작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1.5%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블룸버그통신 설문 기준)를 뛰어 넘는 수준으로 수출 경기가 나빠진 것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상품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인다.CNBC의 경제해설자 짐 크래머가 “이번 위안화 절하는 중국이 경제와 정치의 전반적인 문제를 수출 진작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미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라고 날을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는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중국 당국자들의 과거 발언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4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화, 유로화의 평가절하에 맞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위안화는 기본적인 안정수준에 있다. 나는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의존해 수출을 부양할 수는 없다"고 답했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도 지난 5월 상하이의 한 포럼에서 “중국의 많은 무역흑자가 위안화 가치를 지지한다.경기악화가 반드시 위안화 약세로 나타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었다. 인민은행이 내놓은 이번 조치의 배경 설명문에도 수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적시한 대목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설명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를 충분히 시사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예상으로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인 반면 유로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일부 신흥국가와 자원생산국의 통화가 절하되면서 국제자본흐름의 변동성이 커져 (중국 경제에)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위안화 실질실효환율(물가변동을 반영하고 여러 교역상대국 통화간의 통화가치 변동을 가중평균하여 산출한 환율) 이 전세계의 많은 통화에 비해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기대치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인민은행)는 대목이 그렇다.







실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달러 대비 0.36% 절하됐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정한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6.24% 절상됐다. 2005년 7월 달러화에 고정시킨 환율제도를 복수통화바스켓에 기반한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개혁한 이후 위안화는 달러 대비 33% 절상됐지만 실질실효환율로는 51% 절상됐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이들 통화에 대한 위안화 절상 폭이 커졌고 이는 중국의 유럽과 일본에 대한 수출에 타격을 줬다. 미국과 일본 모두 비교적 좋은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이 올들어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반면 일본에 대한 수출은 같은 기간 11% 감소한 배경이다.







미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의 가치에 연동시켜 온 위안화 가치도 달러 이외 다른 통화에 대해 뚜렷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는 이들 국가로의 수출 위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 같은 예상이 큰 폭의 위안화 절하 조치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 위축과 함께 공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소매매출 등 다른 경기지표도 동시에 나빠지면서 중국 정부는 다급해졌다.12일 발표된 대기업(연간 매출 2000만위안 이상)의 7월 공업생산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로 전달에 비해 0.8%포인트 둔화됐다.1-7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11.2%로 지난해 전체 증가율(15.7%)에 비해 4.5%포인트 낮아졌다.소매매출 증가율도 7월에 10.5%에 머물러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안화 절하가 수출 등 경기부양을 위한 인위적인 환율 조정이라기 보다는 시장 수급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한 조치에 따른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공식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 (IMF)이 "새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이 시장의 역할을 더 키울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중국이 2~3년 내에 효과적인 변동환율 제도를 달성할 것으로 믿는다"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를 내놓은 것이나 미 재무부가 “중국이 시장 환율의 이행을 위한 또 다른 발걸음을 옮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반응한 것도 중국 당국의 공식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상징하는 위안화의 IMF SDR 편입이 성공하려면 위안화 환율이 시장의 수급을 더욱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 중국이 경기부양과 위안화 국제화라는 두가지 목적을 염두해두고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외환 통제를 통해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킨 것으로 위안화의 SDR 편입에 불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후일 중국 경기가 회복돼 위안화 가치가 상승압력을 받을 때도 이를 제대로 반영할 지 여부가 위안화 환율 결정 시장화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의 수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위안화 절하 카드를 뒤늦게 빼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중국 기업의 달러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중국 언론들은 11일 하룻 동안의 위안화 절하만으로도 달러부채를 쓰는 중국 기업들에 100억달러 정도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 비용도 상승한다.위안화 절하가 달러 빚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동산 기업과 항공유 등의 부담이 큰 항공사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신화통신의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위안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위안화 자산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것”(고바야시 스케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이라는 경고도 그래서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위안화 약세가 중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억제해 국내 금융시장이 긴축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1일 0.01% 하락에 그쳤지만 12일엔 1.06% 급락했다.







