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성 악양시(湖南省岳陽市) 악양성루(岳陽城樓) 에 자리잡고 있는 악양루(岳陽樓)는 황학루(黃鶴樓), 등왕각(騰王閣)과 함께 중국강남의 3대 누각으로 명성이 높다. 누각 하나만으로는 황학루, 등왕각에 비해 뛰어나다고 볼수 없지만 동정호(洞庭湖), 양자강, 그리고 명인들의 시문으로 가득한 악양루가천하제일 누각으로 손꼽히는데는 이견이 없다.


악양루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촉나라 유비와의 형주 쟁탈전에서 전략요충지인 동정호 주변 확보를 목적으로 수군훈련에 이용했던 것이 시초라는 설이 비교적 유력하다.


송나라때 와서 파릉군수(巴陵郡守) 등자경(騰子景)에 의해 다시 지어졌고, 명나라 1639년 전란에 훼손되었던 것을 청나라에 들어서 여러차례 수리했다. 높이 15m의 3층 건물인 악양루는 각 층마다 황금색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우아하거니와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구조 역학적인 면에서도 걸작이라 할 수 있다.


4개의 큰 녹나무 기둥으로 누각무게를 감당하고 다시 12개의 둥근 나무기둥으로 2층 전체를 지탱했으며, 지붕과 사면날개는 12개의 가래나무가 받쳐주고 있다. 누각 전체의 들보, 기둥, 서까래, 받침틀 모두가 장부로 끼어 맞춰 연결시켜 꼭 맞물린 것이 반석처럼 견고하다. 또 한가지, 누각지붕 정상의 외관이 장수가 쓰던 투구와 흡사해 장군루라 부르기도 한다.


악양루에 오르면 아득한 동정호 수면과 도도히 치닫는 양자강이 시야를 꽉 메우는데 호수안의 군산(君山)은 은쟁반 위에 놓인 프른 조개마냥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동정호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담수호로, 춘추전국시대이래 역대의 개간과 수리공사를 통해 오늘과 같은 호수가 되었다.


악양루를 천하 제일 누각으로 이름을 떨치게 한 것은 당나라 유명한 시인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와 북송의 저명한 문학가 범중엄(范仲淹)의 산문‘악양루기(岳陽樓記)'이다.


유랑 생활의 지친 몸을 끌고 꿈에도 그리던 악양루에 올라 눈앞의 경관에 도취하면서도 자신의 외로움과 나라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눈물흘리며 가슴 아파하는 두보나,“先天下之憂而憂,后天下之樂而樂”의 명구를 남긴 범중엄이나 악양루에서 느끼는 자연의 장엄한 조화(造化)앞에 숙연해지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2004년 7월 19일∼7월 25일 제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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