자본유출이 늘고 자본유입이 감소하면 외환보유액도 줄어들게 된다.하지만 이 같은 관측과는 달리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로 되레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중국 당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11월 이후 4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이는 위안화 절하압력을 키웠고 당국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유외환을 내다 팔아 절하 압력을 해소해왔다. 중국에서 4분기 연속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금융 시장에 자금이 부족해진 배경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작년 6월말 3조9932억달러(잔액 기준)까지 늘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말 현재 3조6938억달러로 줄었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트릴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가 환율 안정, 통화 정책 독립성, 완전한 자본 이동 등 3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간 교차 매매) 실시 등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추구해온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과 환율 안정 정책(달러화와 연동)이 충돌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번 위안화 절하가 달러에 대한 환율 안정을 고집해온 중국 환율정책의 변경이라는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문제의 심각성은 위안화 절하가 정부가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설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시장은 정부가 통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2% 가까이 하락하자 인민은행이 대리 은행을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 12일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6.45위안까지 떨어졌지만 기준환율(6.33위안)에 비해 소폭 절하한 6.38위안에 마감했다.위안화 절하를 통제가능한 수준까지만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기준환율 절하가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이를 반영해 기준환율이 다시 절하되는 식으로 위안화 절하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투기세력들과 중국 당국간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도이치뱅크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 달러화의 강세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위안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으로선 시장의 수급을 더 잘 반영하는 쪽으로 환율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환율 운용의 폭이 좁아졌다.투기도 시장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된 11일 마쥔(馬駿)인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회성 조치”라고 규정하고 “이번 조치를 위안화 약세의 출발점으로 보면 안된다.추세적 절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7%는 세계 주요국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높고 펀더멘털도 다른 신흥국에 비해 탄탄하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틀 연속 위안화가 큰폭으로 절하되면서 그의 공언은 허언(虛言)이 됐다.중국 정부가 환율 결정권을 시장에 넘기는 쪽으로 한발 다가서면서 위안화 환율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글로벌 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위안화 환율 전망을 당초 달러당 6.3위안에서 6.5위안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에 주는 영향은







신화통신은 위안화 약세로 지난해 1억명이 넘은 요우커(遊客,중국인 해외여행객)는 물론 해외 유학생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요우커와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한국으로서는 악재인 셈이다. 한국 증시에서 요우커 테마주인 여행주와 화장품주 등이 급락한 이유다.한국 해외직구 상품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역직구를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한국 상품을 팔려는 한국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매출을 올려온 다국적기업들에게도 악재다.애플 주가가 지난 11일 5.2% 하락해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짜 큰 악재는 “중국과 교역하는 나라들의 통화가치가 절하압력을 받고,이 것이 다시 위안화 절하압력을 키울 수 있다”(도이치뱅크)는데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의 위안화 절하를 1994년 1월 위안화가치를 50% 절하시킨 것에 비유했다.당시 중국은 계획무역에 적용해온 환율(달러당 5.8위안)을 공정환율(8.7위안)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 중국 경제의 시장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미국의 금리인상 관측이 나돈 게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이다.







문제는 당시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제의 고성장으로 이어졌지만 글로벌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데 있다. 선진국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주가 버블이 형성됐고, 위안화 절하가 촉발한 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먼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그렇다. 이번에도 위안화 절하 이후 한국 원화,태국 바트화,러시아 루블화 등의 동반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이번 위안화 절하가 1997년 외환위기를 재연할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진 뒤 중국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위안화 가치를 절하 시키지 않았다.덕분에 다른 나라들의 대(對) 중국 수출이 늘었고 이는 외환위기에 빠졌던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회복으로 이어졌다.







위안화 절하가 다른 신흥국 통화의 절하 도미노로 이어지면 미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떨어졌다”(토머스 램 RHB시큐리티스싱가포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위안화 절하가 환율 조작이라는 비난도 내놓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방미를 앞두고 이뤄진 위안화 절하가 미중간 해묵은 쟁점인 위안화 환율 조작문제를 재점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가 관행이었던 미 정치권에 새로운 재료가 생긴 것이다.남중국해와 해킹 문제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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